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비상 걸린 與 ‘집토끼 관리’부터…野, 물밑서 정계개편 ‘눈치작전’ 솔솔

9월 1주차 정당 지지율 ⓒ리얼미터
9월 1주차 정당 지지율 ⓒ리얼미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경제상황 악화 등으로 민심이 크게 악화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사라져 정치권에서 지지율 난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각 당마다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靑·與, 경제정책 혼선으로 추락 지속…‘20년 집권론’ 물거품 되나

현재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청와대와 집권여당이다. 고용 문제와 저출산 등 주요 현안에는 예산을 적극 쏟아 부어도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집값 잡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이 역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 크게 기여했던 대북 문제도 당초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끝을 모르고 추락을 거듭하다가 집권 이후 최초로 50%선 이하로 떨어져 버렸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를 한 비율은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49%인 데 반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한 주 전보다 4%포인트 상승한 42%로, 긍정과 부정평가 간 격차가 불과 7%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부정평가의 주요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1%)이 압도적으로 꼽혔으며 동 기관이 조사한 향후 1년간 경기전망과 관련해서도 ‘좋아질 것’이라 답한 비율은 19%인 반면 ‘나빠질 것’이라 답한 건 49%에 달해 한국갤럽 역시 이 같은 결과를 들어 “최저임금, 일자리, 소득주도성장 논란,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이 심화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7일 민주평화당은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금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인데 어느 분야도 제대로 작동하는 게 보이지 않고 책임감 있게 직무를 수행하는 장관들도 보이지 않으며 말만 무성하고 중구난방 대책들만 난무하고 있다. 얼마 전 개각한 효과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혹시 남북정상회담 한 번 하면 지지율은 또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 아닌가. 국정 책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같은 날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에서 지지율 하락 이유에 대해 “왜 그런지에 대해선 제가 책임 있게 말할 수 있지 않다”면서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의외로 겸허한 입장을 내놨는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던 이전과 달리 심각하게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더 이상 지지율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비단 한국갤럽 뿐 아니라 하루 앞서 발표된 리얼미터의 9월 1주차 대통령 지지율(TBS 의뢰, 지난 3~5일, 전국 성인 1504명 대상, 표본오차 95%신뢰수준 ±2.5%포인트, 응답률 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이 기관이 조사한 이래 역대 최저치인 52.9%를 기록했었는데, 함께 조사한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은 다시 40%선 아래인 39.6%로 떨어져 새 지도부를 내세운 컨벤션 효과조차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얼미터 조사에선 대통령 및 여당 지지율 모두 서울과 20대, 진보층에서 주로 빠진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집토끼’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비록 얼마 전 여당 내 반발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대통령부터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싣는 등 일부 ‘우클릭’ 행보를 보였던 부분이 기반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화이트칼라층과 달리 정부 경제정책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블루칼라와 자영업자 계층까지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면서 위기는 심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당 내에선 평화당이나 무소속과 통합해 과반 정당으로 만들려는 정계개편 시도보다는 독자 행보를 계속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신임 사령탑인 이해찬 대표가 평화당 소속 의원들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받아들여 당 내홍 가능성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차기 총선을 통해 과반을 확보하고자 ‘집토끼 결속’ 작업부터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이런 점은 7일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주요 지지기반인 전남으로 총출동해 호남 예산을 확실히 챙기겠다면서 적극 현지 민심에 러브콜을 보낸 데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 반사효과 못 보는 야권, 해결책으로 정계개편에 ‘관심’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일단 정계개편에 선을 긋는 여당의 자신감은 자신들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야권의 지지율이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거의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에 근거하고 있는데, 거꾸로 이런 점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차기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을 단행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마저 현재 민주당이 떨어진 30%대 지지율은커녕 20%선도 오락가락하고 있는데다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 같은 정당들은 두 자릿수 지지율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난국 타개를 위해 ‘통합’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당장 한국당에선 지난달 27일 김무성 의원이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한다’란 본인 주최 토론회에서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공화주의는 절대 권력의 출현을 막는 역할을 한다”며 “공화주의 정신에 입각해 보수란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우파 정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해 보수대통합에 운을 띄웠다.

이보다 앞서 당 지도부 인사인 김성태 원내대표도 지난달 20일 소속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당 노선의 재정립을 위해 이념적 지표를 재설정하고 당이 추구하는 이념지형의 모습을 함께 확장해야 할 것”이라며 “통합 보수야당 건설을 위한 재창당 수준의 야권 리모델링도 고민해야 한다”고 보다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심지어 구 바른정당(바른미래당 전신) 출신인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사실상 바른미래당과 보수통합 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치는 등 적극적으로 통합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바른미래당 역시 “당의 통합정신을 살리고 그 뿌리를 내려 앞으로 전개될 정치개혁과 정계개편의 중심을 이루고자 한다”고 당권 도전 이유를 밝혔던 손학규 후보가 새 대표로 당선되면서 언제 정계개편을 본격 추진할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는데, 중도개혁통합정당을 강조해온 그는 한국당과 ‘보수대통합’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듯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지난 2일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계개편과 관련 “야권 정계개편은 앞으로 이뤄질 일이고 바른미래당의 내부 반성과 민생에 가까이 들어가는 것을 통해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지역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놔 선거제 개편에 우선 중점을 두고 추후 정계개편 가능성을 엿본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 ‘캐스팅 보트’ 바른미래당, 한국당과 평화당 중 누구 손잡나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미 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만든 평화당에서도 ‘생존’을 위해 우선 바른미래당과 통합에 나설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데,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지난 6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정계개편의 출발점이 손 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진보진영으로 넘어온, 이념은 확실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은 “지금 바른미래당에 우리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벌써부터 손 대표가 (당선)되니까 전당대회 전에 우리 평화당하고 통합하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손 대표가 판을 한번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박 의원의 주장대로 하루 뒤인 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지만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이상돈 의원이 ‘중도개혁 지향’의 새로운 정당으로 통합하는 구상을 들어 “유성엽 평화당 의원도 대표적인 경우고 요새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꽤 있다”며 “양당보다 그래도 제3의 길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원들 중심으로 두 정당이 합쳐보게 되면 이른바 제3지대 정당으로 다음번 총선에 한 번 해볼 수 있겠다 이런 기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정계개편의 전제조건으로 선거제 개혁부터 내세우는 움직임에 대해선 “일단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제시하고 모든 걸 던져 새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여야지 자기한테 유리한 선거제도를 만들어내면 뭘 하겠다, 이렇게 해선 진정성이 느껴지겠나”라며 “새로 태어날 제3지대를 추구하는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를 희망하고 있으면 사실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한국당과 평화당 양측 모두로부터 사실상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바른미래당으로선 정계개편에 나서려면 이들 중 어느 쪽과 손을 잡을지 고민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 보다 속도를 내려는 손 대표와 달리 당내 하태경, 이준석 등 구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은 아직 ‘자강’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어 먼저 바른미래당 지도부 내 이견 차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가 우선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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