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유력 증거 확인됐다고 생각 안 해”…특검 “추가 조사할 부분 남아”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드루킹 댓글 관련 공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드루킹 댓글 관련 공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허익범 특검이 수사 개시 40일 만인 지난 6일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공범으로 김경수 경남지사를 처음 소환 조사했다.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한 김 지사는 “이번 사건 관련해 저는 누구보다 먼저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시종일관 자신에 찬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특검을 겨냥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 주길 부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김 지사는 특검에 출석한 지 18시간을 넘겨 귀가하면서도 “수사에 당당히 임했다. 충분히 소명했고 소상히 해명했다”며 “(특검 측이) 유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거듭 결백을 호소해 이에 대한 특검의 대응이 어떨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드루킹 특검, ‘혐의 부인’ 김경수 재소환하기로

김 지사를 둘러싼 드루킹 관련 혐의는 크게 2가지인데, 지난 2016년 11월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드루킹 일당이 만든 댓글 추천 수 자동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해 함께 댓글조작을 공모했는지 여부와 지난해 말 6·13지방선거에서 킹크랩을 통한 선거지원을 요청하며 그 대가로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이번 조사에선 드루킹과의 대질 신문은 없었지만 김 지사는 자신의 진술이 실시간으로 녹화되는 영상 녹화실에서 14시간 30분에 걸친 밤샘 조사를 받았는데,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킹크랩을 본 적 있느냐’,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던 만큼 특검에게도 줄곧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직 인정하는 부분이라곤 느릅나무 출판사를 2~3차례 찾아갔다는 사실 뿐인데, 김 지사는 드루킹으로부터 ‘선플운동을 하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시인하면서도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았을 당시 킹크랩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은 없고 그저 경공모를 통해 좋은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취지였지 댓글조작을 부탁한 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소위 이 ‘선의의 단순 지지자’란 논리는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4월14일에도 펼쳤던 바 있는데, 당시 김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 전 수많은 지지 그룹들이 돕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고, 드루킹이란 분도 그 중 한 명”이라며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메시지를 받는 저로선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드루킹이 제출한 USB(이동식 저장장치) 안에 김 지사의 시연회 참석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김 지사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데, 여기엔 지난해 1월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대선 후보 정책 공약 관련 자문을 요청한 내용을 비롯해 대선 당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김영란법 관련 발언에 대해 조언을 하는 등 양자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는 태블릿 PC가 있었다면 드루킹 여론조작에는 USB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는 태블릿 PC가 있었다면 드루킹 여론조작에는 USB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이 USB와 관련해선 지난 6일 바른미래당이 김철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는 태블릿 PC가 있었다면 드루킹 여론조작에는 USB가 있다”며 “특검이 확보한 USB 바둑이(김경수 경남지사를 지칭) 폴더에 여론조작에 사용한 킹크랩 관련 자료들이 나왔다는 점에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여론조작 관련 보고를 해왔다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고 일종의 스모킹 건으로 꼽은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특검은 드루킹의 최측근인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앉히는 계획이 무산된 뒤 김 지사가 지방선거 협조를 대가로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역제안 했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USB 안에 있는, 드루킹과 김 지사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시그널’을 통해 나눈 대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일단 센다이 총영사 뿐 아니라 오사카 총영사직에 대해서도 김 지사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김 지사는 앞서 지난 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내가 먼저 제안했다는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는데, 이런 김 지사의 완강한 태도 때문인지 당초 현직 도지사란 신분상 한 차례 밤샘 조사로 마무리 지을 거라 점쳐졌던 예상을 깨고 특검은 7일 김 지사 재소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분명히 하듯 허익범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경남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 지사를 한 번 더 부르는 건 힘들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팀이 필요하면 뭐 (할 수 있다)”고 입장을 표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엔 박상융 특검보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추가 조사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인 김경수 변호사와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2차 조사에 들어갈 방침임을 못 박았다.

◆ 특검, 金 구속영장 청구엔 신중…정치권 논란 의식 했나

다만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는데, 허 특검은 7일 영장 청구 여부 관련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너무 앞서가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건 영장 청구가 일종의 양날의 칼이 되기 때문인데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뿐 아니라 수사범위도 드루킹에게 김 지사를 소개해 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으로 빠르게 확대해나갈 수 있겠으나 만일 기각된다면 거꾸로 특검이 치명타를 입게 되고,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또 김 지사가 증거인멸을 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면 영장이 발부되지 않기에 특검으로선 이런 현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특검의 행태는 교묘한 언론플레이와 망신주기”라며 김 지사를 적극 비호하고 있다는 점도 특검에 상당 부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출국금지를 시키고 빨리 구속해야 한다”며 김경수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출국금지를 시키고 빨리 구속해야 한다”며 김경수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미 정치권에선 김 지사에 대한 영장 청구를 놓고 여야 간 첨예한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6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자기 죄가 있는데도 전면 부정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증거인멸을 하려고 하는 것으로 이는 구속사유 중 하나”라며 “출국금지를 시키고 빨리 구속해야 한다”고 김 지사 구속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근거로 하 의원은 “실제로 (의원 시절) 자기 컴퓨터 완전히 삭제돼서 지금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하고 있는데 이게 증거인멸을 한 것”이라며 “바로 구속영장 치고 구속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7일 동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하 의원을 겨냥 “국회 사무처에 보면 쓰던 업무용 컴퓨터나 이런 것들은 당연히 반납하는 거고 반납된 컴퓨터는 로우포맷을 하는 것이 국회 사무처의 원래 업무방침”이라며 “증거 인멸을 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은 “협의가 지금 입증될 만한 증거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영장 청구를 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 우려가 있어야 영장이 발부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지금 현재 도주 우려는 당연히 없고 김 지사 스스로 본인이 쓰던 핸드폰도 제출하고 있고 압수나 수색 같은 걸 하려면 얼마든지 하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 정치특검 시각에 ‘불편’…일단 ‘속전속결’ 나설 듯

이렇듯 벌써부터 영장 청구를 놓고 정치권 내 견해가 엇갈리면서 정치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앞서 “김 지사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기억이 나게 도와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특검도 이젠 조심스러운 모양새인데, 박상융 특검보는 7일 “김 지사에 대한 영장검토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아직은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영장단계까지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이어 ‘김 지사 망신주기 수사’라고 성토하는 민주당 측 반응에 대해선 “그에 답변하면 불필요한 공방이 예상된다.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특검 측은 ‘정치 특검’이란 일부 시각에 대해 불쾌하다는 속내를 숨기지는 않았는데,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 특검이 되길 바란다’던 김 지사의 발언을 겨냥한 듯 허익범 특별검사는 7일 오전 기자들에게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다. 특검은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래선지 특검은 지난 6일 김 지사를 처음 소환하면서도 당일 정례 브리핑까지 취소할 정도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정치권으로부터 오는 압박수위 역시 높아지는 만큼 이번 주 안으로 김 지사에 대한 재소환과 영장 청구 여부가 모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특검 측은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해줘야 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어 1차 수사기간인 이달 25일 안으로 어떻게든 조사를 마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20일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과연 어느 정도 진상을 규명해낼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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