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일부 탈당설 진화 나선 가운데 한국당은 ‘태극기부대’ 포용까지

태극기부대가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태극기부대가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잘 풀리든 그렇지 않든 자유한국당의 보수통합을 향한 발걸음이 본격 속도를 내는 모양새인데, 보수 재건을 위해선 일단 계파에 관계없이 보수 지지층 전체를 결집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어 그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계륵’이던 태극기부대 포용부터 ‘박근혜 문제’ 끝장토론 추진까지

앞서 전원책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은 지난 1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가운데 이른바 극우세력으로 비쳐지는 태극기부대에 대해 “(그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던 그룹들”이라면서도 “우리 보수 세력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 그분들을 극우라고 하는데 극우가 아니다”라고 포용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전 위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나는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재판이란 확신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죄냐 무죄냐 이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재판이 계속되는데 왜 한마디 말을 하지 않나”라며 “일주일에 나흘씩 하는 그 재판에 친박계, 비박계 누가 가봤나. 이런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태도, 그건 비겁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과연 이런 게 보수주의냐. 곰곰이 되짚어 보면 이 알량한 권력을 두고 벌였던 처참한 이 권력투쟁, 이거 없애야 한다”며 “이건 정파 싸움이 아니라 계파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위원은 일단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을 당내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계파 싸움을 종식하고 보수통합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 등 지도부에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등을 놓고 당 입장을 정리하는 끝장토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토론이 자칫 당내 갈등을 더 부채질할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지 조강특위에서도 신중한 태도로 말을 아꼈는데,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1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나와 박 전 대통령 관련 끝장토론에 대해 “그 문제가 전체 보수 세력의 대단합, 단일대오 형성 그것을 좌우할 수 있는 그런 큰 이슈는 아니다”라면서도 “누구는 친박이냐, 누구는 비박이었네 이런 식으로 봐버리면 분열 상황이 극복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위원은 “박 전 대통령 문제가 보수 전체 운명을 좌우할 그런 일이 되어버리면 보수 세력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논리의 덫에 빠져드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일은 큰 하나의 상처였다는 정도로 우리가 인식을 하게 되면 서로 다시 손을 잡을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즉, 박 전 대통령 문제는 일종의 상처였다는 수준에서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새 출발의 전기로 삼으려는 셈인데, 일견 ‘정략적 차원의 쇼’로 비쳐질 수 있는데다 지난해 홍준표 전 대표 재임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시도했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예도 있어선지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7일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끝장토론하면 아차 하는 순간에 분열이 강화될 수 있어 안 하고 있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해 마음을 열고 얘기해도 똑같은 마음을 갖기 힘들다”며 “너무 큰 기대는 말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작은 토론이 있을 수도 있고 큰 토론도 있을 수 있고 여러 형태가 있는데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눠지고 있다. 결국 시간문제지, 한번은 어떤 형태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하나가 되고 그야말로 보수의 가치란 이름 아래 서로 마음이 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게 결과”라고 한편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심지어 이 끝장토론에 대해선 보수대통합에 회의적인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도 높이 평가했는데, 그는 18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원책 위원의 문제의식이 맞다. 당이 큰 진통을 겪더라도 그 진통을 겪어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민심이 요구하는 혁신을 할 수 있겠나”라며 “그런 진통은 국민들이 볼 때 계파 싸움이 아니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껍질이 째지는 생산적인 고통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분명히 정리하라”고 밝혔다.

◆ 한국당의 통합행보에 바른미래당 동상이몽? 탈당설까지 불거져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소속의원 11명이 탈당한다는 루머를 즉각 부인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소속의원 11명이 탈당한다는 루머를 즉각 부인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오훈 기자

태극기부대조차 보수통합 범위에 포함시킬 만큼 과감하게 스펙트럼을 넓혀가면서도 박근혜 정권 관련 책임을 대강 무마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스스로 끝장토론까지 열겠다는 움직임에 이를 관망하고 있던 바른미래당도 흔들리는 듯 극도로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이진곤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이 1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최소한 보수에다 중도보수 이쪽으로 스펙트럼도 넓힐 뿐 아니라 재단결해서 앞으로 당을 확대하고, 조직을 강화하고 이렇게 해야 할 그게 당면과제”라며 “이제 그렇게 하니까 바른미래당이 직접적 대상이 된 것 아니냐. 사람 빼오기 식의 그런 보수결집은 반대하나 앞으로 당대당 통합될 기회가 있으면 좋다”고 바른미래당에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체성 논란을 겪으면서 내부 불협화음이 간간이 일어났던 바른미래당으로선 한국당의 이 같은 러브콜이 당을 분열로까지 몰고 갈 수도 있어 당장 지도부부터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인데, 우선 한국당의 보수통합론에 저항하고자 한국당의 태극기부대 포용 방침부터 물고 늘어졌다.

