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없는 친박, 황교안 출마 설득에 ‘올인’…黃 나오면 김무성도 등판↑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아직 표면상으로는 별 다른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는 않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당권 경쟁이 물 밑에선 벌써부터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특히 현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공표한 이후론 각 진영마다 한층 속도를 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일각에선 차기 당권 경쟁이 사실상 친박과 비박의 재대결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오랜만에 치러지는 ‘2라운드’에서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범비박 주류세력, 김무성 등판 여부가 관건

먼저 한국당 내에서 가장 세를 과시할 만큼 주류세력이라 불릴 수 있는 그룹은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복당파 출신 비박계 의원들이다.

그러다 보니 복당 후 한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한 채 잠행해왔던 김 의원이 이제는 내년 있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당권 도전 준비를 본격화할 거란 관측은 이제 자연스러울 정도인데, 그는 같은 당 정진석 의원과 공동주최해온 ‘열린토론, 미래’란 토론회를 이달 들어 재개하면서 매주 자당 의원들과 현안 관련 논의를 이어왔으며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선 아예 질문보다는 현 정권의 정책을 일일이 꼬집어 날선 비판을 가하는 등 일견 당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의원이 과거 당권을 잡고 있었을 당시 격하게 충돌했던 친박계에서 거부감이 강한데다 당 내홍이 재발할 것을 우려한 비대위 내부에선 홍준표 전 대표는 물론 김 의원까지 당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당헌당규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당장 많은 견제를 받고 있는 김 의원으로선 충돌을 택하기보단 잠시 관망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비박계 복당파 출신인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데다 친박계에선 현역 의원 중 이렇다 할 거물급 주자가 없는 만큼 크게 급할 게 없기 때문인데, 현 상황에서 원외 주자인 홍 전 대표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김 의원이 곧바로 대응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을 거란 게 중론이다.

다만 김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출마를 꿈꾸는 비박 주자들의 눈치작전도 별개로 전개되고 있는 실정인데, 일찍이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던 주호영 의원은 물론이고 김성태 원내대표마저 당권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비박계는 아니지만 김 의원과 토론회를 함께 주최해온 정진석 의원까지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김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6월 20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 위기를 틈타서 제가 당권을 손에 쥐겠다는 의심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언했었지만 당월에 중앙당 해체 선언을 했던 데 이어 최근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하는 등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급기야 김 원내대표는 김 의원의 오른팔이란 별칭이 무색하게 지난 1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와 김 의원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분들이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13일 JTBC 썰전에 출연해서도 “김 의원의 경우 내년 한국당 전당대회에 뛰어들어 다시 당권을 손에 쥐고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다음 대권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 자신이 출마하면 경쟁주자가 될 수 있을 김 의원과 점점 선 긋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건 한편으론 김무성 의원의 전대 출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다시 말해서 그가 출마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대적할 만한 거물급 후보가 출마한다는 뜻도 돼 친박계인 황교안 전 총리의 등판 여부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김진태 '군불' 떼도 대안 없는 친박, 황교안에 매달려

실제로 유기준, 박대출, 정용기, 김진태, 윤상직 의원 등 6명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황 전 총리와의 오찬을 가진 가운데 ‘보수 세력의 구심점이 필요하나 후보가 없으니 내년 2월 전당대회에 나서달라’고 출마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친박계의 기대는 지난달 27~31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기인한 바도 적지 않은데, 당시 황 전 총리에 대한 선호도는 11.9%로 나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13.5%)에 이은 2등이었던 데다 응답자를 보수층만 대상으로 했을 땐 25.9%로 1위를 해 원외 출신임에도 다크호스란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그래선지 이번 친박계와의 오찬모임을 단독 보도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황 전 총리 역시 대권 도전 의지는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경선과정에서 상처를 입어 정권 교체하는 게 힘들지 않겠느냐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친박계에선 황 전 총리가 아니면 마땅히 내세울 만한 거물급 후보가 없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김진태 의원이 지난달 15일 태극기 집회 연설에서 “당을 지킨 사람들이 확실하게 당권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한 뒤 지난 18일엔 ‘김진태와 함께 하는 구국포럼’을 열었지만 본인은 물론 당시 축사를 했던 유기준 의원까지 황 전 총리 영입에 힘을 기울이는 최근 모습을 보면 태극기 부대의 지원을 받았더라도 재선 의원에 불과한 현실적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김 의원 외에 정우택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또 다른 친박계 인사들도 당권주자로 꼽히고는 있지만 이들은 외곽세력으로, 대다수 친박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황 전 총리 외엔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 게 지난 7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황교안의 답’ 수필집 출판기념회였는데, 이 자리엔 한국당의 강효상, 김정훈, 추경호, 원유철, 김진태, 유기준, 윤상직, 이군현, 이채익, 송언석, 정종섭 의원이 직접 참석했으며 윤상현 의원은 축기를 보냈고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는 화환을 보내는 등 탈당 세력까지 결집시킬 정도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조차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가진 황 총리가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한 번 봉사해주기 바란다.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반(反)김정은-반 문재인 연합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하루 빨리 정치 일선에 뛰어들라”고 황 전 총리에 호소한 바 있다.

