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폐지 원했는데 나도 공매도 하라니”

최종구 금융위원장 / 시사포커스DB
최종구 금융위원장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1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개인투자자도 공매도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매수 후 매도하는 일반 거래와 달리 차입 매도 후 매수하는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시장과 시스템 자체가 정보력이 높은 기관, 외국인들에게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이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던 중 지난 2018년 4월,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했던 삼성증권이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배당했고 일부 직원들이 이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12%나 하락한 이른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터지며 참다 참다 못한 국민들은 공매도 금지 국민청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청원은 24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고 5월 3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증권 사태는 공매도 제도의 문제가 아닌 단순 사고”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배당시스템과 주가매매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7월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으며, 이번에는 거기서 더 나아가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를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인터넷에는 개인 공매도를 비판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 주식 커뮤니티 캡쳐
인터넷에는 개인 공매도를 비판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 주식 커뮤니티 캡쳐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공매도 제도 보완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던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개인 공매도 관련 비판글이 넘쳐나고 있고 공매도 폐지 국민청원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공매도 제도가 신용이 높은 차입자에게 유리하다며 태생적인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금융당국과 최 위원장은 공매도 폐지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 주식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개인공매도 확대 선언으로 아예 운동장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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