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위기를 바라보는 청와대 참모진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판이한 시각차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고용 발표는 잠정 연기됐다. 국내 경제에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투자를 통해 일자리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역할이 현 시점에선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참모진은 대기업에 의존해 투자를 구걸하거나 압박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표하며 김 부총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 부총리는 이례적인 입장발표에서 정면 돌파 의지를 비치며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 일부 참모진이 삼성전자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기업에 의존해 투자를 구걸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지난해 말부터 김 부총리가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차 SK, 신세계 수장들을 만나며 이들 기업들이 수십조원의 투자와 수만명에 달하는 신규 고용 계획을 발표할 때 반응을 내놓았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에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LG그룹 마곡 R&D 연구단지 개장식 참석한 것도 청와대 참모진의 우려대로라면 투자 구걸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분이 마음껏 연구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기술, 신제품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며 “우선 시범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기술개발과 창업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을 내세운 가운데 재벌의 상징과 같은 삼성전자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면 재벌개혁 의지 약화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아직 이 부회장이 뇌물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이 올 5월부터 언급돼왔다는 점, LG를 시작으로 현대차 SK, 신세계가 김 부총리 방문 당시 투자 고용 계획 발표로 정부 정책에 화답한 것으로 볼 때 이번 삼성전자 투자 고용 계획 발표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이번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큰 법, 청와대 참모진의 딴지(?)걸이로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은 연기됐다. 그럼에도 이날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에서 삼성의 역할에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일단 논란이 일지 않는 적절한 시기에 맞춰 투자 고용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부진과 미중 무역전쟁, 미 금리인상 등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김 부총리의 대기업 방문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 주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 이뤄지고 있어 청와대가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자답해 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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