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화려해진 ‘레드카펫 룩’ 선보여

세계의 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5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튼호텔에서는 별들의 향연, ‘제 6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스타들의 레드카펫.
올해 레드카펫 모습은 확연히 갈렸다. 성공 혹은 실패한 스타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돋보이는 정도’. 특히 이번 시상식에는 전년에 비해 한층 화려해진 레드카펫 룩 때문에 그 정도의 차이는 더욱 컸다. 뿐만 아니라 수상을 예상했던 인기스타들의 대거 참패에 이어 인기보다는 연기력에 승부한 스타들이 수상자 명단을 채우며 지난 달 열린 ‘청룡영화제’ 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드레스의 화신’답게 안젤리나 졸리는 가장 튀지 않은 드레스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돋보였다. 심플함마저 화려하게 보였던 졸리와는 대조적으로 화사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도 눈에 달 띄지 못한 드루 베리모어이게는 분명 뭔가가 부족했다.


졸리 ‘베스트’ vs 베리모어 ‘워스트’
‘화려해야 튀는 건 아니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레드카펫 선수라고 해도 될만큼 수없이 많은 시상식에 참석했던 졸리, 롱고리아, 로페즈, 크루즈. 그들이 선택한 의상은 블랙 혹은 네이비 톤의 튀지 않는 컬러이다. 다른 스타들에 비해 평범하기 그지 없다. 특히 졸리는 액세서리 하나 걸치지 않았고 의상에 광택 또한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멋들어진 모습으로 뜨거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화려함만을 추구하지 않았던 이들은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해 주는 컬러를 잘 알고 그 컬러가 가장 화려하게 보일 수 있는 법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반면 화려한 의상에 비해 튀지 못했던 스타들도 있었으니...
대표적인 스타가 바로 드루 베리모어다. 빼어난 외모와 인기에 비해 이날의 레드카펫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했던 그는 보기에도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흰색 드레스를 뽑냈다. 하지만 그 향기는 강렬하지 못했다. 그 무언가 2% 부족한 느낌이다.
왓츠, 위더스푼, 김윤진 역시 화려한 의상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안겨줬다.



얼굴보다는 연기
‘청룡영화제’의 잔재가 할리우드까지 넘어간 것일까?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니 뎁, 비욘세, 브래드 피트 등 미남미녀 스타들이 줄줄이 수상에 실패한 것. 대신 포레스트 휘태거, 헬렌 미렌, 메릴 스트립 등 오히려 외모로는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견 연기파 배우들이 연기상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얼굴보다는 연기” 라는 시상식의 1대 원칙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일까? 가장 큰 이변은 ‘디파티드’와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에 2번이나 이름을 올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참패. 그는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 에서 카리스마의 독재자 역을 소화한 포레스트 휘태거에게 밀려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귀향’의 페넬로페 크루즈와 ‘리틀 칠드런’의 케이트 윈슬렛 등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미녀 스타들 역시 영국의 노장배우 헬렌 미렌에게 상을 양보했다. ‘더 퀸’ 에서 고고하게 자존심을 지켜가는 여왕을 연기한 헬렌 미렌은 “최고의 연기” 라는 찬사를 받으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중.
연기파 배우로 불리면서도 유독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힘을 못썼던 조니 뎁도 마찬가지다.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박스오피스까지 재패했건만 보잘 것 없는 카자흐스탄 리포터를 연기한 ‘보랏’의 사차 바론 코엔에게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내줬다. 세계적으로 ‘비욘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드림걸즈’의 비욘세 놀즈 역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의 악마 편집장 메릴 스트립에게 밀렸고, ‘바벨’의 브래드 피트는 ‘드림걸스’의 에디 머피에게 남우조연상을 양보했다.


뜻하지 않은 이변(?)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상으로 아카데미시상식과 함께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골든글로브 수상자와 수상작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경우가 많아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때문에 이같은 경향이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도 조심히 점쳐본다.
다음달 25일 열릴 할리우드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 과연 그 날은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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