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 사업 정리 및 주력사업으로 사업재편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된 것도 매각 추진 영향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군에 집중하는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는 최태원 회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군에 집중하는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는 최태원 회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동안 '앓던 이' 취급을 받았던 SK해운 매각에 나섰다. 사업재편 일환으로 부채배율이 2400%에 달하는 SK해운 매각에 나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SK(주)는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SK해운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금액은 1조5000억원 안팎으로 SK해운 지분 80% 이상이다. SK(주) 관계자에 따르면 재무구조가 악화된 SK해운 지분 매각 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어 아직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해줄 단계는 아니다며 매각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상당하고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 혁신을 강조한 딥체인지 경영철학에 따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어 골칫거리로 전락한 SK해운 매각 추진에 나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해운업계가 운임하락 및 국제물량 동량 하락, 사업 환경도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으면서 SK그룹이 해운에서 사실상 손을 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럴 경우 SK그룹은 36년 만에 완전히 해운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SK해운이 매각에 나선 것은 이미 1년 전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4월 물적분할을 통해 SK마리타임(존속법인)과 SK해운(신설법인)으로 나눴다. 다시 SK해운은 해운업에 전념하기 위해 우량회사(굿컴퍼니)와 부실회사(배드컴퍼니)로 나누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이 일환으로 선박 10척을 팔고, 적자 장기용선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탱커선과 벌크선을 활용해 각각 원유, LNG 등의 수송과 석탄 곡물 등을 운반하는 해운업부문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그러는 동안 부채비율도 2400%대에 달하며 채무 부담이 가중됐다. 차입금 규모만 4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SK해운 매각에 나선 것은 최태원 회장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주력 사업군에 집중하는 사업재편 추진과 무관치 않다. SK그룹은 주력 사업군에 속하지 않은 SK증권, SK엔카를 매각한 바 있다. SK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SK증권 매각에 나선 것이지만 비주력 사업 정리 일환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SK엔카 매각 역시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란 평가다. 이같은 경향은 SK 각 계열사에서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정유 의존도가 높은 SK이노베인션은 최근들어 정유 의존도를 줄이고 ·전기차 배터리 석유화학 투자를 늘리고 있다.

매각에 나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20%로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최태원 회장이 선제적 조치로 SK해운 매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SK해운 대주주는 SK(주)로 지분 57.22%를 보유하고 있는데 SK(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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