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김병준의 인적청산 대행자? 표결권 놓고도 초반부터 ‘견제구’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가 4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 합류 공식 발표와 향후 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가 4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 합류 공식 발표와 향후 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미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쇄신의 일환으로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치를 단행한 이후 과연 어느 정도의 교체가 이뤄질 것인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조강특위, 출발부터 ‘삐걱’…인선 난항에 표결권 신경전까지

먼저 전 변호사는 4일 국회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 조강특위에 합류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내가 현실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원래부터 없었다”는 말로 운을 떼면서도 “그만큼 우리 보수가 절박한 입장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한국당의 영입 요청을 고사했던 전 변호사는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러브콜에 마음을 돌렸는데, 조강특위 구성원 7명 중 위원장을 맡는 김용태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성원 조직부총장 등 당연직 당내 인사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외부인사 선임에 대해서도 전 변호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권한을 전면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설가 이문열 씨, 이영애 전 판사는 물망에 오르자 거절 의사를 밝히는 등 예상외로 초반부터 인선에 난항을 겪으면서 본래 1일 완료될 것이란 관측을 깨고 조강특위 출범은 며칠 더 미뤄지게 됐는데, 일단 전 변호사는 명단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이견을 풀어나가는 성품과 청렴함 등을 기준 삼아 남성 2, 여성 1명의 외부위원을 모두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뤄진 KBS와의 통화에서 “젊고,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당의 계파적인 연결이 안 된 분들이 (외부위원을) 해야 잡음이 없다”고 말한 데다 전날 ‘한겨레’ 인터뷰에서도 “40대를 포함해 젊은 쪽으로 가는 게 좋다”고 밝힌 바 있어 기존 정치권과의 관계가 깊은 유명 인사들보단 젊은 신인 위주의 인선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전 변호사는 당 소속 위원들(3명)의 표결권 배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조강특위의 주 임무가 당협위원장 물갈이이고 차기 총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만큼 사실상 현직 의원까지 포함한 인적 청산할 권한을 달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당원위원장직이 통상 총선에 나갈 후보 1순위로 꼽히다 보니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교체하느냐에 따라 당내 구도 역시 뒤흔들려 내년 2월 열릴 차기 지도부 선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만큼 자연히 당내 위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텐데 외부인사에게만 표결권을 달라는 요구엔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당 소속 위원인 김석기 총장은 “외부 인사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존중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당내 의견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요구”라며 “조강특위의 외부 인사들도 당내 사정을 잘 아는 당내 인사와 함께 일해야 효율적이란 생각을 할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 당 쇄신작업, 방점은 인적청산인가 인재영입인가

결국 핵심은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한 이번 당 쇄신작업이 인적청산으로 작용할 것인지 여부인데, 친박과 비박, 친홍 등 기존 계파가 사실상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잘못 건드릴 경우 ‘특정 계파 쳐내기’로 비쳐져 자칫 내홍만 재발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이번 조강특위의 당협위원장 교체작업 결과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해 나올 지도부의 입장에 따라 뒤집힐 여지도 없지는 않으나 거꾸로 이번 교체작업이 차기 당권을 쥐게 되는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당협위원장 교체로 입지가 축소된 특정 계파는 당권까지 못 잡으면 사실상 총선을 기점으로 자연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유용준 기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유용준 기자

