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먼저 나선 가운데 내달 황교안·홍준표 귀추에도 이목 쏠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병준 혁신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지 이제 40여 일차에 접어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벌써부터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듯한 심상찮은 조짐이 일고 있다.

그 선두에는 오랜만에 잠행을 깨고 본격 활동을 재개한 김무성 의원이 우선 꼽히고 있는데 돌연 ‘공화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그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 지지율 상승, 잠룡들 활동 재개 계기 됐나

김병준 비대위 체제 출범 직전만 해도 조기 전당대회냐, 혁신비대위냐를 놓고 계파 갈등을 이어가던 한국당이 비대위 체제 이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내홍이 잦아들어 최근에는 지지율까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당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성인 2505명에게 조사해 27일 발표한 8월 4주차 정당 지지율 주간집계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 6.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전주 대비 0.6%P 상승하며 20.5%를 기록해 3주 연속 상승세를 탄 것은 물론 6·13지방선거 이후 약 4개월 만에 20%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여전히 2배 이상 나는 상황이지만 경제 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는 상황이어서 오랜만에 제1야당으로서 재기할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보니 지방선거 참패 이래 숨죽이고 있던 거물급 정치인들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슬슬 당권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 중 누구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당내 6선 중진인 김무성 의원으로 지난 23일 의원회관에서 ‘벼랑 끝에 몰리는 자영업자·서민과 서민 금융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자신의 주최로 개최한 데 이어 27일에는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한다’란 제하에 포럼을 열고 활발한 ‘세미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당 복당 이후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한 전력 외엔 가급적 대외 행보를 자제해왔고 지방선거 패배 직후엔 앞장서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바에 비쳐 최근 나흘 사이 연속 2차례 세미나를 개최한 김 의원의 행보는 결국 내년 당권 도전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27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공화주의’ 포럼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20여명의 소속 의원들이 몰려들어 마치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 김무성, 공식 활동 재개하며 ‘공화주의’ 내세운 이유는?

더구나 김 의원이 이 자리에서 보수우파를 부활시킬 대안적 가치로 제시한 ‘공화주의’는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국가주의 비판’ 등 줄곧 가치문제에 방점을 두어오던 와중에 새로이 주목받으며 이 자리에 함께 한 김 위원장에게까지 “우리가 지금 중요한 것이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 또 비전을 찾고 큰 담론을 우리 당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극찬을 들었다.

다만 23일 세미나에선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를 촉구하며 현안 관련 목소리를 높였던 김 의원이 27일 세미나에선 ‘공화주의’라는 더 큰 의제를 제시하면서 보폭을 넓혀나간 건 단순히 본인의 당권 도전만을 고려한 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개헌과 정계개편 등 복합적 사안을 감안해 내놓은 일석삼조의 ‘카드’란 설명인데, 우선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삼권분립도 공화주의 정신에 입각해 만들어졌고 여당과 야당이 국정 파트너란 인식도 공화에 기반한 정신”이라며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공화주의는 절대 권력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역설함으로써 과거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분산형 개헌에 무게를 뒀었던 자신의 주장을 다시금 피력했다.

또 공화주의란 앞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과거 구 바른정당 소속 당시 “공화주의 철학에 기초한 보수혁명을 해야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늘 강조해왔었던 만큼 결국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인 김 의원이 ‘공화주의’를 매개로 보수대통합을 위한 정계개편 구상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해오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해오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는 지난 20일 복당파 출신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보수 진영의 임시분할 체제를 끝내고 통합 보수 야당 건설을 위한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을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역설한 데 이어 2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온 홍문표 의원의 “한 발짝 양보하면서 대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서 그 일을 해내는 것이 우리가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는 길이 아닌가”란 발언에 비쳐 봐도 비박계의 정계개편 추진 의사는 여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지난 6월 의총에서 김 의원 본인 역시 “보수통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천명했던 바 있어 최근 김 의원의 ‘공화주의’ 발언은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까지 끌어들여 ‘세 불리기’에 나서려는 복안으로도 풀이되고 있는데, 일단 김 의원은 유승민 등에 러브콜을 보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원의 ‘공화주의’ 세미나가 대통합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당 내부를 규합하는 계기가 되는 데엔 나름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27일 세미나에는 김용태, 홍철호, 홍일표, 권성동, 김영우 등 복당파 출신 외에도 과거 친박계로 꼽혔던 이만희, 최교일, 추경호 등을 비롯해 잔류 비박계인 나경원 의원에 이르기까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 같은 시각에 대해선 아직 확대해석이란 지적도 없지 않으나 김병준 비대위 출범 이후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인적청산은 차기 당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른바 ‘살생부’에 거명됐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적청산을 추진하지 않을 만한 인사를 당 대표로 세우기 위해 계파를 떠나 모이는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은 ‘공화주의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우리 당의 변화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것을 위해 제가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당권 준비로 비쳐지는 점을 의식했는지 “제가 세미나 제일 많이 개최하는 의원 중 한 사람인데 개인지도자 보다 시스템에 의한 정치가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세미나를 연 것이다. 앞으로도 매주 세미나를 열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당직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차기총선 불출마와 당 위원장 사퇴, 책임지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며 “전혀 당직 같은 거 맡을 계획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황교안·홍준표 등도 차기 당권경쟁 등판 준비?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좌)가 다시 당권에 도전할 것인지 여부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우)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좌)가 다시 당권에 도전할 것인지 여부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우)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한편 김 의원 외에도 당권 도전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또 다른 인사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친박계 측을 대표하는 인사로는 원외 출신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들 수 있다.

퇴임 이후 간간이 SNS를 통해 현안 관련 입장을 내놓으며 정치 활동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였던 황 전 총리는 지난달 24일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빈소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지난 21일 청년들과의 대화를 담은 수필집인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를 발간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청년과 대화하는 형태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보수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내달 7일에는 윤봉길 의사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도 열 예정이어서 과연 어떤 인사들이 이 자리에 모일 것인지 일찌감치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황 전 총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없진 않은데,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SBS ‘김용민의 정치쇼’에 출연해 “그가 총리 시절 한 게 뭐 있느냐.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하는데 한 번이라도 ‘아니 되옵니다’를 말한 적이라도 있나”라며 “그냥 총리 출신이란 이유로 한국당 지도자가 돼야 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밖에 황 전 총리 말고도 당권 도전 여부와 관련해 주목 받는 이는 또 있는데, 지방선거 참패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대표가 그 주인공으로, SNS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면서 주요현안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표명해온 그가 내달 15일 귀국하면 당 대표에 다시 나설 것인지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너도 나도 당권경쟁에 나서려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공천권을 비롯한 막강한 권한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앞서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는 7~8개월 가는 게 정상적”이라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비대위 체제 이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당 대표는 통상 임기 2년인 만큼 임기 말 있을 21대 총선과 관련해 공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래선지 워낙 ‘뜨거운 감자’인 이 공천권 문제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비대위 임기 내 공천 시스템 개혁이 가능하다. 반드시 해내야 하는 작업”이라며 본인 임기 내에 매듭지을 뜻을 내비친 바 있는데 “상향식, 하향식 다 문제가 있다”고 밝혀 어떤 형태로 이뤄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설령 공천권과 관련해선 비대위에서 미리 정한다고 해도 당 대표란 직위의 권한과 무게감은 여전해 앞으로 약 반년여 뒤 열릴 전당대회에서 어느 누가 우세를 점하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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