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행정관부터 기능직 직원까지...청와대 직원들의 갑질 논란

[시사포커스 / 김경수 기자]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선임행정관이 공공기관 직원과 통화 중 고압적인 언사를 해 ‘갑질 논란’으로 대기 발령 조치를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한 매체에 따르면 선임행정관은 지난달 6일 경기 산하 한 공공기관 직원과 전화통화 도중 “이 기관이 진행한 4000만 원 규모의 용역사업 계약이 특정업체를 위해 다른 업체를 들러리 세워 불공정하게 진행한 계약”이라고 말하는 등 고압적으로 말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직원이 선임행정관과 통화 중 “제가 말씀드리겠다”며 민망한 듯 웃자 선임행정관은 “웃음이 나오느냐”, “이 양반이 지금 나랑 장난하고 있어?” “그쪽의 통화 내역, 주고받은 문자 다 한번 볼까요?”, “원(기관)의 사업 한번 다 떠들어 볼까?”라는 고압적인 발언을 해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일 기자는 또 다른 청와대 직원 갑질 관련 한 통의 제보를 받았다. 그 안에는 청와대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는 김모씨가 자신의 고향인 경상북도 의성군에 거주하는 여러 사람에게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제보 건에 대해 기사화 고민을 했지만 수집된 녹취 자료들을 들은 후 이 역시 청와대 직원의 고압적 자세로 판단돼 기사 작성을 시작했다. 정부 최고기관에 근무하는 김씨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저놈(A씨)을 잡아둬서 아주 고맙다”, “지난 1987년부터 원수로 지내고 있다” “나는 날고 기는 놈이다” “나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박살난다. 내 성격이 그렇다. 내 직장(청와대)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등 특정인을 향해 개인 감정 발언들을 섞어가며 통화 상대방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녹취 속 상대방은 김씨가 청와대 직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매 통화 때마다 불안해했다.

이 사건은 김씨가 개인적 원한을 이유로 A씨 소유 재산인 경북 의성군 한 저수지 소유권을 뺏고자 지난 2016년 4월 의성군과 한국농어촌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하천정비사업 시공사대표, 의성군청 직원, 한국농어촌공사 의성지부 직원, 고향 지인에게 끊임없이 전화해 해당 사건에 대한 빠른 처리 독촉과 중간결과 보고 등을 수시로 받았다. 이들은 모두 김씨가 청와대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김씨 갑질 관련해 경상북도 의성군 한 저수지에서 김씨 고향 지인이 기자에게 당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수 기자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직원 김씨의 갑질과 관련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김씨의 고향 지인 C씨가 경북 의성군 저수지 현장에서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 하고 있다. 사진 / 김경수 기자

청와대 김모씨와 42분30초의 통화 중, “내 기분이 풀리면 그때 눈 감아 드리겠다” "내가 A씨(저수지 소유주) 애 먹일라 일부러 그러는 거다" 발언

사건 전말은 이렇다. 저수지 소유주 A씨가 하천정비사업 시공사 대표 B씨에게 공사하다 나온 불필요한 토사물을 인접해있는 자신의 저수지에 쏟아줄 것을 부탁했다.

이는 곧 2016년 4월28일 의성군청 새마을환경과로 폐기물 불법 매립 민원 신고가 들어갔다. 내용은 A씨가 인근 하천정비사업에서 나온 토사 및 폐기물 등을 본인의 땅에 불법 매립(성토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김씨는 대리인을 통해 의성군에 민원을 넣기 전 하천정비사업을 담당했던 시공사 사장 B씨에게 불법 작업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전화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장님은 더이상 사업을 못하게 될 것" "한번 더 기회를 줄까요?" 등 협박과 갑질을 일삼았다.

이에 B씨는 괴로워하며 원상복구 작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A씨 또한 일을 진행하지 못하게 하자 김씨는 계속 전화로 B씨에게 갑질을 행했다.

하지만 처분결과를 들여다보면 김씨의 말과는 다르게 B씨는 의성군으로부터 어떠한 법적 행정처분도 받지 않았다. 군청 신고 처리 현황을 보면 '민원인들이 하천정비공사에서 나온 폐기물을 A씨 저수지에 불법 매립했다고 했지만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명시돼있다.

아래는 김씨와 B씨가 나눈 42분30초 통화의 한 부분이다. 당시 나눴던 통화를 잠시 들어보자.

