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보선 박원순 선두…범보수에선 황교안·유승민 등

좌측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수 주째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도 엿보이고 있어 유력주자로 떠오르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지 이들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 박원순 강세 속 이낙연·김경수 등 주목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계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끝에 최근엔 취임 후 처음 40%대로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나왔을 만큼 불과 집권 2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새 여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지 이미 대표 당선 이전인 지난 7월 말부터 “불과 2~3년 만에 뿌리 뽑히는 것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20년 정도 연속해서 집권하는 그런 집권계획을 잘 만들고 실천해나가야 한다”며 이른바 ‘20년 집권론’을 제시했다.

일단 이해찬 대표 본인은 8·25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시절 스스로 “당 대표를 제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 사심이 없어야 공정할 수 있다”며 “7선 국회의원, 3번의 정책위의장, 국무총리를 한 제가 뭘 더 바라겠는가”라고 강조했던 만큼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인데, 그러다 보니 20년 집권플랜을 위한 ‘포스트 문재인’으로 내세워질 인물이 누구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CBS의 의뢰로 7월 23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국 성인 2507명 상대로 실시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범진보 주자들 중에선 설문대상을 막론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보층만(7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박 시장이 15.8%, 이 총리가 15.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 반면 전체 응답자를 상대로 이뤄진 조사에선 박 시장과 이 총리가 각각 12.1%와 10.7%를 얻어 격차가 일부 벌어졌는데, 선두인 박 시장의 뒤를 이어 이 총리와 심 의원, 김부겸 안전행정부 장관이 0.1~0.2%P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박빙 경쟁을 벌였다.

반면 진보층 대상 선호도 조사에선 김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아래로 밀려나는 데 반해 김경수 경남지사의 선호도가 심 의원을 바짝 뒤쫓는 12.8%로 나와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이 굳건한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당 소속인 심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박 시장과 이 총리, 김 지사 3강 구도인데, 비록 김 지사가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10%선을 넘지는 못했으나 김부겸 장관과의 격차는 1%P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지난 19대 대선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인데, 2017년 당시 민주당 대권잠룡들 중 박 시장은 저조한 지지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끝에 1월 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던 데 반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경기지사) 등은 문 대통령(당시 후보)을 위협할 만큼 높은 지지율을 과시했었지만 현 시점에 와선 안 전 지사는 미투 파문에 휩싸였고, 이 지사도 대권후보이기는 하나 형수욕설·조폭유착·김부선 스캔들 등 연이은 악재로 대선주자 선호순위에서 많이 밀려났으며 오히려 지금은 박 시장이 가장 선전하고 있다.

범진보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범진보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런 기세를 타고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옥탑방 한 달 살이’에 몸소 나서는 등 다분히 대권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이어갔는데, 이는 간신히 안정되는 듯했던 부동산 시장에 다시 불을 붙여 문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민생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던 ‘옥탑방 살이’도 공언한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거두면서 ‘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8·25전당대회에서 김경수·김부겸·이재명·추미애 등이 힘을 실어줬던 이해찬 의원이 집권여당의 새 사령탑으로 올라섰다는 점 역시 그에게 별 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던 박 시장으로선 아무래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경쟁주자들에 비해 서울시장 3선 외엔 경력상 내세울 게 많지 않다는 약점도 있다 보니 여당 내에서 자신의 상승세를 꺾기 위한 맞수가 나설지 여부에 벌써부터 한껏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한국당, 무너졌던 친박勢 황교안으로 屈起?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차기 대권을 의식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그 중심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총리가 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초반부터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이래 적잖은 신임을 받으면서 국무총리로 영전했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는 등 박 정권 내내 중책을 맡아왔던 만큼 ‘친박’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탄핵 정국 이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한동안 공식 활동을 하지 않던 황 전 총리는 지난 5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했는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일 황 전 총리는 그간의 침묵을 깨고 서초구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자신의 수필집인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당시 (자신의) 재임 기간이 길지 않아 이루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노동 개혁과 교육 개혁 문제 등은 지금도 해결이 안 돼 많이 아쉽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 나가면 좋겠다”며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듣고 있다. 다른 기회에 충분하게 얘기할 기회를 갖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 전 총리의 이 같은 자신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은 바도 없지 않은 듯 싶은데, 앞서 거론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상기 조사와 동일)에서도 보수층만(487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혼자만 두 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물론 25.9%로 다른 후보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1위를 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범보수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리얼미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범보수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리얼미터

심지어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했을 경우에도 1위와 1.6%P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11.9%를 얻으며 2위를 기록해 한국당 소속으로 분류된 후보 중에선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그래선지 이날 황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에는 굳이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당에선 강효상, 윤상직, 이채익, 정종섭, 송언석, 추경호, 유기준, 김진태, 원유철, 김정훈 의원이 직접 참석했을 뿐 아니라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김현웅 전 법부무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2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마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급기야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경우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반 김정은-반 문재인 연합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풍부한 경험을 가진 황 총리가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한 번 봉사해주기 바란다. 하루 빨리 정치 일선에 뛰어들라”고 황 전 총리에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의 대권 도전을 마냥 낙관할 수만도 없는데,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탈당,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의 구속 등으로 내홍 과정에서 구심점을 잃은 친박 계보가 이미 사분오열돼 무너진 데다 당내에 ‘친황’ 세력이라고 부를 만큼 자신과 가까운 인사도 많지 않아 사실상 비박계가 당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로 분류되는 황 전 총리가 한국당의 지원을 받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 범보수 ‘깜짝 1위’한 유승민, 정계개편 시동 걸까?

한편 보수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황 전 총리가 1위를 기록했다면 전체 응답자를 상대로 했을 때는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전 대표가 1위를 해 의외란 반응이 적지 않았는데, 이미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를 몸소 겪었던 만큼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던 바와 달리 황 전 총리를 누르고 13.5%로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선두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소속된 바른미래당조차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만큼 예상을 깬 결과에 조심스럽게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데, 유 전 대표가 그간 꾸준히 ‘보수’임을 스스로 강조해온데다 한국당으로의 흡수엔 선을 그으면서도 보수대통합에는 지속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해 왔기에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재 바른미래당을 이끌고 있는 손학규 대표 역시 결은 약간 다르지만 ‘제3지대’에서의 통합과 같은 정계개편에 긍정적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보니 유 전 대표가 차기 대권에 나서려고 한다면 부득불 보수대통합에 적극 시동을 걸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 바른미래당을 ‘보수’로 규정하는 데엔 반감을 갖고 있는 당내 일부 인사들과 보수대통합을 위해 필요한 한국당 내 반 유승민 세력을 어떻게 극복하냐가 이 과제를 풀어낼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제3당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대권후보군과의 경쟁에서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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