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앞둔 민주·바른미래 후보들, 이해찬·손학규 ‘맹공’…평화당도 ‘잡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권 도전 중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각 당마다 다선 중진 출신 인사들이 일찌감치 당권을 넘보면서 자칫 전당대회가 ‘올드보이의 향연’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거진 가운데 여기에 맞서는 목소리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어 당초 생각한 것보다 쉽지만은 않을 거란 시각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 민주당 당권 경쟁, ‘올드보이 때리기’ 효과 나오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전당대회를 보름여 앞둔 시점임에도 벌써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가장 젊은 송영길 후보(55세)가 ‘나이’를 무기로 타 후보(김진표 71세, 이해찬 66세)들을 향해 연일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앞서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송 후보는 “현재 나와 있는 세 분 중에는 (제가) 가장 최근까지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사람”이라며 “셋 중 (제가) 가장 친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가장 친문은 이해찬 의원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엔 도리어 “친노라고 얘기한다.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선배였고 더 윗사람 아니었느냐”고 응수했다.

7선 중진으로 대표적 ‘올드보이’격인 이 후보에 견제구를 던진 셈인데, 이 뿐 아니라 송 후보는 ‘경제 전문가론’을 내세우고 있는 김진표 후보를 겨냥해서도 6일 오전 대전 유성 계룡스파텔에서 가진 지지자들과의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김 후보가 경제부총리를 맡았을 때 경제를 살렸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송 후보는 “차기 민주당은 미래지향적인 지도자를 원한다. 올드보이가 당을 맡게 된다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며 “민주당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56세의 젊고 유능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이날 이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해찬 의원은 53세에 국무총리를 했고, 장관과 당 대표까지 다 하셨다. 김진표 의원은 57세에 경제부총리를 했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을 다하셨다”며 “그동안 기회를 얻지 않았느냐. 언제까지 선배들이 계속할 거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송 후보는 “(단순히) 나이가 들었으니까 물러나라 이런 게 아니다”며 “이 의원은 김 의원이나 송영길과 비교해 경제 분야에 대해 약하고, 대한민국 사회를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다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까지 기재부 관료출신인 김 의원이 책임져서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민주당이 과거에 머물 것이냐 아니면 미래로 나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야당에 올드보이들이 귀환하고 있다. 손학규, 김병준 등이 나서고 있는데 민주당도 똑같이 갈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송 후보의 거센 공세에 경쟁주자 측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 김 후보는 7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세대교체는 꼭 필요하며 젊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면서도 “지금 국민이 당 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개혁의 리더십이다. 이는 해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개혁 추진 리더십은 젊다고 잘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와 야당을 설득해서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리더십은 그러한 철학과 의지, 경험, 경륜을 가져야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송 후보와 같은 후위주자의 ‘선두 때리기’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 6~7일 전국 성인 1205명을 상대로 조사해 8일 발표한 민주당 대표 적합도 8월 둘째 주 정례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P, 응답률 6.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이 후보가 22%를 얻어 여전히 1위이기는 하지만 송 후보가 20.4%의 2위로 오차범위 내에서 그 뒤를 바짝 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동 조사에서 민주당 당원만을 대상으로 설문했을 때는 김 후보(24.5%), 송 후보(24.1%), 이 후보(21.5%) 순으로 적합도 순위가 뒤집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지난 주 대비 송 후보의 상승폭(8.9%P)이 가장 높아 올드보이 간 난투 속에 차별화된 선명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전당대회까지는 아직 2주 넘게 남았고, 최대변수가 될 부동층도 (이 조사에선) 여전히 각 후보들의 지지율을 상회할 정도인 만큼 누가 우세할 것인지는 더 관망할 필요가 있지만 당초 올드보이 후보의 압도적 우세를 점쳤었던 싱거운 결과와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바른미래, 출마 전부터 孫 견제 봇물 터져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마찬가지로 경선이 진행 중인 바른미래당에서도 일찍이 올드보이 후보의 등판에 가장 이목이 쏠렸었는데, 바로 출마 선언 전부터 소위 ‘안심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손학규 상임고문 이야기다.

