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황으로 현금보유 증가... '5대 기업'이 경제 싹쓸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SK(주) 등 5대 기업의 1/4분기 매출액이 116조876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의 매출액이 없어진다면, 한국경제는 크게 휘청거린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 과연 '대마불사'의 경지라 아니할 수 없다. 국내 주요 재벌들이 올 1분기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한 14대 재벌의 올 1분기 매출액은 73조29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5%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7조57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조9108억원보다 무려 160.1%나 급증했다. 삼성그룹 순이익, 13대 재벌 순이익 합친 것과 비슷 이 같은 14대 재벌의 순이익은 12월 결산법인 전체의 순이익 14조224억원의 53.99%에 해당하는 규모. 재벌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1분기 매출액은 21조98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87%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3조5723억원으로 155.57%나 급증했다. 이는 14대 재벌 전체 순이익의 47.18%, 12월 결산법인 전체 순이익의 25.47%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즉 삼성그룹의 순이익이 13대 재벌의 순이익을 합친 것과 비슷한 셈. 삼성그룹에 이어 순이익 2위는 SK그룹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61% 증가한 1조317억원이었다. SK그룹은 자산순위에서는 재계 4위지만 순이익에서는 당당히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3위는 현대차그룹으로 32.21% 증가한 9750억원, 4위는 LG그룹으로 129.90% 증가한 8921억원, 5위는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진그룹으로 3537억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그룹 1628억원, LG전선그룹 1102억원, 신세계그룹 874억원, 동부그룹 784억원, 한화그룹 742억원, 금호아시아나그룹 671억원, 대우건설 615억원, 두산그룹 602억원, 현대중공업그룹 448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 중 동부그룹은 순이익이 무려 2651.26%나 급증해 14대 재벌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현대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16%, 47.31% 감소했다. 재벌 별 매출액 순위는 삼성그룹이 21조9847억원으로 1위, 현대차그룹이 12조8669억원으로 2위, SK그룹이 11조5875억원으로 3위, LG그룹이 11조280억원으로 4위, 한진그룹이 3조7879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재벌 그룹은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력 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5대 기업이 사실 상 한국경제 움직여? 한편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SK(주) 등 5대 기업의 경상이익이 매출액 25억원 이상의 제조업체 1330개사의 경상이익을 합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만약 이들 5개사를 제외할 경우 제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3%포인트나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25억원이상 제조업체 3239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61조9922억원이며, 이중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SK(주) 등 5대 기업의 매출액은 116조8760억원으로 17.7%를 차지했다. 그러나 5대 기업의 경상이익은 12조7462억원으로 이들 제조업체 전체의 경상이익 31조67억원의 41.1%에 달했다. 이 비율을 전체 제조업체에 곱하면 5대기업의 경상이익은 1331개사의 경상이익을 모두 합한 것과 같은 셈이다. 이에 따라 5대기업을 제외하면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은 4.7%에서 3.4%로 1.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1개사의 경상이익은 722개사의 경상이익을 합한 것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경상이익은 6조9045억원으로 제조업체 전체 경상이익의 22.3%나 됐다. 또 현대자동차의 경상이익은 2조3473억원으로 제조업 전체 이익의 7.6%, 포스코는 2조6638억원으로 8.6%, LG전자는 8368억원으로 2.7%를 각각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은 4.7%에서 3.9%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호조가 현금보유액 증가로 이어져 그렇지만 올해 재벌들의 현금보유액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2월 결산 538개 상장사(금융사 및 결산기 변경사 제외)의 3월말 현재 현금보유액은 23조28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5%가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석유정제업이 2조5288억원으로 82.6%나 급증했으며, 운송장비업도 1조1547억원으로 59.2% 늘어났다. 이어 전기가스업과 통신업은 각각 56.5%, 50.7% 증가한 1조2411억원, 1조520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사들의 현금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순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상장기업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국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마저 주춤해 현금보유액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현금보유액에는 현금 뿐 아니라 만기 3개월 이내의 채권 등 현금 등가물이 포함된다. 반면 5대 재벌의 현금보유액은 10조343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1%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5대 재벌의 현금보유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의 49.4%에서 44.4%로 축소됐다. 이처럼 5대 재벌의 현금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차입금 상환 및 금융상품 투자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기아차, 현대차, 삼성물산,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차입금 상환과 금융상품 투자가 많아 5523억원의 줄었다"며 "이들 4개 기업의 현금감소액이 1조7737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즉 재벌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해 현금보유액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비투자활동 때문에 감소했다는 것. 현금보유액이 가장 많은 상장사는 삼성전자로 지난해 말보다 34.1% 증가한 1조7001억원을 기록했다. SK(주)는 현금보유액이 무려 90.4% 급증한 1조6944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현대차는 27.3% 감소했지만 1조487억원의 현금을 보유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KT가 33.2% 증가한 8708억원으로 4위, S-Oil이 69.7% 급증한 8244억원으로 5위, 대우건설이 31.4% 증가한 7864억원으로 6위, 기아차가 49.7% 감소한 7239억원으로 7위, 한국전력이 87.4% 급증한 6874억원으로 8위, 현대중공업이 184.4%나 급증한 6638억원으로 9위, 한진중공업이 29.1% 증가한 5912억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이중 SK(주)는 현금보유액이 3달 만에 8045억원이나 급증해 증가액이 가장 컸던 반면, 현대차는 3938억원이 감소해 감소액이 가장 컸다. 이 같은 현금보유 상위 10개사의 총 현금보유액은 9조5911억원으로 전체의 41.2%를 차지했다. "한국기업의 과도한 현금보유는 문제" 한편 삼성증권이 주최한 '삼성 글로벌 투자 컨퍼런스' 참석 차 방한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한국기업의 과도한 현금보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투자위축이다. 한국의 발전동력은 높은 저축률과 기업의 활발한 투자였다"며 "그런데 최근 저축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투자도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어 "정부는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투자를 촉진시켜야 한다"며, "민간기업이 과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에게 매력적인 대상이 될 뿐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벌문제에 대해 스티블리츠 교수는 "특정 상품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강력한 경쟁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재벌은 한국경제가 기적을 이루는데 중요하고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면서 "재벌의 엄청난 원동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우려와 지적은 그치지 않는다. 5월 21일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기업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투자가 활성화되지는 않는다"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노사관계와 고임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 추진중인 시장개혁 로드맵과 관련, "경제를 살리자면 기업의욕을 복돋워 줘야 되는데 공정위가 왜 나서냐"고 반문한 뒤 "시장은 개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가진 '총선 이후의 환경변화와 기업대응'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한국은 고비용, 저성장 구조인데 비해 중국은 고성장, 저비용 구조여서 기업으로서는 (한국에)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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