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익스체인지, 내년 D램 20%, 낸드 30% 하락 전망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반도체 고점론에도 최대 실적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격↑ 연말까지 호황 지속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삼성전자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에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가 신통치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 코리아’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압도적이라 가격이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공급조절을 통해 시장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어 낙관론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고점론 현실화 우려…D램 20%, 낸드 30% 하락

1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고점 논란은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최근 발간한 시황 보고서에서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낸드플래시는 25∼30%가 하락할 것이라 전망하면서 재점화 하는 모양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양사의 수출 규모는 국내 수출 전체의 22%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경우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낄 수 있어 반도체 고점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는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아직 잠정실적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평균치)로 매출 11조7880억원, 영업이익 6조2855억원을 전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5.53%, 영업이익은 68.20%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53.32%를 기록 전년동기(46.13%) 대비 7.19% 늘어날 전망이다.

양사 모두 최대 실적을 기록해도 주가 흐름은 이와 정반대다.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직후 장 초반 5만3900원 오른 주가는 11일 기준(4만3100원) 20.0%까지 추락했다. SK하이닉스는 5월 25일 장중 9만7700원까지 오른 주가는 11일 기준(6만9000원) 29.4% 추락했다.

최대 실적에도 이처럼 주가가 신통치 않은 것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반도체 고점론이 지난해 말에 이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반도체ⓒ케이티이미지뱅크
반도체ⓒ케이티이미지뱅크

◆고점론에도 삼성·SK하이닉스 비웃듯 최대 실적 기록

고점 논란은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시작은 지난해 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반도체 고점론에 불을 지폈는데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다.

9월 모건스탠리는 “D램 수요가 줄고, 재고는 늘어나 가격 인하 압력이 지속되고 있고 낸드플래시 역시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어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 비관 전망을 내놓았다.

비관론 전망대로 흘러가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중 80%에 육박하는 반도체 실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도 D램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부터 최근 3분기까지 양사의 영업이익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비관론과는 반대로 D램 가격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보합세를 기록한 덕분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신제품이 구형과의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데다 서버용 D램 출하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최근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출하 차질로 인해 메모리 수요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꼽았다. 게다가 최근 반도체 업계 주가 하락은 미·중 무역전쟁, 금리 상승, 서버 분야 슈퍼마이크로 마더보드 해킹칩 논란 등 부정적 요소가 잇따라 터지면서 반도체 업황 비관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반도체 낙관론엔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권가에선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부문 실적은 가격하락이 크지 않아 2019년까지 견조할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된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반도체는 4Q부터 DRAM 가격이 소폭 하락하겠지만, 업계에서 제한적인 신규 투자를 할 것으로 보여 2019년 연간 가격 하락폭은 1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NAND 역시 최근 재고 소진 및 저렴해진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개선되고 있는 점이 내년 수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IBK투자증권의 김운호 연구원은 “D램 가격은 4분기에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나 물량은 3분기에 크게 증가하고 4분기에는 소폭 증가해 연간 20% 초반 증가가 전망된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서버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라며 “일부 업체들의 수요 감소를 타업체들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 낸드는 가격 하락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매출액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CEO도 수요가 늘고 있어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조정이 있다고 하지만 일시적이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2014년 대비 2020년에는 처리 해야 할 빅데이터 양이 50배 이상 증가하게 될 것이고, IoT 기기에서 확보한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컴퓨팅 기법을 갖춘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도 지난달 1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18' 행사에서 “올 4분기까지는 (업황에) 큰 변화가 없을 ”이라며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D램 계약 가격은 큰 변화가 없다”고 반도체 고점론을 일축한 바 있다. 최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 센터를 앞다퉈 짓고 있어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가격도 급증해 연내까지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낙관론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로 올해부터 2023년까지 전세계 서버 출하량이 연평균 14%씩 성장할 것이라는 디지타임스 리서치 전망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신규 반도체 공장 M15 준공식을 개최한 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충청북도 청주에서 신규 반도체 공장 M15 준공식을 개최한 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초격차’ 기술로 공격적 시설 투자 ‘불황은 없다’

업계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 투자를 통한 ‘초격차’ 기술을 꼽는다. 품질은 높이면서도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경쟁사 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청주 M15 공장 준공식을 갖고 연말부터 72단 3D(3차원) 낸드플래시와 함께 현재 개발 중인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도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상반기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시설 부문 투자에 8조96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작년동기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업계는 낸드플래시가 공급 초과 현상을 빚고 있어 가격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성장 추이를 감안하면 수요 생산량을 늘려야하기 때문에 가력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망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박성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자체는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겠지만 72단 생산이 증가될 경우 원가 절감으로 가격하락 상쇄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을 겨냥해 이천에 EUV 장비를 갖춘 M16 생산라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첨단 미세공정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한 라인을 화성에, 2기 메모리 라인을 평택에 각각 건설 중이다. 중국 시안에 기존 V낸드·패키지 라인 외 두 번째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