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불출마 선언이후 주가 치솟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성공한 경기지사직 업고 대권후보로 부각···그러나 지지율은 답보상태
고건 불출마로 범여권 ‘제3후보’로 급부상···본인은 “떠날 이유 없다”

▲ 손학규 전 경기지사.
최근 고건 전 총리의 대권불출마 선언에 따른 범여권의 파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특히 통합신당의 한 축으로 기대했던 그의 퇴장으로 범여권은 대안세력 부심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범여권에선 손학규 전 한나라당 경기지사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그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중도개혁대통합을 주장하는 범여권의 통합신당파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범여권의 통합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손 전 지사는 손사래를 친다. 그는 여권의 ‘러브콜’에 대해 “손학규 없는 한나라당을 생각해보라”며 “한나라당의 일반적인 색깔이나 인식이 더욱 한쪽으로 편향될 것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4년간의 경기지사직을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수행한 손 전 지사. 그는 어떤 구상으로 정치인생을 걸어왔는지, 향후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지, 그의 행보에 주목해 보자.


손 전 지사는 경기지사직을 며칠 앞둔 자리에서 “국민들은 차기 대선에서 어떻게 잘 살게 해줄 것인지, 어떻게 살아온 인물인지를 보고 대통령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한 경기지사
그의 이 같은 발언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 후 100일간 전국을 순회하는 ‘100일 대장정’, 버스토론 등을 거쳐 정책구상에 뛰어 들었다.

손 전 지사는 4년간의 경기지사 재임기간에 많은 것을 해낸 지사로 평가받는다. 그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에서 일하면서 대한민국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생각으로 도정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20%를 차지하는 경기도를 위해 외국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 R&D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교육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영어마을도 추진해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유수한 외국기업 115개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손 전 지사는 외국 첨단기업 유치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처음엔 수도권 규제 혁파 쪽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그것대로 해 나가더라도 주어진 조건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뭔가를 찾았다”며 “궁극적으로 어떻게 우리 경제를 살릴 것이냐는 고민이 바탕이 됐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 내 균형발전에도 힘쓴 지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연천, 포천, 가평 등 경기도 외곽지역의 고교 하나씩 선정해서 23억 원씩을 지원했다.

기숙사를 지어주고 어학실, 과학실험실, 원어민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 2년 만에 가평종고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다른 학교들도 대부분 성공했다.

손 전 지사는 이에 대해 “이제 공부 때문에 논 팔고 집 팔아서 서울 안가도 되겠다고 한다”며 “지역균형 발전을 하고자 하면 뭐가 핵심 고리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아쉬운 점은 많았다. 특히 중앙정부가 수도권, 경기도의 잠재력을 열어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국정과제가 균형 발전인데 오히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더 커졌다”며 “지방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는 “도지사 직에서 물러나면 민심대장정을 한다. 그 과정에서 각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도 챙기겠다. 지방분권을 제대로 하려면 예산 체계를 바꿔야 한다. 중앙에서 광역지자체에 내려가는 돈은 몇 천억 원이 되겠지만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에서 찔끔찔끔 주는 식이다.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경쟁한다. 전략적으로 집중 투자를 못한다. 그걸 다 모아서 통째로 도지사한테 줘야 한다. 근본적으로 예산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마을 설립도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손 전 지사는 “영어마을은 사립 학원이 아니다”라며 “공교육이고 의무교육이다. 수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닌 재정 지출의 문제다. 원어민 교사 확보도 좋은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뛰어난 경기지사직 임무를 마치고 한나라당내 유력한 대권후보로 각광받게 된다. 그러나 당내에는 탄핵정국부터 어려운 살림살이를 도맡아온 박근혜 전 대표와 청계천 등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버티고 있었다.

반면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고건 전 총리를 빼면 가시화되고 있는 대권주자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범여권의 스카우터들은 이때부터 제3세력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고, 당내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자신들의 중도개혁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지는 손 전 지사를 지목하게 된다.

범여권의 러브콜
신중식 민주당 의원은 최근 고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통합신당 전망에 대해 말하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날 “(손 전 지사의 범여권 오픈프라이머리 참여를 두고) 실질적으로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외곽의 새 인물이 곧 떠오를 것으로 보며 민주당 중심으로 외연 확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또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짜는 일은 당연히 제가 할 일”이라고 밝혀 향후 행보 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내 신당 강경파인 양형일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전 지사가 참여하는 것도 대단히 의미 있게 보고 있다"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의 지금 어떤 정치이념이나 정책노선과 과연 맞을 수 있겠나”라며 “그런 차원에서 통합신당이라는 큰 틀이 마련된다면 뛰어드는 것도 바람직스럽다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고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다른 신당파인 정봉주 의원도 최근 “손 전 지사는 자신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외연이 넓어진다고 했는데, (자신의) 정체성과 컬러로 한나라당 외연을 넓힌다는 건 개인적인 희망”이라며 “개혁 진영이 다시 새롭게 판을 짜는데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게 옳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이어 “나는 접촉하진 않지만,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분들과 인간적인 교류 관계는 지속적으로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혀 그의 영입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피력했다.

문제는 손 전 지사의 입장이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몇 차례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 “어떻게든 지역구도 타 파와 이념구도 타파에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제 과제이고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3지대 중도통합 세력으로 추대되면 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해 “통합정치에 대한 요구가 크니까 제가 적임자라고 보고 그런 말을 하는데 고마운 일”이라며 “어떻게 엮어내는가가 역할이고 한나라당을 통합할 수 있는 큰 틀로 바꿔내는 것이 당연한 과제”라고 말해 한나라당을 떠날일이 없음을 재차 밝혔다.

손 전 지사는 또한 “추대나 러브콜 보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우리 정치의 새로운 질서를 짜는 것이 할 일이고 내가 정치하는 의미”라며 “좀더 크게 지역적 통합을 꾀하는 게 당연히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내가 한나라당의 틀을 더 크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하고, 지역적으로도 커다랗게 탕평하는 모습을 보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지금의 시대정신인 통합,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는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계속해서 “손학규 없는 한나라당을 생각해보라”며 “한나라당의 일반적인 색깔이나 인식이 더욱 한쪽으로 편향될 것 아닌가”라고 답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나라당에 남을 터
손 전 지사는 자신의 통합신당 참여 가능성을 제기한 여권 의원들의 발언과 관련해 자신은 벽돌이나 나무 짝처럼 빼다 붙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며 탈당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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