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구걸’ 논란에 극도로 말 아껴
文 투자 당부에도 청와대 일각 비판에 퇴색

청와대 일부의 투자 구걸 논란이 언론에 흘러나오면서 김동연 부총리오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은 투자 및 고용계획 발표는 나오지 않은채 김이 빠졌다.ⓒ뉴시스
청와대 일부의 투자 구걸 논란이 언론에 흘러나오면서 김동연 부총리오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은 투자 및 고용계획 발표는 나오지 않은채 김이 빠졌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만남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투자 고용계획을 발표하려 했던 삼성은 ‘투자 구걸’논란에 잠정 연기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청와대 일각에서 삼성 방문이 투자를 구걸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던 터라 이날 만남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으러 왔다는 말”을 반복하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날 예상대로 구체적인 투자나 고용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 순방 당시 이 부회장을 만났을 때 투자 및 고용을 당부했던 발언이 나온 이후 관심이 모아졌었다. 지난해말부터 김 부총리가 LG를 필두로 현대차, SK, 신세계 등 대기업을 방문할 때마나 각 그룹은 투자ㆍ고용 계획을 내 놨기에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서 투자 및 고용 규모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청와대 일부의 강경기류에 발목이 잡히며 투자 및 고용계획 발표는 나오지 않으며 김이 빠졌다.

김 부총리가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으러 왔다는 말처럼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3~4라인 추가 건설에 대한 전력 확충, 5G 외국인 투자 문제, 바이오 산업 규제 등을 건의했다.

이날 만남에서 유독 눈길이 간 대목은 삼성에게 껄끄러운 언급을 한 김 부총리의 발언이다. 김 부총리는 “삼성이 선도적으로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만들고 상생 협력, 지배 구조와 불공정 관행 개선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과 그동안 일각에서 끊임없이 지적으로 제기됐던 불공정 관행이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청와대 일각의 시각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의 애로사항에 대해 김 부총리는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도 있었고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도 있었다”며 “풀 수 있는 것은 풀고 검토할 것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개혁은 김 부총리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부처 및 청와대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 시간이 필요하다. 김 부총리가 언급했듯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관행 개선 문제는 그동안 줄기차게 정부에서 언급해왔던 터라 청와대 일각에서 삼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부총리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여러 생각할 계기가 됐다”며 “기업의 본분은 잊지 않고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지배구조 및 불공정 관행 개선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일각에서 이번 만남 자체가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 일각에서 투자구걸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만남은 빛이 바랬다”며 “이날 기재부에서 발표한 자료만 보더라도 선언적인 내용들과 그동안 나왔던 내용들로만 꾸려져 있어 실속 없는 만남 그 자체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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