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당 당무감사 착수, ‘태풍의 눈’ 될까
[기획] 한국당 당무감사 착수, ‘태풍의 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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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추석 전후 당무감사 ‘초읽기’…일부선 ‘당협위원장직’ 자진 사퇴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3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등 각종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와는 별개로 자당 내부 정리에 예정대로 착수하려는 모양새다.

그간 김병준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 지도부에서 적극적인 인적청산 의지를 표명하지 않아 줄곧 문제가 됐던 ‘계파 갈등’은 거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곧 있을 당무감사가 당 내홍을 재발시킬 방아쇠가 될지, 아니면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김 위원장 체제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병준號 당무감사, 반발 일던 홍준표 때와는 다를까

홍준표 전 대표 재임 당시 친박계의 반발을 일으켰던 당무감사가 김병준 비대위 체제 하에서도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누가 ‘인적청산’ 대상에 오르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김 위원장 스스로 인적쇄신 향방이 9월 말이나 10월 초 쯤 나올 거라 밝혔던 데다 앞서 자신이 내세워 온 ‘선 가치, 후 인적 청산’ 기조에 따라 당의 노선과 가치를 정립하는데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아 인적 쇄신에 돌입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김용태 사무총장도 지난 9일 “당헌당규에 따라 올 추석을 전후해 당무감사 계획을 수립, 전국 당협에 공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지난해 12월 6·13지방선거를 대비해 당무감사를 실시한 홍준표 대표 때와는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당시엔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총 62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했으며 현역의원 중에선 비리·불법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이미 당협위원장직이 중지된 배덕광, 엄용수 의원을 제외하면 서청원, 유기준 등 친박계 다선 중진이 주를 이뤘기에 결국 친박계에 대한 ‘표적 감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교체 폭은 28.9%로 그리 크지 않았던 당무감사였음에도 ‘현역 불패’ 관례가 깨졌다는 충격은 물론 친박계의 반발도 상당해 홍 대표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사당화’ 비판에 시달린 끝에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에 이르렀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얼마 전 당협위원장을 한번 조정하고 끝나지 않았나”라며 “저는 애초에 공천권과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받을 거라 생각한 적 없다”고 일단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김 위원장은 “굳이 말씀드리면 당 대표로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생각한다”고 덧붙여 임기 내 당무감사를 추진하겠다는 여지는 남겨뒀는데, 이 역시 “과거지향적인 측면에서 인적청산은 저는 반대”라고 못을 박아 이전처럼 ‘특정 계파 찍어내기’로 비칠 만한 당무감사는 되지 않을 거라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대략적인 당무감사 일정이 공표된 지 이틀 뒤인 11일에도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일부에서 당내 인적 청산을 통해 당 쇄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이것만이 당을 쇄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친박 인사 등의 인적청산을 통해 당 혁신을 앞당겨야 한다지만 당의 현 상황이 워낙 비상시기이기에 이는 옳지 않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인적청산을 단행한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찬 당 대표처럼 인적 청산된 인사들이 대거 당의 중요 보직을 맡고 있는 것에서 (보면) 인적청산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한국당의 대응은 사법절차가 완료돼야 당의 공식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부연해 최소한 두 대통령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현재의 중립적·유보적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15일 귀국 예정인 홍준표 전 대표의 복귀와 관련해서도 “복귀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내 파장은 없는 상황이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평당원으로서 과거 당 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언론 등의 관심이 있지만 비대위에서 신경 쓸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설령 당무감사가 실시되더라도 ‘당 안정’에 보다 방점을 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일견 비쳐지는데, 그래선지 지난달 비대위 내에선 홍 전 대표가 2005년 한나라당 혁신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주도해 만든 ‘기소 후 자동 당원권 정지’란 윤리위 징계규정에 대해서도 개정 필요성을 내비치고 있으며 김 위원장조차 가혹한 규정이란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金 ‘혁신 딜레마’ 속 초·재선들, 당 혁신 촉구 나서

김성찬 의원(사진) 등 한국당 재,초선 의원들 14명이 자진해서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시사포커스DB
김성찬 의원(사진) 등 한국당 재,초선 의원들 14명이 자진해서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시사포커스DB

