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논란 일파만파에도 한국당 지지율은 하락세…민주당 판정승?

기획재정부로부터 비인가 정보유출 혐의로 고발당한지 하루 뒤인 지난 달 28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기획재정부로부터 비인가 정보유출 혐의로 고발당한지 하루 뒤인 지난 달 28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정보 유출 파문이 기재부의 고발과 한국당에서의 맞불 폭로 끝에 주요 정쟁 이슈로까지 비화되긴 했지만 정국을 뒤흔든 그 파장에 비해 점차 어느 쪽도 별 다른 실익을 보지는 못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 與 ‘불법유출’ - 野 ‘靑 업추비 부적절 사용’ 프레임 공방

당초 사건은 지난달 1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이 심 의원 보좌진 3명을 자료 불법유출(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한 데에서 시작됐는데, 앞서 심 의원실 측이 3일부터 한국재정정보원이 관리하는 디브레인 내의 재정분석시스템 비인가 행정정보를 열람하고 5~12일까진 아예 기재부 뿐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 대법원 등 37개 기관 자료를 약 190회에 걸쳐 다운로드 받다가 재정정보원 측에 적발돼 14일 자료 반납 요청을 받게 됐으나 심 의원실에서 끝내 거부하면서 결국 기재부가 사법 대응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심 의원도 18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재부 디브레인을 통한 해당 자료 입수 과정을 시연하며 해킹한 게 아니라 단순히 ‘백스페이스’를 두 번 눌렀는데 접속됐을 뿐이라고 항변했을 뿐 아니라 19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 등을 무고 혐의로 검찰에 맞고발했는데, 일단 검찰은 기재부의 고발을 먼저 접수했던 만큼 21일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심 의원의 사무실과 보좌진 3명의 자택부터 전격 압수수색했다.

문제는 국회 부의장까지 역임한 제1야당 중진 의원의 국회 내 사무실까지 검찰이 압수수색하자 당장 정치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물론 이젠 한국당 지도부까지 적극 나서서 사태가 점차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는데, 비단 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도 2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중진의원을 그렇게 함부로 압수수색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으며 문희상 국회의장도 야권의 압박을 받은 끝에 27일 검찰의 의원실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내놨다.

급기야 심 의원은 자신이 확보한 자료 중 청와대가 술집에서 사용한 내역이 있다며 본격 폭로전에까지 돌입했고, 이런 대응에 격분한 기재부에선 27일 공식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 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 등 자료의 외부 유출과 공개가 계속 반복돼 심 의원을 사법기관에 추가 고발하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심 의원을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한국당에선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한 것이지 불법 유출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오히려 기재부가 중요 정보 관리에 실패한 거라면서 책임을 묻는 한편 현직 국회의원을 고발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 개입 없이 기재부 혼자 이런 판단 못한다”며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청와대가 배후에서 지시를 내린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한국당은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자로 배치한 5명의 의원 중 최교일 의원 자리에 21일 심 의원을 교체 투입키로 조치한 데 이어 기재부가 추가 고발한 27일엔 심 의원 본인도 직접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 방침상 사용해선 안 되는 심야·주말 등에도 부당 사용해 그 규모가 2억원을 넘는다는 추가 폭로로 기재부에 응수했다.

이렇듯 정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띠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전면에 나서서 심 의원과 한국당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불법 자료유출도 모자라 기초적인 검증도 없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한 건 또 다른 범죄”라며 “민주당은 오늘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몰아붙였다.

여기에 홍 원내대표는 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공직자들이 쓰는 카드는 이른바 ‘클린카드’로 이것이 결제 가능한 업소가 지정돼 있어 이 대상에서 벗어나는 업소는 아예 결제가 안 되는데 마치 불법 결제된 것인 양 현혹하고 있다”며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가짜뉴스 생산을 두둔하는 건 공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야당 탄압이란 궤변은 그만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심 의원의 자료 입수 과정에 대해서도 “비인가 자료에 접속하려면 5단계 이상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클릭 몇 번 했더니 접속됐다’는 심 의원실 해명은 믿기 어렵다”며 “심 의원실은 기존 한 개의 ID 외에 지난 9월 4일, 5일, 12일에 세 개의 ID를 추가로 발급받아 8일 동안 190차례에 걸쳐 비인가 자료를 빼돌렸다. 시스템에 비정상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서 조직적으로 ID를 발급받아 자료를 빼돌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 증거”라고 심 의원을 한층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한국당 역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는데, 심 의원은 물론 김성태 원내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28일 ‘의정활동 탄압하는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은 신규 택지 후보지 8곳을 무단 공개했던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한국당이 고발장을 접수한지 20일이나 지난 1일에야 단행된 데 반해 심 의원에 대해선 고발장이 접수된 지 불과 나흘 만에 이뤄진 점을 들어 검찰 수사의 형평성 문제도 대정부질문을 통해 적극 제기하는 등 말 그대로 총공세에 나섰다.