[통화내용]

# 1. 김씨: 저 같은 경우에는 장터가서 물어보시라고 성격 어떤지. 잘못 건드렸다가는 박살나요. 박살난다고요. 내 성격이 그렇다는 거에요. 내 직장(청와대)이 그렇다는게 아니구요. (A씨 소유 저수지 관련) 나라에서 해결할 거에요. 나라꺼에요 땅. 사장님 아시잖아요. 그렇게 하면 좋은게 뭐 있습니까. 나는 좋아요. 저새X 엿먹이니깐. 사장님한테는 무지하게 죄송해요 정말로. 진심으로

B씨: 죄송합니다.

 

# 2. B씨: 죄송합니다.

김씨: 아니 죄송한게 없다니깐요 사장님 저한테. 왜 죄송하다고 하냐고요.

B씨: 아무튼 이런 문제를 만들었으니깐. 당사자니깐 죄송하다고 하죠.

김씨: 오히려 사장님한테 식사 대접하고 싶어요. 왜? 저놈(A씨)이 나한테 걸렸으니깐. 아시겠습니까 사장님? 저는 그런 마음입니다.

 

#3. 김씨: 사진 찍어서 보내요 저한테.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두 커트. 고 현장을. 그리고 만약 장비 빼면 저한테 전화주세요. 그거를 있자나요 언제까지 하시냐면 제 마음이 풀릴 때까지. 그거 하실 수 있겠습니까?

B씨: 제가 요것 붙어가지고 뭐.....

김씨: 잠깐 왔다가면 되잖아요. 사진만 찍어 보내면 되니깐. 하루에 두 세 커트씩 해가지고 두번.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그정도 못하시겠습니까? 그리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마음 풀리면 내가 눈 감아 드릴게. 내가 A씨 애먹일라 그럽니다 지금.

B씨: 사진은 찍어 보낼게요 그럼.

김씨: 하루에 두 커트씩요. 내가 마음 풀릴 때까지 입니다?

B씨: 그건... 제가 언제까지 하라는 말인건지... 내가 평생을 사는 것도 아니고...

김씨는 통화 이후에도 계속 B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위와 같은 내용을 지시했지만 B 씨가 따라오지 못하자 결국 지난 2016년 4월28일 본격적으로 A씨 저수지 소유권을 빼앗고자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민원은 즉시 저수지 관할인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로 이관돼 농어촌공사는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자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도 김씨는 의성군청 직원,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의성지부 직원, 고향 지인에게 수차례 전화로 해당 건에 대한 빠른 처리 위한 독촉과 중간결과 보고 등을 강요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씨 고향 지인 C씨는 “밤이고 낮이고 현장 사진을 찍어서 자신에게 보내줄 것을 강요 받았다” “한번은 대구에 볼일이 있어 친구를 만나러 갔었는데 그날만 해도 아침부터 밤까지 나한테 40통이 넘는 전화를 해 빨리 현장에 가서 군청 직원들, 면 직원들, A씨, B씨 등 다 나오기로 했으니 사진 찍고 자신에게 진행상황을 빨리 보고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의성군청 관계자는 “김씨가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확실히 알고 있었다” “ “김씨에게 저수지 관련해 내게 많은 전화가 왔다” “한번은 자신이 장례식장에 있어 전화 받기 곤란했는데도 김씨는 전화를 해 진행상황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던 기억이 난다”며 “여기 저기서 청와대 근무자라고 하니까 혹시 하는 마음에 성실히 응대했다”고 말했다.

당시 담당했던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 관계자도 “김씨에게 민원이 접수된 후부터 계속 전화를 자주 받았다” “주로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전화가 너무 자주 왔었다”라고 말한 뒤 “청와대 근무에 대해 본인한테 직접 들었는지 군청에서 들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미 알고는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씨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갑질’은 여러 사람들만 힘들게만 했을 뿐, 지난 8월 대법원은 "저수지 소유자는 A씨가 맞다"는 최종 판결을 내려 한국농어촌공사는 패소했다.

이에 기자는 당사자인 김씨와 청와대공직기관비서관실에 수차례 통화를 연결했지만 끝내 닿지 못해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갑질'은 통상 우위에 있는 사람(갑)이 약자(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뜻한다. 어떤 직함이던 간에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로 이 사건에서 갑과 을을 나눈다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일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우리가 함께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은 분명하다"며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직이던 기능직이던 정부 최고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라면 불필요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단단히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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