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5명, 차관급 4명 ‘중폭 개각’…문책성 교체란 평가 많아

문재인 대통령이 2기 개각을 단행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기 개각을 단행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협치 내각을 잠시 거론했었던 문재인 정부가 거듭된 지지율 하락과 야권의 냉소에 못 견디고 결국 2기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30일 오후 교육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 장관급 인사와 방위사업청장, 문화재청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 차관급 4명에 대한 인사교체가 이뤄졌는데, 그 중 장관급 인사들은 대체로 문책성 차원에서 교체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김상곤 사회부총리, 대입제도 개편 혼란에 유은혜로 교체

먼저 이번에 교체된 장관급 인사들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송영무 국방부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5명으로 장관의 약 30% 이상 교체되는 셈이어서 ‘중폭 개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을 대신해 새로 입각하는 인사들은 교육부에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에 정경두 합참의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성윤모 전 특허청장, 고용노동부에 이재갑 전 차관, 여성가족부에는 진선미 민주당 의원 등으로 유 의원과 진 의원은 현역 여성 정치인이며 정 의장은 비(非) 육군 출신, 경제팀 관련 나머지 두 부처는 정통 관료 출신을 내정했다는 특징이 있다.

또 지역별로는 서울 출신 2명에 영남, 호남, 충청지역 각 1명씩이어서 지역 안배도 고려한 개각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교체되는 장관과 새로 임명되는 장관을 각각 비교해보면 우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재임하던 김상곤 장관은 2009년부터 2014년 초까지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교육감을 지냈던 교육계 인사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천 룰 등을 비롯한 혁신안을 발표하며 문재인 당시 당 대표를 사실상 지원사격 해준 바 있다.

이렇게 ‘친문’인사로 분류되어 왔던 김 장관은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된 뒤 문 대통령의 교육 1호 공약인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다가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외에도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자사고 폐지 등을 꺼냈다가 강력한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는 등 재임 내내 순탄치 못한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까지 등 돌린 이런 분위기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이번엔 교육계 인사가 아닌 재선 의원 경력의 정치인에, 호남 출신이 아닌 서울 출신인 유 의원을 임명해 더 이상 논란이 큰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소통의 폭을 넓히고 국면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좌)와 후임 부총리로 내정된 유은혜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김상곤 사회부총리(좌)와 후임 부총리로 내정된 유은혜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이를 확인시켜주려는 듯 유 의원은 30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며 “학생·학부모·교사 등 현장과 소통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발굴도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내놔 전임자와는 어느 정도 색채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첫 50대 여성 사회부총리란 타이틀에 비해 교육 관련 전문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일단 교총과 전교조 등 교사 단체에선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국회 교문위에서의 교육위원 경력 몇 년 한 게 교육 전문가라 할 수 있느냐면서 벌써 1만 4천명이 넘는 인원이 유 의원 임명을 철회해달라고 청원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전문성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인데,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의원은 3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 국회에서 상임위 활동만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고 너무 교육계 현장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어떻게 교육 문제를 이끌어나갈지 철학이나 본인 소신을 국민들께 보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여당 소속인 박용진 의원은 동 라디오에서 “교문위에서 6~7년 간 간사로도 활동하고 교육분야에 대한 관심, 전문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며 “원래 정치인 출신 장관이란 역할이 관료사회에 개혁성을 부과하는 역할이라 전문성이 있다 없다는 건 별 의미 없는 평가”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또 야권에서도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 후보자에 대해 교육 전문성 부족, 이념 편향성, 50대 경험 미숙 등을 지적하지만 교육 실무 경험이 없더라도 장관은 정무적 감각으로 정책을 결정할 필요성이 오히려 더 많다”며 “청문회에서 소신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면 된다. 제가 아는 유 장관 후보자는 개혁성, 도덕성, 국회 교육위 경륜 등에서 보여 준대로 보장된 교육부 장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한껏 힘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일각에선 유 의원이 고 김근태 의원과의 인연이 있는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인데다 고교 시절 과로로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도록 당시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문 대통령의 도움을 받았었던 인연 등으로 청와대의 주목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그래선지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30일 “교육 분야는 어찌 보면 가장 이해관계가 달라 어떤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분야 중에 하나”라며 “유 의원이 6년 간 (교육위) 경험을 하면서 소통 능력과 정무감각을 유감없이 발휘를 했고 교육개혁 관련 문제에 있어 서로 충돌하는 이해의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유 의원 지명 이유를 재삼 강조했다.

