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된 호통·보여주기식 국감…‘사립유치원 비리’ 적발 등 일부 성과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0일 시작된 국정감사가 어느덧 1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일각에선 예년과 다름없는 호통 국감, 보여주기식 국감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20일 동안 진행된다지만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2주(14일)에 불과한 만큼 벌써 반환점에 이른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난 한 주간 이목을 끌었던 주요 이슈와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본다.

◆ 선동열·백종원...빈 수레만 요란했던 유명인 출석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당해 행정·사법부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전반적인 활동을 살펴보고 지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자 저마다의 존재감도 부각시킬 수 있는 ‘홍보의 자리’이기도 하다 보니 여론의 관심을 끌만한 온갖 방법이 동원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14년 여배우 김부선 씨부터 올해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에 이르기까지 유명 인사들의 국회 출석을 꼽을 수 있다.

이번 국감에선 호출 선호도가 높은 단골 증인인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는 증인 채택되지 않는 등 대기업 총수 소환의 경우 예년보다 줄어들어 지난해부터 도입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단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미필 선수 특혜 선발 논란에 휩싸인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증인으로,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의 대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는 등 유명 인사의 국회 출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만 유명 인사까지 출석시킨 데 따른 기대와 달리 매번 반복되어온 것처럼 ‘속 빈 강정’에 그친 채 제대로 된 질의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국회에 쏟아졌는데, 대표적으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동렬 야구감독에게 논란이 된 선수 선발 공정성 사안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연봉 얼마나 받느냐, TV보면서 하느냐”라거나 “지난 한 달 동안 (야구장) 관중 수가 선 감독 때문에 줄었다”고 비난하는 등 ‘감독 깎아내리기’로 비쳐지면서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특히 손 의원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 감독이 아시안게임 우승이란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서조차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화를 자초했는데, 이런 질의만 이어지다 정작 선수 선발 관련 해명은 제대로 듣지 못하면서 국가대표 감독 최초의 국회 출석이란 기록이 무색하게 본연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사과하거나 사퇴하세요”라며 호통을 치던 모습 또한 과거 다른 의원들이 보여 왔던 호통 국감과 판박이라는 비판도 많았는데,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역시 이와 다를 게 없어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박현종 BHC 회장, 김근식 서연이화 대표이사, 박상신 대림산업건설 대표이사 등 많은 경제인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이들 역시 제기된 의혹에 별 해명도 못한 채 의원들의 호통만 듣다가 돌아갔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 산자위에 출석한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 산자위에 출석한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 뿐 아니라 준비부족인지 일부 의원은 호통은커녕 오히려 본인이 지적 받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는데,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자위 국감장에 나온 백 대표에게 “소상공인연합회의 타깃 된 이유가 백 대표 운영하는 가맹점이 손님 다 뺏어간다고 하더라. 연 300~400개씩 하지 말고 출점 제한할 수 없느냐”고 했다가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헷갈리는데 먹자골목은 자유경쟁시장”이라며 “프랜차이즈는 골목상권 안 들어가고 먹자골목에 들어간다”고 지적당했다.

◆ 파행 정례화 된 ‘정쟁 국감’ 모습도 여전해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를 감사하는 자리지만 대체로 여당은 정부를 두둔하려 들고, 야당은 비판하다 보니 곧잘 정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띠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의정 자체를 보이콧하는 파행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이번에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위와 분리된 형태로는 처음 열린 교육위원회에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음에도 대통령의 인사 강행으로 임명된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겨냥해 제1야당인 한국당 의원들이 마치 청문회를 연상시키듯 피감기관 사무실 임대특혜 의혹 등 장관 개인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끝에 장관의 증인 선서도 거부하면서 전원 퇴장해버려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고 속개된 이후에도 끝까지 장관으로 인정 못하겠다면서 차관에게 대신 질문하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반면 16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선 거꾸로 한국당 의원이 표적이 되면서 파행을 맞았는데 이번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비인가 재정정보 무단 유출 논란에 휩싸인 심재철 한국당 의원을 꼬집어 “심 의원은 공정을 기할 수 없는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재정정보원 국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가 양당이 충돌해 결국 정성호 기재위원장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감사 중지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법사위 국감의 경우엔 3일 연속 파행을 겪을 정도로 진통을 겪었는데, 첫 날인 10일부터 한국당은 대법원 국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중 공보실 운영비 수령 문제를 들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대면 질의를 요구하다가 이에 항의하는 여당과 격돌하면서 끝내 파행이 일어났다.

