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거부에도 유승민등 바른정당계에 ‘보수통합’ 러브콜 지속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 오세훈 전 서울시장(중), 원희룡 제주지사(우) 등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 오세훈 전 서울시장(중), 원희룡 제주지사(우) 등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협위원장 교체 등 당 쇄신작업을 앞둔 자유한국당이 보수 단일대오 필요성을 역설하며 내년 전당대회 전까지 본격 세 불리기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정부여당이 김정은의 서울 방문 등 향후에도 국민 이목을 끌만한 카드를 몇 가지 갖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현재 별 다른 지지율 반등 요인이 없는데다 내년 전대에도 당내 인사들만 거론되면 식상하게 비쳐질 수 있어 일단 원외 후보를 영입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판도 키우려는 심산으로 보이는데 그간 이미 여러 차례 꺼내왔음에도 끝내 성사되지는 못해 이번 역시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아니면 정국 반전의 승부수로 작용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밑져야 본전? 孫 거부에도 계속되는 한국당의 ‘바른미래’ 러브콜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의 단호한 거부와 원색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접촉 의사를 밝히는 등 최근 계속해서 ‘보수통합’ 러브콜을 보내며 바른미래당을 흔들고 있다.

이에 반해 판문점 비준안 처리 등을 비롯해 각 사안마다 정체성 문제가 불거지며 그간 진통을 겪어온 바른미래당은 한 자리 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내부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한국당에서 손을 내밀어 자칫 당 분열 사태로 비화되는 건 아닌지 잔뜩 경계하고 있다.

앞서 전원책 한국당 조강특위 외부위원이 지난 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다당제는 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다. 지금처럼 절박한 때에 보수가 분열돼선 희망이 없다”며 “통합전대를 통해 보수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 국민의 뜻이 그렇다”고 호소한 바 있는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한국당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당은 분열될 것”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럼에도 전 위원이 11일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곧 접촉할 계획”이라며 “저의 일정이 언론에 노출된다면, 그분을 주목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군불을 떼자 손 대표는 12일 “지금 한국당은 제대로 된 보수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다음 총선에선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며 “바른미래당의 중진 의원들은 개혁보수·중도개혁을 추구하는 분들인 만큼 전 변호사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각을 세웠다.

여기에 과거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하태경 최고위원은 같은 날 “음흉한 공작정치를 중단하고 차라리 저하고 보수 혁신에 대해 1대1 끝장토론을 하자”며 전 위원을 향해 역공을 펼쳤다.


이 같은 신경전만 계속되자 몸이 달았는지 급기야 현 한국당 지도부인 비대위까지 전면에 나섰는데,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통합을 위해 한국당은 당명 개정, 지도체제 변경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겠다”며 “바른미래당과 야권 재편 주도권을 갖고 싸울 생각이 없으며 서둘러 손 대표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유승민 전 대표와도 회동을 갖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15일 “손 대표도 행사장에서 자주 만나는데 통합에 관한 문제를 얘기한 적이 없다. 다른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는 있으나 비대위원장 차원에서 접촉은 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물리적 통합을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 협력방안을 얘기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나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재론의 여지도 없었는지 줄곧 완강한 태도로 나왔는데, 15일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도 한국당을 향해 “쇄신부터 해야지 무슨 야당 통합인가. 야당 통합을 앞서 얘기할 자격이 없는 정당”이라며 “지금 우리는 한국당과 통합이라는 건 전혀 없다. 지금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가라”고 배수진을 쳤다.

