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론’ 다시 꺼낸 한국당…바른미래, ‘자강’ 방점 두면서도 여지 남겨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좌)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좌)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정계개편 관련 발언들이 오랜만에 나오면서 다시금 보수대통합 성사 가능성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국면전환 ‘절치부심’ 한국당, ‘보수대통합’ 군불 떼기 시동

각종 현안 관련 쟁점에 묻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정계개편 이슈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다시 제기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당 쇄신 차원의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에 대한 전권을 위임 받은 전원책 조강특위 외부위원부터 강력하게 보수대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 사안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 위원은 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절박한 때 보수가 분열돼선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국민의 희망이 바로 보수를 통합해 단일대오를 갖추는 것”이라고 보수대통합을 강조했다.

특히 전 위원은 바른미래당까지 함께 하는 통합전당대회도 염두에 둔 것으로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도되면서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을 맡은 그가 사실상 바른미래당 내 보수 의원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는데, 일단 그는 자칫 내홍을 촉발시킬 수도 있는 이런 시각과 관련해선 “바른미래당을 위해 자리를 비워놓는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전 위원은 “후임 전당대회가 통합전당대회가 아닌 단일 전당대회로 가서 새 당 대표가 선출된 뒤 그분이 (당을) 분리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주장했는데, “이념이 대중화되어 있는 선진 민주주의가 아니니까 다당제를 한다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범자유주의 진영이냐, 범집산주의 진영이냐에 따라 양당제로 가야 하지 않냐”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조강특위가 당 지도부도 아니고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을 주제넘게 얘기하는 것도 넌센스”라고 전제하면서도 “방향만은 천명할 수 있지 않겠나. 나눠져서 바다로 흘러가는 강은 없고 결국 합치기 마련이니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런 ‘개인적 차원’의 목소리에 지난 1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호응했는데, “이 분들(보수층)의 큰 소망이 범보수 내지 범우파의 결집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동의한다”며 “좀 더 통합적이고 하나가 되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통합전대론을 공개 지지했다.

이미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되기 하루 전인 지난 7월 15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공부모임에 초청 받아 참석한 적이 있으며 이 자리에서도 보수 대통합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 바 있는데, 지난달 중순엔 아예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도 서울 모처에서 만나 보수 세력 재건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점차 범보수 통합에 시동을 거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시큰둥한 바른미래당, ‘독자 생존’ 우선…여지는 남겨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 전 대표 등이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 있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 전 대표 등이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 있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하지만 문제는 바른미래당 측 반응인데, 정부여당에 대항해 야권이 통합하는 정계개편이란 일반론적 측면에선 공감하면서도 그 범위와 시점을 놓고선 이견을 보이면서 일단 당의 생존을 우선하는 ‘자강론’ 쪽에 보다 방점을 찍고 있다.

더구나 한국당에서 언급한 통합전당대회에 대해선 자칫 거대정당에 그대로 흡수될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조차 지난 4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당대회가 내년 2월이나 1, 3월 이때 열릴 것 아니냐? 그때 벌어질 싸움을 생각해보면 한국당은 보수 세력의 중심이 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손 대표는 “그냥 ‘보수를 재건하겠다’라고 하는 건데 우리는 지금 보수가 재건돼서 중심에 서는 게 아니라 중도개혁세력으로 개혁보수가 통합되고 거기에 개혁되고 미래지향적인 진보가 통합돼서 새로운 정당정치를 만들어야 된다는 이런 생각”이라며 “그래서 바른미래당이 지금 의석수는 작지만 통합의 정신을 갖고 개혁의 정신을 가진 이 세력이 앞으로 정치개혁의 중심이 돼야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는 창당 배경부터 다른 정당이다 보니 이념적 스펙트럼에 있어서도 소위 ‘진보’까지 아우르겠다는 의미인데, 보수층만 대상으로 결집하자는 한국당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고 중도보수로 구성된 바른미래당에서도 손 대표는 ‘중도’에 한층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당장 내년 초에 있을 한국당과의 통합 전대는 사실상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유승민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줄곧 보수 정체성을 강조해왔던 데 비춰보면 이들이 탈당을 포함해 별도로 추진하려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데, 손 대표는 이런 시각에 대해 “유 대표가 그렇게 허튼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보수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 정치 미래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 당장 한국당에 들어가 뭘 하나 해보겠다, 이런 얕은 생각을 할 분은 아니라 본다”고 단호히 일축했다.