이튿날에도 한국당은 새로 임명된 이석태, 이은애 헌법재판관이 좌편향 됐다는 지적과 함께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 책임을 놓고 민주당과 다투다 또 국감이 중지됐고, 12일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 처벌 받은 강정마을 주민을 문 대통령이 직접 사면하겠다고 공언한 발언을 놓고 ‘사법권 침해’ 공방이 벌어진 끝에 다시금 정회가 선포됐다.

또 파행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외통위에선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사안, 과방위에선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의 김경수 경남지사 증인채택 문제 등 정치적 성격이 강한 의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사실상 ‘국정감사’라기보다 ‘정쟁의 연장선’이란 인상만 강하게 남겼다.

그중에서도 그 절정이라 할 만한 장면은 16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장에서 나왔는데,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지난 지방선거에 북미정상회담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라고 질의한 이채익 한국당 의원의 질의는 “북미정상회담 주체는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란 여당 의원의 비아냥을 초래했다.

이미 지방선거는 1년 전 일자를 결정한 데 맞춰 준비해온 데다 북미정상회담 일자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북미 양측에서 결정한 사안인 만큼 현실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하지만 이런 부분도 고려하지 않은 채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 ‘보여주기식 국감’ 비판 속에 일부 ‘이슈화 성공’ 사례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호통 국감, 정쟁 국감 외에 단골 소재인 보여주기식 국감이란 비아냥 역시 이번에도 다시 나왔는데, 박성중 한국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 가정용 AI 로봇을 들고 나왔다가 10여 차례나 시동어를 외쳐도 인지를 못해 폭소가 일어난 건 차라리 귀여운 편에 가깝다.

한국당의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돼 ‘과잉 대응’ 논란이 일어났던 퓨마 사건을 소재로 지난 10일 정무위원회 국감에 “퓨마와 비슷한 것을 가져오고 싶었는데 고생시킬 것 같아 (대신) 한 번 보시라고 작은 동물을 가져왔다”며 벵갈고양이를 데려왔다가 도리어 본인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비록 기대했던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퓨마를 강조하고자 벵갈고양이까지 데려왔을 만큼 “9월 남북정상회담 하는데 눈치 없이 퓨마가 출몰해 인터넷 실시간검색어 1위를 계속 장식하자 NSC가 소집돼 청와대 관계자와 화상회의를 연결했다”던 김 의원의 주장은 “(당일) NSC 소집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곧바로 반박 받으면서 무색해졌고, 급기야 동물 학대란 비난만 쇄도함에 따라 이를 해명하는데 급급해져 버렸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 역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첫 날인 지난 10일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단기 알바를 채용했다”면서 과기부를 질타하는 과정에서 손잡이 없는 맷돌을 내보이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 역시 이목을 끌긴 했으나 해당 내용과 관련된 근거였다기보다 ‘비난 표현’ 자체를 설명하는 소재여서 주객전도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그럼에도 다음 날인 11일엔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이란 대형피켓을 내걸고 전날에 이어 시각적 효과를 노렸다가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나서야 철거했는데, 이밖에 바른미래당에서도 16일 김수민 의원이 문화재청 국감 자리에 개량한복을 입고 나오는 등 예년처럼 관심 끌기 위한 ‘보여주기’ 국감에 치중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나타났다.

하지만 국감이 진행된 지난 일주일 동안 좋은 의미로 이슈를 모은 사례가 아예 없던 것만은 아니었는데, 교육위 소속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사안보다 일반시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사립유치원을 파헤친 끝에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유치원 원장들이 사적으로 유용한 비리 등을 폭로해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민사소송 경고를 받았음에도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비리 유치원 목록을 공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도 의원들 간 희비는 저마다 엇갈리고 있는데, 앞으로 남은 국감 기간 동안이라도 의원들이 정치적 쟁점보다는 ‘민생’ 부분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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