◆ 송영무 국방장관, ‘실언·계엄문건 늑장보고’에 정경두로 교체

송영무 국방장관(좌)과 후임자로 지명된 정경두 합참의장(우). ⓒ시사포커스DB
송영무 국방장관(좌)과 후임자로 지명된 정경두 합참의장(우). ⓒ시사포커스DB

이렇게 교육부에 23년 만의 여성 교육수장이 나올 것인지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이번 개각 발표 직전까지 교체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을 모았던 국방부에도 24년 만에 공군 출신 장관이 탄생할 것으로 관측돼 후보자로 내정된 정 합참의장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방부장관엔 비(非)육군 출신을 중용했던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처럼 문 정부에서도 일찌감치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1기 내각의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으나 잦은 구설에 오르며 거취 논란에 휩싸인 끝에 본인의 부인이 무색하게 결국 재임 414일 만에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이미 송 장관은 지난해 9월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이던 문정인 교수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인 사람 같지 않아 좀 개탄스럽다”고 평가했다가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미 공군의 B-52 전략폭격기의 한미연합공군훈련 참가 취소를 놓고도 문 특보 측과 혼선을 빚으며 얼굴을 붉힌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송 장관은 11월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 칭했다가 지적 받았었고, 같은 달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사건을 계기로 판문점을 직접 찾아 장병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을 했다가 나중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논란에도 송 장관은 지난달 성폭력 관련 발언 도중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된다”는 말을 해 다시금 도마에 올랐고, 11일 뒤엔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순직장병 유족들에 대해 “의전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난 것 같다”고 평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이 실언을 했다면서 또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송 장관이 미리 보고 받고도 문건이 공개될 때까지 4달 동안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교체론에 한층 무게가 실렸는데, 무엇보다 지난달 계엄문건 사안으로 국회에 출석한 송 장관이 기무사 소속인 민영삼 대령과 진실공방을 벌이다가 급기야 하극상까지 당하자 더는 군을 이끌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물론 송 장관은 1년 2개월 동안 장성 76명 감축 등을 비롯한 문 정부의 ‘국방개혁 2.0’ 청사진을 그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오기도 했으나 수차례 걸친 실언과 계엄 문건 늑장보고까지 겹치면서 문제가 돼 이번에 경남 태생에 공군 출신이면서도 합참의장을 맡고 있던 정 의장을 새 장관 후보자로 임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전부터 별 다른 설화 없이 안정적 모습을 보여 왔던 만큼 송 장관이 마무리 짓지 못한 국방개혁의 바통도 잘 이어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 고용부, 실업대란 책임…산자부는 탈원전, 여성부는 미투운동 영향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는 최악의 고용상황 등 최근 경제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 것으로 비쳐지는데,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고용지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실업 문제가 장기화되며 대통령 지지율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자 정부 경제라인 중 김영주 고용부장관에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청와대가 내각에 경제 상황에 대한 문책을 하려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1순위로 꼽겠지만 오히려 현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에 일찍이 문제제기를 하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줄곧 신경전을 벌여온 만큼 자칫 김 부총리를 교체할 경우 ‘말 안 들어 내쳤다’는 독선적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여러 지표 중 고용 부분이 유독 악화일로로 치달았다는 점도 고용노동부를 맡은 김영주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교체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김 장관은 비록 3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국회 입성 전까지 경력이라고는 농구선수 하다가 서울신탁은행 실업팀에 입단한 뒤 은행원으로 입사하고 전국금융산업노조 상임부위원장을 지낸 정도가 거의 전부이다 보니 역량 부족일 거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결국 정치인 출신 장관의 한계를 절감한 청와대가 고용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대통령 지지율까지 계속 떨어지자 김 장관의 후임으로 30년 경력의 정통 관료 출신이자 고용정책 전문가인 이재갑 전 차관을 내정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경질’이란 시각을 경계한 듯 일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장관의 경우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야 될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개각이 시작될 즈음에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인 진선미 민주당 의원(좌)과 산자부 장관 후보자인 성윤모 전 특허청장(우). ⓒ시사포커스DB
여가부 장관 후보자인 진선미 민주당 의원(좌)과 산자부 장관 후보자인 성윤모 전 특허청장(우). ⓒ시사포커스DB

비단 이외에도 산자부를 이끌던 백운규 장관은 취임 이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데 무게를 실어오다가 폭염 속 전기료 인상 가능성에 논란이 불붙고 한전과 한수원이 적자전환 하게 되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이 역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백 장관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적극 해임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교수로서 활동해온 백 장관 대신 새로 올 후임자인 성윤모 장관 후보자는 행시 출신에 산업부 산업정책국과 산업기술국을 거친 정통 산업부 관료로 꼽히는 인물로 향후 자동차·조선 등 위기에 처한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본격 돌입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백 장관처럼 교수 출신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이 총리가 해임을 촉구한 인사로 전해지고 있는데,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시민단체 활동도 활발히 해온 경력이 있지만 장관 재직 중 청와대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든 미투운동과 워마드의 ‘문 대통령 비하’, 페미니스트들의 편파수사 비판 시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점과 저조한 출산율 문제마저 거의 개선하지 못해 물러나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부분을 꼬집어 바른미래당에선 지난 30일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러 경질한 듯한 점이 보이는데 여성가족부 장관은 ‘페미 대통령’을 부각하지 못한 얼토당토 않은 책임을 지운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단 정 장관의 후임으로는 전북 순창 출신인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는데, 변호사 출신의 재선(비례 포함) 의원이자 과거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한 ‘친문계’인 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여성가족위 위원으로 2년간 활동하기도 했으나 그 외엔 별 다른 여가부 관련 경력이 없어 사실상 전임자 교체에 우선 방점을 뒀고, 대신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수월한 정치인 출신 후보를 후임으로 지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개각이 문 대통령에 반등의 계기로 작용할지는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인데,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1일 발표한 8월5주차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3%로 취임 이후 최저치여서 개각 단행이 그다지 ‘컨벤션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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