최근 서울교통공사를 필두로 가스공사, 남동발전 등 공공기관 곳곳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악용한 것으로 보이는 채용비리 의혹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채용비리 사건이라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때는 그리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던 정부여당이 어찌된 일인지 이번엔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도 차일피일 소극적 자세만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당장 서울교통공사 비리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으로 옮겨 붙을까 전전긍긍하는지 여당은 벌써부터 진상규명보다는 정치적 셈법에만 몰두한 모양새고, 공사 측에서도 계속되는 논란에 궁색한 해명만 내놓고 있다.

일례로 야권이 제기한 노조의 전횡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서울교통공사 재직자 친인척으로 확인된 정규직 전환자 108명 중 현 노조 지회장급 이상 간부의 친인척은 단 1명뿐이라고 했는데 이는 무기계약직 채용이 이뤄지던 2016, 2017년 당시 노조 간부들을 포함해 전직 간부들의 친인척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게 아니란 점에서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

또 공사 측은 108명 가운데 26명이 3급 이상 고위직의 친인척인데, 3급 이상은 대부분 관리직이라 노조 가입이 안 된다면서 이른바 야권의 ‘노조 프레임’에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6명 이외엔 고위직 친인척이 아니란 점에서 이 역시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친인척 선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친인척이 정규직 전환되도록 영향이 미쳤을 가능성이 문제되는 만큼 현 정권은 이번 사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좌초될까 우려하기보다 이참에 깨끗하게 의혹을 규명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면 될 것 아닌가.

사실 이처럼 고용승계 우려도 있는 만큼 작금의 고용난 상황에서 신중히 추진해야 할 정책임에도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다 보니 그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급격하게 이뤄진 부분도 없지 않아 이번 사태는 정부의 ‘과속’이 부른 참사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공공기관 비정규작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 비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되는 게 순서였지만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정치적 슬로건’에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게 추진된 끝에 이제는 이도 저도 못하는 자승자박의 꼴이 된 게 아닌가.

비록 만시지탄이라지만 정부여당에서 켕길 것이 없다면 더는 가짜뉴스라고 강변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결백하다는 그 자세 그대로 국정조사에 임하는 게 하루 빨리 이 사안을 매듭짓고 정국을 봉합할 길이라 본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비단 이번 정규직 전환 정책 뿐 아니라 미국과의 시각차가 감지되고 있는 대북정책 등 정책 전반을 추진하는 데 있어 속도조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으며 민주당 역시 행정부 소속이 아닌 만큼 정부의 대변인 역할만 자처할 게 아니라 정권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잘잘못을 분명히 따지는 자세도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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