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호 침몰 비하인드 스토리

끝없는 지지율 하락···범여권의 신임 못 얻어 결국 숙청됐나?
노무현 대통령 ‘민주평통’ 발언은 고건신당 좌초키 위한 신호탄
피터지는 범여권 대권주자 전쟁 시작···숨겨진 대권후보 가시화?



▲ 고건 전 국무총리
고건호가 격침됐다. 누구의 공격도 아닌, 스스로 무너졌다. ‘본지 290호, 2006년 11월 23일자’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답보상태의 지지율, ▶여당인지 야당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이념적 스펙트럼과 ▶미미한 정치적 기반에 따른 여당내 지지부진한 의원들의 움직임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또 다른 숨겨진 이유가 하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에선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고 전 총리로는 대권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어 숙청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
지난 노 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도 이와 무관치 않을뿐더러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내 의원들도 쉽게 뛰쳐나오지 못한 것도 고 전 총리의 자폭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여·야를 막론한 대권주자들의 주판알 튕기기가 시작됐다. 15%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던 범여권의 유력한 대권후보였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중도하차는 범여권이 추진 중인 통합신당 창당 작업은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동력을 크게 상실한 열린우리당 신당파 의원들은 충격 속에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사면복권을 기다리는 한화갑 전 대표 또는 조순형 의원 체제로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왕좌왕하는 격이다.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보는 듯하다.

한편으론 고 전 총리의 대권불출마 선언이 오히려 약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대권후보들에겐 위기의식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한 범여권의 대권후보군이 미궁으로 치달음에 따라 향후 극단적 인물의 출현이 더욱 큰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건호의 자폭. 이에 따른 2007 대권구도의 변화를 살펴보자.


대선출마 포기를 유도했던 직접적인 원인은 ‘고 전 총리 기용을 실패한 인사’라고 규정한 지난 달 21일 노 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 정말 숙청됐나?
내심 영남세력을 먼저 아울러 지역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이후에 호남세력을 포괄하자는 것이 노 대통령의 생각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지지부진한 범여권의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그나마 부각돼있는 고 전 총리가 대권후보로 나선다면 영남표를 얻지 못해 필패할 것이란 말이다.
또 고 전 총리측에 쉽게 못 뛰어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도 이같은 노 대통령의 생각과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고 건 전 총리가 전격적으로 대권도전 포기를 선언하면서 여야 대선주자에 미칠 유·불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론 지지조사 1위 맹주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단 범여권의 부동층이 이 전 시장 쪽에 있는 만큼, 고 전 총리의 지지층 이탈은 이 전 시장의 몫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또한 호남에서 지지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고 전 총리의 지지층이 이 전 시장 측으로 옮겨갈 수 있는 관측도 있다.
만약 이러한 대세가 굳어지면 이 전 시장은 지지율은 더욱 확산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이도 많다. 한 정치평론가는 “경쟁자가 없으면 경쟁력도 없는 법”이라며 “자칫 이 전 시장의 독주체제를 만든 ‘경제’ 이미지가 묻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근은 “단기적으로는 이 전 시장에게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본다”이라며 “한나라당에서 아무나 나가도 승리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경계했다.

여론조사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화일보>가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 전 총리 지지층은 이 전 시장(42.6%)과 박 전 대표(24.6%) 지지로 옮아갔다. 이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1.1%) 지지를 합치면 고 전 총리 지지층의 3분의 2 정도(68.3%)가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이동한 셈이다.
물론 지지층이 겹쳤던 정동영 전 의장도 범여권내에선 실보단 득이 많았다. 정 전 의장이 13.3%로 고건 이탈 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것. 정 전 의장측은 ‘지금이 기회다’라며 들뜬 분위기이다. 그 뒤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8.6%), 김근태 의장(7.7%), 유시민 복지부 장관(5.5%),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언론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즉, 고 전 총리 지지자 가운데 절반을 넘는 53.9%가 한나라당 주자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이다.
물론 정 전 의장이 13.3%, 김근태 의장이 7.7%의 이탈표를 갖고 왔지만, 범여권 통합신당의 한 축을 잃은 상황에서 이들의 지지율 상승은 더욱 혼란만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신계륜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치전선에서 오른쪽에 있던 큰 부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며 “큰일 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해 범여권의 허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범여권
범여권이 정계개편과정에서 내홍에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고 전 총리의 이탈은 통합신당창당의 원동력을 잃은 것과 같아 향후 범여권의 행보는 안개속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몰리고 있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여권에 뚜렷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었는데, 고 전 총리마저 빠져버림으로써 올 상반기 대선 국면은 한나라당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으로선 한나라당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고건+열린우리당+민주당+시민사회세력’이라는 정계개편 구상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추진은 각 계파 간 갈등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고 대권구도 마저 ‘제3의 후보냐, 당내 후보냐’로 난상토론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향후 범여권의 대권주자가 가시화돼도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분위기가 이 깔려 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또는 고 전 총리의 이탈표가 정·김 전·현직 의장들에게 몰려서인지 몰라도 우선 이 둘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정 전 의장은 고 전 총리의 지분을 일정 부분 물려받는 등 새로운 호남 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안팎에선 인물중심의 통합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이 둘 중심의 구도는 국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리 없고, 정당성마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토론회 하나가 열렸다. 고 전 총리의 지원모임인 ‘중도국민대통합 전국청장년연대’(중청련)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선 중도세력 통합을 계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김영환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물 중심보다는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이 우선”이라며 “역사의식을 갖고 중장기적 전망으로 재편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 전 총리라는 범여권의 강력한 구심점이 없어, 당분간은 ‘당대당 연대 또는 통합’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소수계파를 이끌고 있는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도 “우리나라의 정계개편은 유력한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뭉쳐 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치적 의견에 입각한 정당이 거기에 맞는 후보를 내는 것이 정상적 민주국가의 정도”라고 말해 ‘당대당 연대 또는 통합’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엔 왠지 초라함이 묻어났다. 고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1987년 양김의 단일화 실패, 199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 2002년 대선이후 분당과정 등을 언급하며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한 오늘의 참담함 때문에 다시는 미래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참담함이 번진 범여권에선 다른 대권주자들도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지고 있다.

범여권내 가장 유력했던 대권주자인 고 전 총리가 기득권을 전면 포기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물론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또 다른 갈등요인만을 낳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대권후보들에겐 위기감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은 무언의 압력과 같기 때문이다. 춘추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범여권. 그들의 대권후보군이 미궁으로 치달음에 따라 향후 숨겨진 대권후보의 출현에 더욱 목마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숨겨진 대권후보 모습 드러내나
숨겨진 대권후보는 곧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다음대권은 영남출신’ 발언과 최측근인 안희정 씨의 ‘낙동강’ 발언으로 인해 영남출신 후보에 더욱 무게가 쏠리고 있다. 범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 전 총리의 숙청이 노 대통령을 비롯한 범여권의 기존 세력들에 의해 무너진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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