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속 우려감 여전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풀려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북한측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북한측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및 주요 기업 대표들의 이번 방북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구체적 비핵화 빠진 평양공동선언문 경협은 ‘시기상조’

19일 발표된 평양공동선언문을 뜯어보면 핵신고 및 검증 등 구체적인 비핵화 내용이 빠지면서 현재로서 대북제재가 쉽게 풀릴 가능성은 낮아 보임에 따라 남북경협이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4대그룹의 남북경협에 적극 동참할 여건이 아직은 마련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번 평양선언문을 보면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나온다.

조건이 마련되는 단서가 달리면서 대북제재가 풀려야만 남북경협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읽힌다. 대북제재가 해제되려면 미국이 나서야 하는데 현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당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통해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남북경협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 그래서 그룹 총수들이 방북하더라도 실제 할 수 있는 게 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래서 이번 4대그룹 총수 및 각 기업 대표들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향후 경협에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북의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4대그룹, 과거 남북관계 악화로 사업 접어…북핵리스크 해소가 관건

특히 삼성전자 LG그룹, 현대차그룹은 미국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나서기가 부담스럽다. 북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경협에 나설 경우 미국측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협의 경험이 있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평양에서 TV를 생산하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완전 철수했다.

삼성물산은 개성공단 내 협력사들이 생산한 제품을 납품받은 적이 있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끊겼지만 개성공단이 재가동할 경우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지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에서 위탁 가공 형태로 TV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사업을 접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건설이 대북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과거 남북 경수로 사업을 주도했었다. 대북사업 경험 인력만 80~90명에 달한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대북투자에 나선 경험이 없는 SK그룹은 지난 2002년에 북한 조선정보기술산업총회사와 중국에 IT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북한에 CDMA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등의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경협, 북핵리스크 제거·정권 바뀌어도 가능한 장치 마련해야

이들 그룹이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선 과거 전례를 볼 때 북핵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어야만 가능하다. 자칫 투자하다 정권이 바뀔 경우 남북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사례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따라서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남북 경협의 연속성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경우 당장의 남북경협이 쉽지 않더라도 향후 경협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김용환 부회장의 방북은 당장 대북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대북제재가 풀릴 경우 가능한 사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4대그룹 총수 및 기업인들은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있는 조선인민군 112호 양묘장을 방문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해 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국 각지에 양묘장을 세우고 종묘 기술을 고도화하라는 직접 지시할 정도로 산림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양묘장에 기업 총수 및 기업인들을 초청한데는 산림사업이 대북제재에서 제외돼 있는 ‘비상업적 공공인프라’ 측면이 강해 협력을 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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