이렇듯 현 지도부가 과도기적 관리형 비대위란 특성상 대대적 쇄신에는 다소 소극적인 면이 없지 않다 보니 오히려 보수 지지층 일각에서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심지어 ‘당 혁신’으로 비쳐지려면 원외보다 현역 위주의 인적청산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들은 초·재선 의원들인데, 재선의 김성찬, 초선의 김성원·문진국·김성태(비례)·이양수·이은권·성일종·김순례·이종명·김규환·장석춘·송언석·임이자·정유섭 등 한국당 국회의원 14명은 13일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 촉구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며 자신들부터 당협위원장직을 자진해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초·재선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일부에선 당무감사를 앞둔 지도부에서 사실상 ‘선전대’를 앞세워 현역 청산 시동을 걸려는 분위기를 띄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각도 보내고 있지만, 일단 선언문에 서명한 김성원 의원은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비대위가 지지부진하는데 있어 초선 의원들이 뭔가 해야겠다는 선당후사 정신으로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겠다는 마음”이라고 맞받아쳤다.

비단 김 의원 외에도 이은권 의원 역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한국당이 살기 위해선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것이지 일부 사주를 받았다는 이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비대위에 ‘국민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혹평을 내린 이날 선언문 내용에 비쳐 이들이 지도부의 사주를 받았다기보다 당무감사에 현역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특정 정파를 의식해 움직였을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 총선이 앞으로 1년 이상 남은 상황이고,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가 개편되는 만큼 당장 당협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차기 당 대표가 될 만한 후보에 ‘줄을 잘 선다’면 총선 공천을 바라볼 수도 있어 당무감사는 어떤 면에선 ‘반대파 물갈이용’으로만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을 보여주듯 김 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초선모임을 몰랐다”는 반응을 내놨고, ‘당 혁신 촉구’ 선언에 동참한 초선의 이은권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 불출마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고 일단 비대위가 마음 놓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것”이라며 “불출마는 아직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인적청산’엔 미온적인 김병준, 새 가슴? 당권 도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이런 시각과 달리 지도부 자체의 ‘답답한 행보’에 계파를 막론하고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불만을 표출시킨 거란 견해도 없지 않은데, 현재 한국당의 지지율은 수 주째 하락세를 이어 온 정부여당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여태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반사효과’를 체감할 만한 뚜렷한 급등세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 ‘존재감 없는’ 리더십엔 이미 지난달 20일 열린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선 친·비박 출신을 떠나 한 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연장을 포기하려 하자 “지금은 특검 사무실로 찾아가 항의 방문하고 서초동 법원에 가 왜 (김경수) 영장을 기각했느냐고 따져야 할 때”라며 “반성이 아니라 싸워야 할 때다”라고 지도부에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비박계 정양석 의원까지 이 자리에서 “국민들은 달라진 한국당의 선택과 행동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우리는 아직 계속 논의 중이란 생각이 든다”며 “정기국회에서 어떻게 정부 정책을 견제할 건지 구체적 행동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없이 세미나처럼 강의하고 끝났다”고 비대위를 비판했다.

이 같은 압박에도 김 위원장은 좌고우면하며 기존의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당시 연찬회에서 친박계가 자신들을 주요 당직에서 배제한 데 대해 지도부를 비판한 데 이어 홍 전 대표와 복당파 의원들을 겨냥한 인적청산 필요성도 강력하게 제기해 자칫 이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언제든지 당 내홍이 재발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쯤 발표될 것으로 전해지는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 원외 인사를 중점으로 한 소폭의 인적 쇄신 정도가 될 것이고 기껏해야 원내 인사 중엔 검찰에 기소된 13명의 의원 정도에 그칠 거란 성급한 예상도 벌써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론 당권 혹은 대권주자를 연상시키는 듯 민생탐방과 박정희 전 대통령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당내 기반이 약한 그로선 당무감사를 자기정치를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 입지 구축을 노릴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여기엔 취임 초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끝난 후에도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점에 비추어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반박도 있지만 당시 그가 “비대위가 성공적으로 되면 그에 따른 당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아니라 정치 전반에 걸쳐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부연했다는 것 역시 재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당무감사와 관련해 청년과 여성에 많은 기회를 주는 데에 비대위 내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역시 주로 정치신인이나 취약계층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들을 기반으로 현재 당내 기반이 취약한 자신을 뒷받침하게끔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 아직 연말까지 3달 남았음에도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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