비록 소속의원들의 거취가 어떤지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듯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이라고 손 대표 스스로 가정했을 만큼 불확실한 당내를 다잡기 위해 단호히 배수진을 치는 것 외엔 지금으로선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대당 통합도 아니고 당권조차 쥐지 못한 이들이 한국당의 러브콜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탈당하게 될 경우 그저 내년 전당대회에서 한국당의 ‘새 판짜기’용 장기말로 활용될 뿐이란 경고이기도 하면서 구 바른정당 등 보수 성향 의원들이 없더라도 원내교섭단체 자격은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한국당이 이제 와서 거듭 주장하는 데에는 자당 쇄신 결과가 ‘특정 계파’ 축출이란 ‘뺄셈 이미지’로 비쳐질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역풍을 미리부터 ‘보수통합’이란 덧셈 이미지로 덮어 최소화시킬 수 있고 자신들의 양보에도 바른미래당이 통합을 거부했다는 명분 역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만일 성사되기 어려워 보이는 이 제안을 바른미래당 일부에서 받아들인다면 그때는 도리어 한국당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를 비롯한 구 바른정당 출신 보수 성향 의원들이 한국당의 러브콜에 응해 탈당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를 비롯한 구 바른정당 출신 보수 성향 의원들이 한국당의 러브콜에 응해 탈당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즉, 보수통합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분열되는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구 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복당하게 되면 친박계의 반발이 다시 일어나 한국당 내 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는데, 그런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한국당 비대위가 이런 제안을 했다는 건 유 전 대표가 들어와도 그가 주도권을 잡기에는 당내 입지가 약해 힘을 잃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현재 정계개편 외엔 국면을 전환시킬 만한 변수가 별 달리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진짜’는 영입 카드? 한국당, 황교안·오세훈·원희룡 등 접촉 나서

그런 면에서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보다는 근래 추진하고 있는 원외 거물급 인사 영입 쪽이 순서상 보수통합을 위한 현실적 카드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부터 비박계 출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벌써부터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단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입당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선 범보수 대연합이 이뤄져 힘의 결집을 통해 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내달 초 황 전 총리와 회동키로 하는 등 물밑작업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황 전 총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를 뵙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 이상으로 진전된 건 없다”고 밝혔으나 당 지도부인 비대위에선 앞으로 수차례 만나서라도 일정을 조율해 입당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오 전 시장의 경우에도 이미 근래 언론 노출이 잦아지며 활동 재개에 나서는 가운데 최근 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입당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지난 14일 한국당의 향후 지도체제 형태와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는 등 점점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르면 이달 말쯤 입당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일 “재임 기간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했다. 도민들이 원한다면 4년간 당직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했던 원 지사에 대해서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곧 제주도로 찾아갈 예정”이라고 조선일보를 통해 밝히는 등 영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 15일 비대위 회의 직후에도 김 위원장은 “야권이 제각기 분열돼 움직이는 게 맞느냐”며 “협력해서 국정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는 맥락에서 이런저런 분을 접촉해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 초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보니 현 시점에 이들이 입당하게 되면 결국 당권주자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벌써 적지 않은데, 이미 이를 염두에 뒀는지 한국당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은 15일 ‘당원·당직자·당협위원장·국회의원 여러분께 드리는 고언’이란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도부도 아닌 조강특위에서 당 향방에 대해서까지 입장을 내놓는 건 권한 밖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없진 않으나 당 쇄신 과정에서 인적청산을 내세우다 계파 갈등 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보다 인물 영입에 방점을 둬 내년 초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지도부의 판단과 맞물려 나온 일종의 지원사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 긴장감 높아진 김무성·홍준표, 출마는 어떻게?

거물급 원외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김무성(좌), 홍준표 전 대표(우) 등 기존 당내 당권주자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한국당이 새로이 거물급 원외 인사들 영입에 나서면서 김무성(좌), 홍준표 전 대표(우) 등 기존 당내 당권주자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처럼 내년 전당대회를 고려한 듯 거물급 인사들과의 접촉에 나서면서 기존 당내 당권 주자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현 지도부는 당 내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이들과 관련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분 저분이 출마해 혼란한 상황이 온다면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에게 불출마를 권유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김·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제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그런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법률적으로나 가능하겠느냐”며 “정치력이나 설득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지 누구의 피선거권을 제약하는 게 바람직하겠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비록 김 위원장에 비해 전 조강특위 외부위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홍 전 대표의 출마와 관련 “본인들이 큰 그릇이라면 빠지고 끝까지 고집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라며 보다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원외 출신인 홍 전 대표와 달리 김 전 대표는 당내 입지가 탄탄한 주류 세력인 만큼 당 지도부에서 새로운 인사로 친박 색채의 황 전 총리를 데려 올 경우 그저 손 놓은 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조강특위의 인적쇄신 역시 가장 약한 고리인 홍 전 대표 측 당협위원장들을 정리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지지 않겠냐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이 과정에서 홍 전 대표 재임 시절 새로 임명됐던 60여명의 당협위원장이 우선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