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체 상황 돌파 위해 ‘결의문’ 발표…한국당 ‘요지부동’에 바른미래당은 난맥상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당일 일정의 방북을 마치고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 성과를 설명한 가운데 그간 판문점 선언 비준에 지지부진해오던 정치권에서도 일말의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범여권, 폼페이오 방북 결과 힘입어 판문점선언 비준 촉구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일 4번째 방북 이후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내비친 가운데 정치권에선 초반에 그 결과를 놓고 일부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예상대로 비핵화 진전이 있었다며 높이 평가했고, 심지어 바른미래당조차 김삼화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이에 상응한 미국의 조치에 대한 협의가 진행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에선 같은 날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고철인 영변 핵시설 폐기는 비핵화 조치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 절하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고 진전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 브리핑 내용이 나온 8일엔 한국당 역시 일단 기존 입장에서 다소 선회했는데, 일단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고 하고 2차 미북정상회담도 개최한다고 하니까 잘 된 일”이라고 했으며 김성태 원내대표도 “전적으로 환영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실무회담을 통해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면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고, 김 원내대표도 “문재인 중재외교가 평화체제에 서둘러 가면서 비핵화를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돌리는데,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어디 가더라도 신중하게 함께 가야할 사안이라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속도 조절을 거듭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계기로 여세를 몰아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까지 밀어붙이려는 듯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를 홍익표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전하면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비준 동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야당에 대한 설득 및 협의 등 국회 차원의 논의를 가속화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가 평화당의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 함께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국회의원 과반(152명)이 서명한 ‘비준 촉구’ 공동결의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비준 처리 협조에 부정적인 한국당과 여전히 입장을 통일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을 향한 압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수야당의 비준 반대 기류가 계속될 경우 표결을 강행 처리할 수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 원내대표는 일단 “표결하려 해도 직권 상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야당을 설득하고 계속 요구해 나가겠다”고 답했으나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등 향후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궁지 몰린 한국당, ‘이해찬 방북 발언’으로 방향 돌려 반격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8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양 발언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8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양 발언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같은 압박에 직면한 한국당에선 당장 “대처방안을 볼 때 아마추어적”이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감 대비 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범여권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 촉구 결의안을 꼬집어 “남북관계개선과 평화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얼씬도 말라는 식”이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이 문 대통령과 정치적 코드가 맞는 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 있느냐”고 응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할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아직은 비준안이 1차 관문인 외교통일위원회조차 통과하기 어려울 거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미 지난달 11일 국회에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외통위원장도 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는데다 상임위에서 안건이 상정되려면 과반 의원 찬성이 필요한데 이 역시 정원 22명 중 민주당 10명과 평화당 1명만 찬성할 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반대하고 있어 여태 외통위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한국당은 정략적 대응이란 역풍을 우려해 비준안 처리를 반대한다기보다 실질적 비핵화가 이뤄지기 이전엔 협조할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대신 공세 방향을 달리해 폼페이오 방북 직전에 이뤄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방북 발언을 꼬집어 역공에 나서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기 하루 전인 지난 6일까지 북한에 머물렀는데, 5일 평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화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고 남북 간 기본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국보법 재검토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과 만나선 “우리가 정권 빼앗기면 또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장 한국당에선 6일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보법 폐지를 추진하려는 의도라면 국민적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8일엔 김병준 비대위원장까지 비대위 회의를 통해 “왜 하필 거기 가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상사에게 보고하듯 그렇게 하고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거기 가서 각오를 다지고 하는지 때와 장소를 너무 가리지 않으신 것 아닌가 유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김성태 원내대표 또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대한민국의 보수타파에 장기집권으로 화답하는 그 정당대표가 문재인 친정집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정책의 오류를 명확하게 짚고 갈 것”이라며 북핵 폐기 촉구를 국감 5대 핵심 중점사업 중 하나로 꼽은 뒤 북한산 석탄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분명히 밝혀가겠다고 맞불을 놨다.

급기야 국회 부의장인 이주영 한국당 의원마저 8일 성명서를 통해 이 대표 발언을 겨냥 “대한민국 내부 갈등을 조장하는 북측의 의도 표출에 남측 집권당 대표가 대한민국 존망을 위태롭게 한 언동”이라며 “이해찬과 김영남은 북측의 통일전선 단일대호를 형성한 듯하다. 선거전략으로서 북풍유도를 위한 의도인지 몰라도 제정신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내달 개최를 목표로 여당이 추진 중인 남북 국회회담에도 서울 개최를 주장하는 등 사실상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다만 이 사안에 대해선 3차 남북정상회담 방북 때나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 때와 달리 바른미래당도 적극 협조할 의사를 표하고 있어 한국당이 끝까지 각을 세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판문점 선언 비준 놓고 ‘정체성 논란’ 재발한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 워크숍을 열고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협조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극명한 내부 견해차만 재확인했다.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 워크숍을 열고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협조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극명한 내부 견해차만 재확인했다. ⓒ바른미래당

이런 상황 속에서 외통위 ‘캐스팅 보트’로 주목 받는 바른미래당에서도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데 지난달 26일 김관영 원내대표가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서 등을 포괄적으로 비준하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입장을 내놨다가 같은 당 지상욱 의원으로부터 재신임 발언까지 들을 만큼 당내 의견 차가 간극을 좁히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하다.

지난 1일 의총에서도 결론 내지 못한 이 의제를 놓고 8일 오후 국회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까지 초청한 가운데 의원 워크숍을 열어 재논의하려 했으나 보수색이 강한 구 바른정당계 의원 일부가 비준 처리에 협조하려는 지도부와 초반부터 대립하면서 다시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구 국민의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는 8일 오전 최고위에서 “냉전적 안보관을 탈피하고 평화 프로세스에서 당당한 야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역설한 데 이어 오후 워크숍에서도 “바른미래당은 한반도 안전과 평화를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도 지상욱 의원이 “국가 안위가 걸린 문제인 만큼 향후 6개월을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따져보고 전략적 상호주의에 입각해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지 의원은 손 대표의 오전 회의 발언내용도 꼬집어 “오늘 손 대표가 ‘냉전적 안보관’을 얘기했는데 바른미래당에 냉전적 안보관을 가진 사람은 없다. 걱정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여기에 또 다른 바른정당 출신 이학재 의원까지 이날 워크숍에 통일부 장관을 초청한 점을 들어 “이미 국회 비준을 마음속으로 결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구나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맹공을 퍼부으면서 회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숭숭해졌다.

심지어 구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군 장성이었던 김중로 의원마저 “통일부 장관이 오면 따지고 싶었는데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 의원을 거들면서 점점 확전 양상을 띠자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이 회의 비공개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는데, 바른정당 출신인 오신환 사무총장이 “통일부 장관이 와서 얘기한다고 해 치우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달래면서 겨우 내홍은 진화됐지만 결국 협조에 나서든 그렇지 않든 분열된 당내 상황만 고스란히 노출시킨 셈이 됐다.

이처럼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 여부에 ‘키’를 쥐고 있는 일부 야당들이 모두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 조치를 연내 매듭지으려는 정부여당의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단 무조건 반대보다는 비핵화 검증이란 조건이 달려 있는 만큼 결국 미국이 얼마나 빨리 북한 비핵화 검증을 완료시키느냐가 정치권 난제를 풀어낼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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