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70%, 국민 여론조사 30% 방침은 공통…대표·최고위원 선거는 분리

2017년 자유한국당의 간판을 달고 처음 치러진 7·3전당대회에 출마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당권주자들이 서로 맞잡은 손을 높이 들어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2017년 자유한국당의 간판을 달고 처음 치러진 7·3전당대회에 출마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당권주자들이 서로 맞잡은 손을 높이 들어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현재 원내 정당들 중 유일하게 대표가 없는 자유한국당에서 벌써부터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경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과거 당 대표 경선 사례를 통해 내년 초 열릴 전당대회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4년 치러진 7·14전당대회를 복기해보면 당시 비박계 수장 김무성 의원과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진검승부를 펼치면서 친·비박계의 주도권 혈투가 된 가운데 결과적으로는 김 의원이 당권을 쥐게 되고 친박계에선 홍문종 의원마저 최고위원이 되지 못해 사실상 친박계의 패배로 끝난 바 있다.

이때만 해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해 다득표 순으로 지도부를 구성함에 따라 서 의원과 약 8%포인트 차를 벌리며 29%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 의원이 당 대표에 올랐고, 뒤이어 서 의원과 김태호, 이인제 의원은 최고위원이 되었으며 여성 최고위원 몫엔 김을동 의원이 올라 집단 지도체제 형태로 운영된 바 있다.

특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지 않다 보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도 당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는데, 이인제 의원의 경우 선거인단에서는 1만 258표로 적게 받았으나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의원에 이은 2위인 19.68%를 얻으면서 전체 4등을 차지해 막차를 타게 됐다.

다만 당원 투표조차 당초 혼전 양상의 경합이 벌어질 거란 예상을 깨고 비박계인 김 의원(3만9553표)이 친박계 서 의원(2만8472표)보다 1만표 이상 얻는 압도적 득표를 하며 여론조사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앞섰기에 이전 2010년 전당대회 때 홍준표 의원을 겨우 2.2%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된 안상수 대표 체제 때와는 사뭇 다른 전개라 평가되고 있다.

또 당시 김 의원은 경쟁자인 서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당권 도전을 준비했다는 부분과 평소의 계파를 초월한 친화력, 경선 돌입과 함께 ‘과거냐, 미래냐’란 이슈를 제기해 혁신 경쟁을 주도한 인상을 준 점과 같은 전략적 측면은 물론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영남지역에서의 투표율이 서 의원의 지지 기반인 대전·충남 투표율을 넘어서는 등 지역 장악력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여 승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봉숭아 학당’이란 혹평을 들은 끝에 집단 지도체제를 폐기키로 하며 치러진 2016년의 8·9전당대회에선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란 기존 비율은 유지하면서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차이점을 보여줬는데, 후보가 난립할 경우 적은 득표율로도 당권을 쥐는 게 가능했던 이전과 달리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이제 2등을 해도 낙선하는 만큼 출마에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최고위원은 이전 전당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1인2표제로 치러졌으나 당 대표 선거는 1인 1표제로 치러졌다는 점도 계파색을 분명히 하는 등 확고한 지지층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이유로 작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범친박인 이주영 의원보다 친박색이 더 강한 이정현 의원에 친박계의 표가 집중되는 결과로 나타났고 그는 40.9%의 득표율로 당권을 거머쥐게 됐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최고위원도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 등 강성 친박계가 다수 포진하면서 7·14전대 때와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나왔으나 한편으로는 거물급 후보들이 사실상 전무해 흥행에 실패하면서 당시 시점에 당을 장악한 친박계의 영향이 선거 결과에 크게 작용하게 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 전당대회의 사전투표율과 최종투표율을 비교했을 때 7·14전당대회의 경우 사전투표율이 29.7%로 30%선에 육박했으며 최종투표율은 31.76%나 됐지만 8·9전당대회는 사전투표율도 20.7%로 20%선을 겨우 넘는데 그쳤고 여론조사까지 합산한 최종투표율도 22%에 불과했었다.

다음으로 치러진 2017년의 7·3전당대회는 자유한국당이란 새 간판을 달고 치러진 첫 전당대회였는데,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간 비율 및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방식 등 경선 룰에 있어선 큰 차이가 없었고 사실상 경선 룰보다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선거 결과에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 나왔다.

이때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권에 도전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65.8%의 득표율을 얻으며 사령탑에 올랐는데,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친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원유철, 신상진 의원 등이 도전했을 만큼 이렇다 할 거물급 경쟁 후보도 없었던 터라 당의 얼굴로 내세워지는 데엔 친박계보단 홍 전 지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었다.

아울러 홍 전 지사가 대선에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후폭풍으로 당시 한국당이 선거에 불리해진 상황임에도 끝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당권에 도전하려하느냐는 당내 반대세력의 지적도 묵살할 수 있었던 것이라 풀이되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가 치러지던 시점에 당내 친박 세력의 규모는 여전했으므로 ‘간판’인 대표만 비박계인 홍 전 지사였을 뿐 친박계로 분류되어왔던 김태흠, 이철우, 이재만 의원 등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포진해 기존 당내 세력 구도를 재확인하게 되는 전당대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패배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홍 전 지사 이후 현재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로 당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단 과도기적 성격의 지도부인 만큼 경선 룰에 있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7:3으로 하는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거 7·14 전당대회처럼 친·비박계의 거물급 후보들이 출마할 경우 그때와는 달라진 경선 룰 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