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난 현재 부동산 정책은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집값이 들썩이자 부랴부랴 지난 27일 일명 ‘8·27대책’을 내놓으며 서울 4개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번 대책의 발단은 지난달 10일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와 용산 통합 개발하겠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발언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25개구에 확산됐다.

섣부른 부동산 개발 언급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집값에 기름을 얹으며 그동안 꺼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며 정부가 노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 이전 시계로 되돌려놓았다는 비판이 정부 일각에서 들린다.

정부와 엇박자를 낸 박 시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에선 혼란만 초래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진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일관성 있는 신호를 보낼 때 요동치지 않음을 박 시장이 모를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정부 부동산 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 혼란만 초래한 아마추어를 보여준 것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무리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어찌됐든 이번 박 시장의 발언 때문에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쓸 카드들을 소진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그동안 꺼내놓은 부동산 규제는 과열을 막기 위해 투기성이 강한 곳을 상대로 투기지역을 선포하는 등 수요 억제 위주 정책을 펴왔다.

집값 상승이 주춤하는 효과를 거두며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지방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울 집값을 잡는 8·27 대책을 꺼냈다. 핵심은 집값이 들썩인 곳에 투기지역을 선포하고 집값 안정화를 위해 주택 공급 확대다. 그러나 이 마저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맹탕’ 대책이라는 냉소적 비판이 나온다.

이런 신호는 앞선 정책에서 가늠할 수 있다. 지난 7월 보유세 개편안을 꺼냈지만 시장에선 강도가 약했다는 신호를 주면서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박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과 ‘강북 우선 투자’ 방침을 밝힌 게 집값 상승에 결정적 한방을 날렸다. 정부로선 박 시장이 야속하기만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아파트 한 채를 얻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을 봐서라도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혼선이 아닌 일관된 정책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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