그래선지 몇몇 인사들은 벌써부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잠재적 당권주자로 거론되어온 홍준표 전 대표는 당장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과 북에서 합작해 핍박하니 마치 최인훈 소설 ‘광장’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홍 전 대표 자신이 대표로 재임하던 당시 당무감사를 거쳐 새로 임명됐던 60여명의 친홍계 당협위원장들이 이번 작업을 통해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반응으로 풀이되는데, 원외인사인 홍 전 대표는 자신이 임명한 당협위원장마저 물갈이 되면 사실상 당내 입지가 대폭 축소되는 만큼 이전처럼 재기하기는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특히 전 변호사는 평소 홍 전 대표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음에도 3일 파이낸셜 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여부와 관련 “그것은 본인 자유”라면서도 “선거 패배하고 곧장 복귀하는 게 홍 전 대표를 아끼는 입장에서 답답하다. 오히려 좀 더 내공을 쌓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두언 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의원의 경우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전 변호사의 쇄신 대상과 관련 “다음 전당대회 때 옛날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정부 때 지나치게 딸랑딸랑했던 사람들”이라며 “또 지금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적화통일 운운하면서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당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진박과 극우를 지목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지나치게 인적청산 쪽으로만 시선이 향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지난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김무성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친하지만 친소관계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저는 친할수록 더 냉정해지는 사람”이라면서도 “제가 소를 키우는 사람이지 소를 잡는 백정이 아니지 않나. 가장 좋은 건 한명도 희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줬던 비대위 내부 분위기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되는데, 4일 비대위 회의에서 박덕흠 비대위원은 “인적쇄신이란 게 휘발성 강한 주제이고, 잘하면 큰 득이 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오히려 독”이리며 “당협위원장 선정에 있어 ‘사람 몇 명 교체했느냐’라는 숫자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숫자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하게 또 다른 당협위원장을 임명한다면 그것은 한 당에 두 집 살림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뒤이어 “인적쇄신이 아니라 사실 새로운 좋은 인재들을 많이 영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쇄신이란 게 누가 나가는 게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인물들을 발굴하고 찾고 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는데, 전 변호사는 일단 이런 내부 기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재를 영입한다 해도 결국 기존 인원이 나가야만 자리를 줄 수 있고, 전 변호사가 권한을 가진 부분은 당협위원장직과 관련된 것뿐인 만큼 사실상 ‘인재영입’은 ‘인적청산’이 불가피하게 수반될 수밖에 없어 ‘특정 계파’를 겨냥한 조치란 지적을 피하려면 결국 교체 기준이 어느 정도 공정한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용태 조강특위 위원장도 4일 “그 어떤 경우에도 조강특위의 제1원칙은 공정”이라며 “이 공정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인사 선임에 있어서 전 변호사를 비롯한 외부인사 선임에 최대한 자유권을 주고 외부 인사들이 조강특위 안에 들어와서 활동할 때 그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비대위원장님이 하신 바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전 변호사 본인도 4일 기자간담회에서 “명망가 정치를 없애야 한다. 정책과 이념으로 뭉쳐야 하고 그 안에 정파가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한국당 안에서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친홍(친홍준표), 친김(친김무성)이니 하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탈계파적 시각으로 착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전원책 카드, 김병준의 차도살인? 성공 여부는 미지수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4일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4일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한편 전 변호사가 이렇게 전권을 행사하게 된 데엔 결정적으로 김 비대위원장이 이를 전면 수용하는 큰 결단을 내렸기 때문인데, 앞서 1일 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전권 위임키로 결정한 이유와 관련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법은 누가 봐도 신뢰할 수 있고 또 객관적인 생각되는 분들을 모셔서 그분들에게 전례 없는 권한을 주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본인도 원외 출신인데다 취임 초 당협위원장 교체 의지를 밝혔음에도 김 위원장이 굳이 전 변호사에 대신 ‘칼’을 쥐어준 건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를 의식한 ‘차도살인’적 태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이끄는 동안 당이 쇄신됐다는 인상을 주고자 계파에 관계없이 대규모 물갈이를 한 뒤 정치신인을 수혈하는 방식을 원하겠지만 본인도 원외에서 들어온 인사다 보니 일단 이런 조치를 단행하기엔 당내 입지부터 빈약한데다 혹여 특정 계파를 겨냥한 것처럼 비쳐질 경우 기성세력에 밉보여 대권 등 차기 정치 진로가 막혀버릴 가능성도 높다는 고민 끝에 전 변호사를 앞세우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기가 이렇다 보니 한국당 쇄신에 대한 야권의 시각은 회의적인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보수세력이란 게 무늬만 개혁으로 얘기해서 그게 제대로 우리나라 정치를 바꿀 수 없다. 인적쇄신도 전 변호사가 말하는 것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적쇄신에 의해 당 모습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주 일시적인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심지어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도 같은 날 TBS라디오에 나와 “김 위원장이 자기 손에는 물 한 방울 안 묻히면서 인적쇄신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전 변호사의 손에는 피를 묻히려 하지만 잘 안 될 것”이라며 “총선이 2년이나 남았고, 정기국회는 현역의원 중심인데, 전부 다 물갈이 한다고 하면 국회와 당이 돌아가지도 않는데 그 반발을 감당할 수 없다. 전 변호사가 실패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렇듯 다른 야당들조차 일찌감치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전 변호사는 늦어도 오는 8일 계파 연결 없는 인사들로 구성된 조강특위 인선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미 비대위에서 12월 말을 목표로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마치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앞서 일괄 사퇴 처리된 전국 251개 당협을 대상으로 당무감사위가 과연 촉박한 시한 내에 제대로 실태조사를 끝마칠 수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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