◆ 홍준표 등판? 곳곳 험로 예고…김병준, 등판설 적극 부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좌)와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좌)와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주류세력은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하고, 친박계는 황교안에 ‘올인’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난 15일 미국에서 귀국한 홍준표 전 대표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당시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그는 “지금 내가 할 일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하는 일이지 당권을 잡으려고 새롭게 정치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불출마를 뜻하느냐’는 질문엔 “마음대로 해석하라”며 여운을 남긴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자신이 출마할 경우 윤리위를 통해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불거진 데 대해 “이제는 친박들과 아웅다웅하며 싸울 입장이 아니다. 친박들이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라며 마치 비박계에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것인 양 응수했지만 자신이 비박계 대표주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발언이었을 뿐 복당파 의원 누구도 홍 전 대표의 귀국 자리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차 지지 세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친홍계라고 해봐도 현역 의원 중 홍문표, 강효상 의원 외엔 공개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인사도 거의 없어 기껏해야 자신이 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당무감사를 통해 새로 임명한 60여명의 당협위원장 정도나 재기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을 터인데 이조차 김병준 비대위에서 교체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페이스북으로 현안 관련 발언은 꾸준히 내놓는다지만 현실은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19일 열린 한국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홍 전 대표를 겨냥 “지방선거에서 당을 완전히 망하게 해놓고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심지어 다시 돌아오겠다는 분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지만 도리어 비박계 표 잠식 가능성이 있는 홍 전 대표의 등판을 더욱 바라지 않을 김무성 의원이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더 이상 (홍 전 대표를) 문제 삼지 말자”며 두둔했을 만큼 존재감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이 뿐 아니라 김병준 위원장도 2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협위원장 대폭 물갈이는 홍준표 색깔 빼기 아니겠느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대해 “저희들은 어떤 선입관이나 그런 것 없다. 그분의 지금 현재 위치가 일종의 평당원”이라며 “이렇게 하면 결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무슨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평가절하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절반 이상의 대규모 당협위원장 교체가 예견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친홍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부에선 교체 당협위원장 중 절반을 여성·청년 등 정치신인이나 취약계층에 배정하려는 방침을 보면 김 위원장 역시 이를 계기로 당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도 쏟아지고 있는데,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4일 그는 TV조선에 출연해 자신의 경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 “그럴 경우 김병준 계파 이야기가 안 나오겠나. 안 하는 게 맞고 하지 말아야 된다”고 극구 부인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앞서 지난달 27일 김무성 의원이 주최한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하다’ 토론회에 참석해 김 의원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한 부분이나 24일 TV조선 인터뷰 도중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의 당권 도전에 대해 제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지적엔 “두 분의 성격이 다르다. 한분은 지방선거라는 게 있고, 한분은 이미 옛날 지나간 일들 갖고 얘기해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답변했던 점에 비추어 김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 측에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친박계인 김문수 전 지사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을 겨냥 “비대위원장이란 인사가 보여주는 언행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꾸라는 처음 봤다”고 맹비난한 데 이어 지난 20일엔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를 의결한 김 위원장을 향해 “가장 먼저 쫓겨나야 마땅한 사람은 김 위원장”이라고 줄곧 비난을 퍼부어 왔기에 김 위원장이 친박 측에 호감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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