먼저 손학규 대표는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을 겨냥 “태극기부대까지 통합대상이라며 수구세력의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하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합집산 정계개편이 아니다”라며 “중도개혁의 가치를 튼튼하게 세워야 한다. 이런 가치를 동원한 사람을 충원해 나갈 것”이라고 보수통합론에 노골적으로 거리를 뒀다.

또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한국당을 향해 “태극기부대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이다. 태극기부대의 이란성 쌍둥이인 일베하고도 대통합하겠다고 선언하라”며 “전원책에 감사하다. 보수 극우 대통합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이준석 최고위원까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원책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의 발언들을 꼬집어 “오늘은 태극기부대를 끌어안겠다고 하고, 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을 망쳤다고 하면 이거야 말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끌어안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는 언어도단”이라며 “보수통합 진정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저런 방법론이라면 3대 종교 대통합에 나서시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맹공이 무색하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격이 들어왔는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바른미래당에서 11명이 빠져나가 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여의도에 돈다”며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 당대당 통합은 어려우니 바른미래당을 흔들어 그 쪽을 누르고 일정한 숫자를 빼오는 방법을 쓰는 것이고, 쳐내는 방법은 안 되기 때문에 다 불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한국당 이진곤 위원도 17일 CBS라디오에 나와 “당대당 통합 때까지 기다려보느냐, 아니면 바쁘니까 빨리 서로 끌어당기거나 스스로 오거나 그런 구도로 갈 건지 아직 그건 당에서 결정이 안 됐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보거나 또 당내 많은 분들이 볼 때는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그런 형식을 생각할 것”이라고 일부 흡수 가능성을 암시했다.

특히 탈당이 일어난다면 구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위시한 보수 성향 인사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선지 손 대표는 17일 KBS1 ‘사사건건’에 출연해 “유 전 대표, 정병국·이혜훈 의원이 왜 가나. 안 간다”며 “태극기부대 통합한다고 하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불러온다고 하고 오만 사람 불러다 그게 무슨 정당이 되겠나. 판은 큰 판이 될지 모르나 잡탕밥 같은 것”이라고 탈당설을 일축했다.

이 뿐 아니라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을 언급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향해서도 18일 TBS라디오를 통해 “웃기는 사람이네”라고 비난한 것은 물론 정의당, 민주당, 바른미래당, 한국당의 다당제 연합정치로 재편될 거라 주장했는데, 다만 민주평화당에 대해선 “다음 총선에서 존속하겠는가”라며 폐업론을 들고 나와 일각에선 바른미래당 내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감안해 향후 교섭단체 유지를 위해 평화당과 손잡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원외에서 ‘새 인사 영입’ 물밑작업도 박차

18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방문키로 한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18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설득하고자 직접 제주까지 가기로 한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바른미래당이 각을 세우면서 잔뜩 긴장한 가운데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1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통합대상으로 바른미래당을 언급한 적이 없다. 보수단일대오를 만들자는 얘기”라며 “소위 범자유주의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 함께 하자는 것이다. 왜 보수가 분열돼 이 난리를 치느냐”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전 위원은 당이 접촉 중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는데, 1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그는 “단점을 봐서 쳐내기에 앞서서 그분들의 장점을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며 “다 보면 소중한 분들이고 나름대로 저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경륜을 쌓아온 분들”이라고 영입 의사를 재확인했다.

마찬가지로 김병준 위원장도 17일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리적 통합으로 하나의 당으로 가는 것도 있지만 바로 물리적 통합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 않느냐”라며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은 장기 과제로 두면서도 당장 가능한 새로운 인사 영입 목적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주 황교안 전 총리와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보수 재건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얘기를 나눈 가운데 한국당 입당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황 전 총리와의 접촉을 놓고 당내 일각서 논란이 있음에도 “이견이 당연히 있지만 비대위원장으로서 폭넓게 많은 분들과 이야기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18일 오후엔 원희룡 제주지사도 직접 찾아갔는데, 김 위원장은 제주 방문 하루 전인 17일 ‘입당 권유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가 나오는 데 부담스러웠는지 “입당 논의를 바로 할 단계는 아니다. 국정 전반에 걸쳐 걱정할 사안이 많아 인식을 공유하고 고민도 같이 해보자는 뜻에서 가는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국정 논의를 위해 굳이 이 시점에 제주도까지 찾아가는 까닭에 대해선 별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원 지사가 당분간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도정에만 전념하겠다면서 사실상 입당을 고사했던 만큼 그 입장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게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일 가능성이 높아 김 위원장이 영입 성공의 낭보를 들고 돌아올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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