물론 유 대표 본인이 현재 당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채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으나 유승민계 지상욱 의원의 경우 “보수는 대통합해야 한다는 일반론엔 동의하나 보수 세력을 다 끌어 모은다고 통합이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밝혔고, 이학재 의원도 “보수 우파의 개혁과 통합은 중요하나 그 방법이 문제”라고 지적한 데 비쳐 분명한 밑그림이 나오기 전까진 이쪽에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란 거대양당에 치이는 상황에서 자당의 생존을 위해 다당제 중심의 선거제 개편에 현재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보니 일차적으로는 야권 통합이 아니라 각 당이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도의 정계개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바른미래당에게 정계개편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 볼 사안인데, 손 대표도 지난 2일 취임 1개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 우선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확립에 매진할 것”이라며 “한참 뒤에 새로운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해 정계개편은 시기상조고 그저 ‘나중 이야기’임을 재확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도 앞으로 정치개혁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민주평화당도 마찬가지고 한국당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여 설령 정계개편이 추진된다고 해도 비단 한국당만이 아니라 민주당과 평화당까지 포함시킬 의사까지 내비쳤다.

그렇지만 당장 판문점 비준 동의안 처리 같은 개별 현안을 놓고도 당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이념적으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는 점에 비쳐 이런 진보진영까지 포함한 정계개편은 도리어 내홍만 부채질할 뿐 현실적으로 단행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그런 한계 때문인지 지도부 내에서도 한국당과의 통합에 일부 여지는 남겨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여 투쟁하는 과정에서 (한국당과) 정책 연대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당과 당이 통합하고자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자강하면서 연대하는 게 맞다만 정치라는 건 100%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긴 그렇다”고 밝힌 바 있다.

◆ 통합 키는 ‘한국당 인적쇄신’과 ‘선거제 개편’ 여부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사진)이 실시할 당협위원장 교체 등 한국당의 인적쇄신 작업이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가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오훈 기자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사진)이 실시할 당협위원장 교체 등 한국당의 인적쇄신 작업이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가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다 명분 없이 추진할 경우 정략적 차원으로 보일 수 있기에 양당이 이제 와서 통합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나 바른미래당의 회의적 시선을 불식시킬 만한 인적쇄신이 한국당에서 일어나거나 거대양당의 틈바구니 속에 생존을 위해 모색해온 선거제 개편이 한국당의 반대로 끝내 좌초될 경우 바른미래당에서 일부라도 보수통합론에 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일례로 한국당에서 전원책 조강특위를 통해 친박·비박·친홍 등 기존의 구(舊) 세력을 대부분 물갈이 하고 정치신인으로 채우는 대대적 개혁을 통해 바른미래당에 당대당 통합 명분을 마련해 줄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비대위라는 과도기적 지도부 하에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한들 내년 들어설 새 지도부에서 다시 뒤집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과연 이 ‘역풍’을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굳이 이런 요인이 아니더라도 현재 정당 지지율 면에서 두 당 모두 여당을 견제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고 1년 반 남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위기감은 한층 팽배해질 게 분명해 현실적으로 야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면 각 정파 간 해묵은 앙금을 접어두고 과거 주목받았던 제3지대 ‘빅 텐트론’과 같은 과정을 통해 통합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는 만큼 통합은 불가피하게 이뤄질 것이란 낙관적 시각도 없지는 않다.

이렇듯 야권발 정계개편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아직은 거리감이 있는 양당이 과연 내년 초까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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