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외주화’ 법안 손 놓고 있는 정치권 삼성에서 터지자 ‘하이에나’ 비판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청년시민단체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청년 노동자 죽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김경수 기자]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청년시민단체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청년 노동자 죽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김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상장사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3.6%와 36.0%의 비중을 차지하며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재계 1위인 삼성전자. 예상을 뛰어넘는 ‘통 큰’ 투자 발표로 고용 참사를 겪고 있는 정부·여당의 숨통을 틔여줘 칭찬받은 것도 잠시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CO₂ 유출로 자동화재탐지기 교체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인 20대 청년이 사망하자 정치권에서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고 뜯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깊숙이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책임도 크지만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 위험외주화로 진단하면서도 법안 통과에 대해선 손 놓고 있던 정치권이 본인들 책임에 대해선 전혀 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직무 유기’인 셈이다.

지난 4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여지없이 정치권에선 삼성전자가 늑장 대응과 대책마련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품으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지하 1층 CO₂ 집합관실에서 3층 전기실과 연결된 1개 배관에 달린 밸브 부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파손돼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37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선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이후 날선 비판을 이어가도 늦지 않음에도 정확한 사실 파악돼 안 된 마당에 이번 사고의 발단이 ‘위험외주화’로 삼성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명 '삼성몰이'가 시작될 조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서 “20대 청년, 꽃다운 청춘은 삼성의 돈을 위해 위험성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적은 대가에 목숨을 바쳐야 했다”며 “삼성의 위험작업을 외주받은 하청업체의 사망사고는 오래 전부터 반복되고 있고, 대책마련을 한다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령 하나만 지키면 된다는 '특권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사는 “위험외주화를 통해 꽃다운 생명을 희생시키며 얼마만큼이나 비용을 아끼고 돈을 벌었는지, 그 돈이 과연 이 꽃다운 청년의 목숨 값에 버금갈만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며 “'위험외주화 금지법안'의 조속통과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말대로라면 위험외주화를 금지하면 이번 사고와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외주를 중단하고 직접고용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 말이 맞다면 정치권은 예전에 위험외주화 법안을 통과시켰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위험외주화 금지 법안을 수차례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세월만 흘렀다. 법안이 통과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 없이 비판만 가하는 무책임한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는 "대기업들 대부분이 소방시설점검 등 위험 분야에 외주화를 하고 있다"며 "위험위주화가 정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정치권에서 예전에 법안을 처리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손 놓고 있었다는 것에 누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자답해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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