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당 내부서 개혁 가속 움직임에 “조급증 낼 일 아냐” 제동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취임한 이래 어느덧 한 달을 훌쩍 넘겼지만 그간 강조해온 당 혁신과 관련해선 별 속도도 잘 나지 않는데다 여전히 가시적 성과도 보이지 않아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이 오기 직전까지도 극심했던 당내 계파 갈등은 확실하게 잦아들어 안정을 찾았다며 좀 더 시간을 두고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과연 김 위원장의 행보가 정중동인 것인지, 아니면 그저 지지부진한 모양새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김병준 체제, 당내외서 평가 ‘극명하게’ 엇갈려

지금까지 가급적 조용한 행보를 해왔던 김 위원장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아직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우선 지도부 일원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취임 한 달째를 맞은 지난 17일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오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여러 측면들을 만들었다”며 호평을 보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오고 당이 급격히 안정을 이뤘다”면서 당 혁신 작업의 핵심인 ‘가치·노선 재정립’에 성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좀 더 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같은 당 홍문표 의원 역시 2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내에 워낙 여러 복잡한 사항들이 있어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면서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나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또 홍 의원은 ‘선 가치 재정립 후 인적청산’이란 김 위원장의 방침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정치나 민주주의 정치에서 사람부터 청산하고 그 다음에 정책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며 “변화와 혁신이란 큰 매뉴얼을 지금 아마 짜고 있는 중인데 9월 초순부터는 속도를 낸다고 하니까 우리가 좀 기다려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같은 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사실상 김 위원장을 겨냥해 연일 맹비난을 쏟아 붓고 있는데, 김 위원장 취임 초반인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현재 전국위원이 아니라서 김 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는 그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왼팔 격이었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을 우리 당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와, ‘우리의 잘못을 고쳐 주십시오’ 하며 엎드려 있다. 이제 이런 거짓 쇼는 그만둬야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는 “김 위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노무현 정신을 찬양하고 있다. 한국당을 노무현 정신의 정당으로 혁신하는 것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들의 잘못은 우리끼리 끝장토론과 자기성찰과 자기혁신을 통해 뿌리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자 다시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대통령 영정까지 사무실에 걸어두다가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해서 노무현, 김대중 사진으로 바꿔 걸 수는 없지 않나”라며 “노무현 정신을 따르는 인물을 누가 왜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으로 모시자고 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김 전 지사의 김 위원장 비판은 한 달이 넘은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지난 27일엔 김 위원장이 취임 인사차 찾아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를 만나자 “이 대표 방문 장면을 보니 우리가 야당인지 어리둥절하다. 우리가 노무현 당인가”라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해야 야당 아닌가. 야당 비대위원장이란 인사가 보여주는 언행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대해 비판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대해 비판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28일에도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한국당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무리 정치인이라지만 의리라곤 찾아볼 수 없다”며 “표 떨어질까봐 두려운가 보다. 참으로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비단 김 전 지사 뿐 아니라 김태호 전 경남지사,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 6·13지방선거 당시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했던 원외인사들도 29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가운데 하나 같이 김 위원장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 소속은 아니지만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까지 김 위원장에 대해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우리 정치 풍토는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 비대위원장으로 가서 만약에 친박, 친이 몇 사람만 인적청산 했어도 리더십이 섰을 건데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으려다가 하나도 못 먹는 꼴로 전락했다”며 “김 위원장은 이미 비대위원장으로서 한 달간 평가를 받았다. 레토릭은 좋지만 좀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 지연되는 인적청산에 당내서 金에 비판도

사실 이 인적청산 문제는 줄곧 당내 ‘뜨거운 감자’가 되어 왔는데, 지난 20일 ‘2018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도 김 위원장이 “인적청산을 하지 않으면 혁신이 없는 것이고 비대위가 없는 것이라 얘기해왔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르다. 자동차를 고치지 않고선 아무리 좋은 기사를 영입해서 차가 잘 가겠나”라고 발언하자 곧바로 친박계 김진태 의원이 “차는 고장 난 게 없는데 운전수가 문제”라며 “제대로 선명한 우파정당이 필요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했는지 지난 17일만 해도 국회에서 “일에는 순서가 있다. 제 스케줄대로 가고 있는데 밖에 있는 분들과 언론이 왜 인적청산을 안하느냐며 급한 것 같다”던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선 9~10월 사이에 인적 쇄신에 들어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일 연찬회 주제발표에서 “비대위가 끝나면 더 이상 정치할 생각도 없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앞서 지난달 18일 “당대표로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인적쇄신의 강도가 이 수준에 그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훨씬 수위 높은 수준으로 이뤄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분위기에는 휩쓸리지 않겠다는 듯 일단 속도조절에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인데, 지난 20일 “비대위가 1달이 지난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놔야 한다. 비대위 산하 소위가 앞으로 공천제도와 기존 의원의 기득권 문제, 당원의 권리 회복 등을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30일 비대위 회의에선 “많은 분이 당의 개혁 방안들이 바로바로 안 나오냐고 하는데 조급증 낼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명절이고 여론에도 큰 의미가 있어선지 조급하게 안을 추석 전에 내야하지 않냐며 (소위 위원들이) 이런저런 안을 많이 내는 것 같다”며 “기조를 세울 때 변화가 있든 없든 정리하고 철학을 세우고 새 성장이론을 내놓고 등이 당 혁신과 개혁에 기본이다. 하루아침에, 1~2주 만에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속도조절 내세우며 ‘민생 부각’ 나섰지만 지지율 부진에 고민

8월 5주차 정당 지지율 주간 집계 결과 ⓒ리얼미터
8월 5주차 정당 지지율 주간 집계 결과 ⓒ리얼미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당이 추구할 가치부터 세운다는 명제 하에 ‘탈국가주의’ 등을 제시한 이래 여태 별 다른 실질적 진전은 없다면서 김 위원장이 민생현장에 잘 와 닿지 않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그래선지 김 위원장은 민생법안과 관련해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경우 여당이 요구하듯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연장하는 대신 임대인에겐 ‘세제혜택’ 등을 주자며 본격적인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예 김 위원장은 29일 광화문에서 열린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집회’에 직접 참석해 장외투쟁도 벌였는데, 점차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그의 행보와는 달리 아직은 당 지지율이 크게 약진하지는 못하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간 전국 성인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8월 5주차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은 20%선을 넘은지 한 주 만에 2.8%포인트가 빠지면서 다시 10%대로 하락했는데, 당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에서 무려 14.9%포인트나 폭락해 26.4%로 떨어지고 대전·충청·세종 지역에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17일 당 지지율 문제와 관련해 “지지율은 존중하고 여론의 바로미터니까 유심히 지켜보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크게 집착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나 앞으로 반년 남짓한 임기 동안 지금처럼 더딘 회복세를 보인다면 차기 당권에 대한 관심만 더 높아지며 비대위의 추동력은 한층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자칫 용두사미식 비대위 되는 게 아닌지 벌써부터 이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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