◆ 김동연-심재철, 대정부질문서 격돌…결론은 감사원·사법부로

국회 기재위 소속의 심재철 한국당 의원(우)과 그를 검찰 고발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좌)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비인가 정보 유출 사안과 관련해 서로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국회 기재위 소속의 심재철 한국당 의원(우)과 그를 검찰 고발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좌)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비인가 정보 유출 사안과 관련해 서로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양측 충돌의 백미는 결국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부문 대정부질문에서였는데, 여야 양측이 자당에 불리한 주장이 나올 때마다 각각 고성과 야유를 퍼부어 마치 스포츠 경기장을 방불케 했고, 고발자와 피고발자로 마주한 김 부총리와 심 의원도 저마다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먼저 정부의 디브레인을 통해 정보를 취득한 방법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정상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고 한 심 의원의 주장에 김 부총리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라고 반박하자 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고, ‘감사관실용’이란 경고가 있는데도 다운로드 받은 건 잘못이라는 김 부총리의 거듭된 지적에 심 의원도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없었다. 시스템이 뻥 뚫려있었다”고 맞받았다.

이에 김 부총리는 “(심 의원 주장대로) 우연히 들어갔다고 치자. 그래도 6년씩 시스템을 활용한 분들”이라며 “백번 양보하더라도 190회 걸쳐서 최대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받아 공개하는 건 전혀 정당하지 않다. 적법성 여부는 사법당국에서 정리할 것”이라고 되받아쳤는데, 심 의원이 “(그럼) 언론들도 잘못 보도했나”라고 일갈하는 데 대해서도 “의원님이 정확한 사실을 확인 않고 공개한 게 빌미가 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김 부총리는 업무추진비가 심야에 술집 등에서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는 심 의원의 주장에도 “예산집행지침에 업무관련성만 설명되면 심야시간 등에 쓸 수 있다. 전수조사 결과 업종을 보면 (클린카드 사용이 제한된) ‘일반유흥주점’과 ‘무도유흥주점’이 아닌 기타일반음식점”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으니 결과에 따라 엄격히 처리하겠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도리어 김 부총리는 업무추진비 지적과 관련해 심 의원을 겨냥 “심 의원님이 국회에서 보직을 맡고 계셨을 때 주말에 쓰신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의원님 해외출장 중에 쓰신 유류비도 같은 기준”이라고 역공을 펼쳤는데, 심 의원 역시 당황하지 않고 “(그럼) 공개해봐라”라며 배수진을 쳤다.

결국 양측의 주장이 이전처럼 평행선만 그은 채 40분 가까이 진행된 설전은 끝이 났는데, 일단 심 의원 측에 대해선 자료 입수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를 유도했는지, 유출에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게 향후 검찰에게 있어 주요 관건이 될 것이고 심 의원이 제기한 정부와 청와대의 ‘예산 편법사용’ 의혹에 대해선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판가름 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느 한쪽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심재철 사태’ 파상공세에도 한국당 지지율만 하락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집계한 9월 4주차 정당 지지도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주 연속 상승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심재철 사태를 계기로 총공세에 나섰지만 홀로 2주 연속 하락해 완전히 희비가 엇갈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집계한 9월 4주차 정당 지지도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주 연속 상승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심재철 사태를 계기로 총공세에 나섰지만 홀로 2주 연속 하락해 완전히 희비가 엇갈렸다. ⓒ리얼미터

이처럼 아직 어느 쪽 책임인지 비록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정국을 뒤흔든 규모에 비해 이번 사태가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는 데는 별 다른 영향을 주진 못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정부여당의 판정승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는데, 리얼미터가 CBS의뢰를 받아 지난달 27~28일부터 전국 성인 1502명을 상대로 조사한 9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은 2주 연속 상승한 45.9%를 기록했고 한국당은 거꾸로 2주 연속 하락한 17%를 얻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조사기간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문 대통령이 미국에 설명하는 방미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이기에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힘입은 결과란 해석도 없진 않으나 이 기간 동안 기재부의 심 의원 고발로 한국당이 적극 ‘심재철 사태’를 쟁점화했던 만큼 민주당과 정의당, 평화당 등 진보진영 정당들의 약진에 비해 한국당만 전주 대비 1.6%P 하락한 이번 지표는 승패가 어떻게 나온 건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심 의원 사태 외에도 유은혜 장관 임명 강행과 판문점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 등 앞으로도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여전히 한국당에 반전의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자칫 모든 현안이 덮일 수도 있어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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