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청와대가 끝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임명했다.

이미 아들 병역면제, 딸 위장 전입, 남편 소득 축소 신고, 피감기관 건물 입주 의혹, 지방의원의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등 각종 도덕성 논란거리가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줄줄이 불거졌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반등한 국정 수행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초 바랐던 인선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심지어 교육 관련 전문성이 있는 인사도 아니고 그저 국회 상임위 경력이 거의 전부인 수준인데다 “차기 총선에 나서려면 기껏 1년 남짓 장관을 하는 셈 아니냐”는 야권의 지적에도 유 장관 본인조차 “임기는 인사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등 장기적 교육정책을 책임질 자세도 안 되어 있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오히려 청와대는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했다”며 두둔하기만 바빴다.

급기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인사 및 국정운영과 다른 게 뭐냐’는 지적이 나오자 집권 초반 그토록 외쳤던 소통과 협치는 어디로 갔는지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그게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오만한 답변만 내놓기에 이르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관이자 삼권분립의 한 축일 만큼 무시할 수 없는 게 국회임에도 그 목소리는 도외시한 채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일 만큼 존재감도 없고 유명무실한 인사청문회는 그럼 대체 왜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는 속담 그대로 과거 제1야당이던 민주당 대표로 재임했던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권의 ‘오기 인사’, ‘코드 인사’를 그토록 비판하던 게 무색하게 본인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건 과연 뭐라 설명해야 할까.

그나마 그 ‘불통’이라던 박근혜 정권에서조차 후보자 문턱을 못 넘고 낙마한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은 무려 11명에 이를 만큼 국회 청문회를 통한 야권의 날선 검증에 임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는데 현 정권에선 지금까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없었음에도 임명 강행했다.

물론 문 정권 들어서도 지금껏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 장차관급 후보 6명이 여러 논란과 야권의 반대에 부딪혀 낙마한 바 있지만 유 장관은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네 번째 국무위원으로 벌써 이 정도면 과거 정권을 비판하기 궁색할 지경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될 때 민주당은 ‘청문 절차를 요식행위 취급하느냐’며 국회 청문회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더니 지금에 와선 청문회를 가벼이 여길 만큼 가히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이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라 이미 지난해 3월 대선 경선을 치르던 당시 문 대통령 스스로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 면탈을 고위공직자 배제 기준인 5대 인사원칙으로 세우지 않았던가.

정작 본인이 인사기준을 세워놓고 이에 위배되는 후보들이 쏟아지니 입장을 번복한 데 이어 이제는 위장전입은 아무 것도 아닌지 아예 “인사청문회를 후보자 흠집내기 식으로 진행한다”는 볼멘소리나 하고 있다.

부디 문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난 이전 정권의 여러 과오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 이제라도 모든 일의 기준인 인사부터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자세를 가지기 바란다.

또 아무리 행정부 각료는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장차 국회 청문회 절차를 없앨 게 아니라면 이번 유 장관 임명 강행을 계기로 현재의 실효성 없는 청문회 기능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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