민주당 당권 경쟁의 포인트가 문재인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의미하는 ‘친문’이었다면 바른미래당 경선의 화두는 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을 뜻하는 ‘안심’이었는데, 앞서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오히려 그 점을 경쟁력으로 부각시키기보다 불편해했던 점은 사실 손 고문을 의식한 바가 크다.

이를 보여주듯 국민의당 시절 안철수계로 분류되어온 김영환 전 의원은 지난 5일 손 고문에 대해 “전날 찾아뵙고 출마한다고 말씀드렸다”면서도 “손 고문의 출마가 제일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의원 외에 또 다른 원외 출신 당권주자인 장성민 전 의원도 8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아예 손 고문을 겨냥 “6.13 선거의 대참패로 참혹한 실패를 초래한 책임 당사자”라며 “지금 산 속 깊이 다시 토굴 속에 들어가서 석고대죄를 하고 성찰을 해도 국민들이 볼까 말까 하는데 토굴 생활을 하지 않고 바깥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무엇보다 장 전 의원은 손 고문에 대해 “미래의 정치가 아니고 과거의 상징, 과거의 정치인이 아닐까. 올드보이들의 역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올드보이들이 다시 과거로 한국 정치를 되돌리려고 하는 거대한 역류현상은 국민들과 당원 대의원들의 혁신과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 상당히 심판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직접 ‘올드보이’란 공세까지 펼쳤다.

심지어 본인이 안철수로부터 영입된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장 전 의원은 안심 논란과 관련해서도 “안심을 팔고 선거판을 한 번 드나들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안철수의 새 정치와 배치되는 패거리 문화”라며 “시대 역행적인 그러한 인물들에 접목을 시킨다면 안철수 후보 역시 올드보이로 그냥 휩쓸려 가서 자신의 정치적 가치인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소진시켜 버리면서 파국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안 전 대표에게까지 거침없이 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분위기는 원외 인사에 국한된 게 아니었는데, 원내 출신 당 대표 후보인 하태경 의원조차 손 고문 출마 전인 지난 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손 고문이 강점을 보면 안정감이 있다. 그런데 지금 안정감이 필요한 정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안정감만 주로 가지고 있다면 그냥 안정감 있게 안락사하는 거 아니냐”고 손 고문에 견제구를 던졌다.

이미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안심을 자꾸 들먹이는 것은 당 화합에 도움 되지 않는다”며 “손 고문과 연결하는 것 자체가 전당대회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안심’과 ‘손 고문’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음에도 이렇게 파장은 계속되며 쉽게 잦아들지 않았는데, 그래선지 8일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손 고문도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손 고문은 8일 국회에서 가진 출마 회견 초반부터 “‘이제 와서 무얼 하려고 하느냐, 무슨 욕심이냐’는 만류와 비아냥과 비난을 무릅쓰고 나왔다. 온갖 수모와 치욕을 각오하고 제가 감히 나섰다”며 잔뜩 자세를 낮춘 모양새였는데,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안철수, 유승민에 대해 얘기하지 말자”면서 ‘안심 논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마저 “언론에서 만든 것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하지만 이날 그의 출마 선언엔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물론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신용현, 이동섭, 채이배 의원과 김도식 전 비서실장 등이 함께 한 점만 비쳐 봐도 이미 안심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바른미래-평화당의 ‘닮은 꼴’ 전대, 당 안정 발목 잡나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신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신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실 문제는 지금보다 전당대회 이후가 더 큰데, 설령 민주평화당처럼 올드보이 후보가 당권을 쥐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경쟁후보들이 품은 불만은 불식시킬 수 없어 또 다른 당 내홍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화당에선 예상했듯 정동영 의원이 압승하면서 수월하게 당 대표에는 올랐지만 전당대회에서 그와 경쟁했었던 유성엽, 최경환 의원이 8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부터 당의 진로를 놓고 “정의당과 민주당 사이로 가려 한다면 재고해 달라”며 곧장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을 보여 앙금이 여전히 남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가 그나마 분리되어 있는 민주당과 달리 평화당처럼 득표순으로 당 대표부터 최고위원 자리까지 정해지는 식으로 경선을 진행하는 바른미래당 역시 당 대표와 경쟁했던 후보들이 함께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만일 손 고문이 사령탑에 오르더라도 그의 장점인 ‘안정감’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인지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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