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교체 이후에도 ‘5·24 해제’ 강경화, ‘국보법 재검토’ 이해찬 구설수 올라

최근 경솔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강경화 외교부장관(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최근 경솔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강경화 외교부장관(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최근 연이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실수인지 고의인지 그 태도가 상당히 경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잦은 설화로 곤욕을 치렀던 인사는 송영무 전 국방장관이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했던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물론 집권여당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연이어 실언을 하면서 정치권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 자신감 표현? 이해찬의 ‘장기집권 발언’, 정치권 뒤흔들어

근래 들어 정치권에 논란을 일으켰던 발언으로는 먼저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방문한 평양에서 북측 인사들과의 환담 중 나왔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보법 재검토 및 장기집권 관련 발언이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참석차 평양을 방문해 고려호텔에서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30여 분간 면담한 가운데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며 장기집권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냈다가 야권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미 당 대표 당선 전부터 20년 집권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데다 지난달 17일 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에선 아예 “앞으로 대통령 10번은 더 당선시키겠다”며 ‘50년 집권’ 의지까지 내비친 그였던 만큼 사실 새삼스러울 건 없다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 생전에 정권을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고 북한까지 가서 공언하는 건 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해당 발언과 관련해 야권에선 즉각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는데, 자유한국당의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인식에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독선이 깔려 있다. 반민주적인 장기집권 망상”이라며 “민주당 홀로 장기집권을 꿈꾸는 한 협치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권은 뺏고 안 뺏기고 할 대상이 아니라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물론 이 대표가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방북 당시에도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됐다”고 주장한 데 비쳐 이번 발언 역시 남북 교류의 지속성을 위해 장기집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내놓은 것이었지만 바른미래당에서조차 김삼화 수석대변인이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비치는 발언을 자꾸 내뱉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여기에 김관영 원내대표까지 7일 국회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집권당 대표답지 못한 속 좁은 마음”이라며 “한반도 평화란 한 정당이 독점해선 안 되는 초당적 이슈로 접근해야 대한민국 전체를 껴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급기야 대북 평화 교류에 다소 우호적인 하태경 최고위원마저 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여당 대표는 국회회담을 성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이라며 “이 대표가 장기집권 이야기를 계속 한다면 남북 국회회담에서도 남남 사이의 정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는데, 일단 여당인 민주당은 홍익표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당의 목표는 정권 획득”이라며 “하등 문제 될 발언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 李, 평양서 ‘국보법 발언’까지…여론의 ‘심리적 저항선’ 간보기?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재검토’를 염두에 둔 듯한 이 대표의 발언은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정치권을 들끓게 만들었는데, 그는 5일 평양에서 “남북이 종전에서 평화체제로 가려면 국보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보수야당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특히 한국당에선 공식 논평을 통해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이 실제로 존재하는 한 국보법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를 평양에서 표명한 것은 부적절하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고 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 부의장까지 성명을 통해 “적화통일 노선을 천명하고 있는 노동당 규약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국보법 존폐 문제를 북측 인사들 면전에서 거론하는 게 제정신인지 한심하다”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역시 홍 수석대변인을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은 일부 독소 조항에 대한 개정 논의를 해보자는 차원의 원론적 수준이었다. 당장 뭘 하자는 게 아니고 국보법을 포함해 화해 협력에 저촉되는 남북의 법, 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야권이 과도하게 확대해석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진화에 나섰는데, 9일 국회에서 가진 방북단·방미특사단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국보법 폐지나 개정을 이야기한 게 아니다. 제도 개선 이야기를 먼저 하면 본말이 전도된다”며 “대립과 대결구도에서 평화공존 구조로 넘어가기에 그에 맞는 제도와 법률의 검토가 필요하고 국보법도 그 가운데 하나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뿐 아니라 장기집권론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 20년 집권론을 강조했는데 제가 앞으로 20년을 살겠느냐”고 농담조로 반문했으며 뒤이어 홍 수석대변인도 장기집권보다 정권 재창출로 명명해달라면서 수습에 나섰다.

다만 국무총리까지 지낸 7선 의원 출신의 이 대표가 야권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휘발성 강한 의제를 거침없는 표현으로 꺼냈던 데에는 실언이라기보다 다분히 의도적이란 시각도 없지 않은데 방북 직전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정보 무단 유출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한국당을 한층 더 몰아붙이는 한편 내심 고려하고 있던 국보법, 장기집권 등의 발언을 노골적으로 표명해 여론의 반응을 떠봤다는 것이다.

이런 ‘간보기’식 발언으로 의심 받는 행적은 정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는데, 이번에도 이 대표가 10일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갑자기 ‘5·24 조치 해제’ 가능성을 질문하며 운을 띄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곧바로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마치 제재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정부여당 사이에 이뤄진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 강경화, ‘5·24 조치 해제’ 발언 일파만파에 뒤늦게 번복

사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권 당시 일어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왔던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안인 5·24 조치의 해제를 현 정부 장관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강 장관의 발언은 가볍게 여길 만한 게 아닌 것으로 평가됐기에 야권에선 즉각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내며 대응에 나섰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당장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적어도 천안함 피해 유족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라며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도 아닌 외교부 장관 발언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 장관을 몰아붙였는데, 해당 발언에 대한 취소와 사과 요구가 계속되자 강 장관은 “다른 관계 부처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는 뜻이었는데 잘못 발언 것 같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죄송하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아울러 외교부도 “남북관계 발전 및 비핵화 관련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보리 결의 등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관계부처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던 강 장관의 강변이 무색하게 1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5·24조치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 내 논의조차 없었던 사안을 강 장관만 헛다리를 짚어 불필요한 논란만 촉발시킨 셈인데, 바른미래당에선 김정화 대변인이 11일 해당 문답을 주고받은 강 장관과 이 대표를 싸잡아 “‘살아있는 동안 정권 뺏기지 않겠다’라는 등 가벼운 발언을 일삼는 집권여당 대표와 ‘북한의 핵 신고를 미루자’라며 일방적 제재 완화를 제안하는 외교부 장관의 ‘설익은 합작’은 불협화음만 내고 끝났다”라며 “한반도 격변기에 좌충우돌의 모습은 도움이 안 된다. 외교수장과 여당대표는 가벼운 입부터 냉정하게 살펴보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외교부가 5·24조치 해제 관련 주무부처는 아닌데도 굳이 질문했던 이 대표와 지체 없이 경솔한 답변을 했던 강 장관이 ‘사전 모의’했을 가능성을 꼬집은 논평인데, 이런 시각이 부담스러운 듯 여당에선 한낱 실수였다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11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제가 볼 때는 해프닝 정도였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무슨 사실에 대한 오인 이런 차원에 정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될 문제지 그 이상의 정치적 의도나 가치논쟁으로 번질 일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는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대북제재 해제에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강 장관이 거론했던 5·24조치 해제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직접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일축함에 따라 더는 언급 없이 해프닝 수준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는데, 다만 앞으로도 정부여당에서 계속 논란 있는 발언이 나올 경우 오해에 따른 실언이었다는 시각보다는 고의적인 떠보기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점차 얻을 수 있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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