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간보기 정치냐” 격앙…靑·與 “사실무근” 진화 나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비례)이 문재인 정부의 신임 환경부장관으로 입각한다는, 이른바 협치 내각에 동참할 것으로 보도됐다가 정치권에서 이를 부인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비례)이 문재인 정부의 신임 환경부장관으로 입각한다는, 이른바 협치 내각에 동참할 것으로 보도됐다가 정치권에서 이를 부인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협치 내각에 우선 고려되고 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단 박 의원 본인은 물론 야권에서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자 청와대와 여당도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그저 한낱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협치 내각 구상에 향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어떤 식으로 사태가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환경부장관 입각설’ 언급된 박선숙은 누구?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청와대는 앞서 지난달 23일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협치 내각’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직접 거론하며 먼저 야권에 손을 내민 바 있다.

다만 당시 김 대변인은 야권 인사 입각 시 검증 기준에 대해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부연해 정부여당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쪽에 러브콜을 보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고 일각에선 장관직 두 자리를 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래선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선 일견 관심은 보이면서도 그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비판적 반응부터 내놨었고, 이들과 달리 처음에 입장 표명을 유보했던 평화당마저 25일 조배숙 대표가 “협치 내각을 하려면 선거제도 개선과 개헌합의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조건을 걸면서 모두 정의당으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나와 “당내 어떤 분도 이와 관련된 구체적 구상과 내용을 제안 받은 바 없다”고 밝혔으며 이미 24일 청와대에서도 김 대변인이 “청와대 또는 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성격은 아니다. 쉬운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기에 협치 내각 이슈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러던 차에 돌연 3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을 협치 내각에 적임이라고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진전되는 듯 보였는데, 대야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홍 원내대표는 “실현된다면 협치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야권에 동의를 구해 나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져 ‘박 의원 입각설’에 한층 힘이 실렸다.

특히 해당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여권 인사들과 두루 가깝고 민주평화당 성향”이라며 “여러 정당에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협치내각을 위해 좋은 카드”라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또 다른 청와대 인사는 “환경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갖춰 자질 시비에서도 자유롭다”고 ‘환경부장관 임명’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로 박 의원은 한때 친안철수계 의원으로 꼽혔으나 국민의당 시절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휩싸인 뒤론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당 중앙과 거리를 둔 듯 조용한 모습을 보여 왔으며 바른미래당으로 통합된 뒤엔 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같은 당 비례대표 의원 3인방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주목 받아왔다.

무엇보다 박 의원이 과거 김대중 정부에선 청와대 공보수석과 대변인을 역임하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환경부 차관을 거친 바 있어 범여권 성향이란 평가도 받아왔었기에 현재 ‘고립된’ 듯한 박 의원에게 정부여당이 손을 내밀기도 쉽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내용은 소문이 아닌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사실’로 비쳐졌다.

또 당초 협치 내각 파트너로 유력했던 평화당과 정의당은 노회찬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잃게 되는 정국 구도 변화가 일어나면서 원내 입지가 크게 위축된 만큼 정부가 집권2기 정책 추진 동력을 얻으려면 아무래도 교섭단체자격을 갖춘 정당 소속이면서 사실상 평화당에 가까운 박 의원을 꼽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야권, ‘박선숙 입각설’에 발칵…朴 본인도 적극 부인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가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선숙 입각설과 관련 “국정을 장난하듯 이야기하면서 야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실망시키고, 이렇게 하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라며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해 하는 것은 정말 예의가 아니다”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가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선숙 입각설과 관련 “국정을 장난하듯 이야기하면서 야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실망시키고, 이렇게 하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라며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해 하는 것은 정말 예의가 아니다”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처럼 쉽게 흘려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보니 당장 박 의원의 소속정당인 바른미래당에선 3일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보도 내용에 “저희 입장에선 강한 유감”이라며 청와대 측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정을 장난하듯 이야기하면서 야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실망시키고, 이렇게 하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라며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해 하는 것은 정말 예의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각종 개혁과제를 광범위하게 협의해 국정을 풀어나가는 것이 협치”라며 “혹시라도 장관 자리를 제안한다면 바른미래당 지도부에 정식으로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대신할 비서실장, 정무수석이 예의를 갖춰 요청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들은 정말 장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본연의 협치를 하고 싶다”며 “장관 자리는 전혀 매개가 될 수 없다. 간보기 정치는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부담 드려 미안합니다. 나와는 무관하다’라고 자신에게 보낸 박 의원의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본인도 여러 가지로 마음이 착잡하고 괴롭고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는데, 본인도 여러 가지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 불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치 내각이라고 하는 것은 여야가 진정한 국정 운영을 함께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문 정권이 가지고 나온 건 장관 자리 1~2자리를 가지고 야권 분열을 책동하는 공작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일찌감치 민주당에 범여권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었던 박지원 평화당 의원마저 이날 “특정 부처, 특정인 입각문제는 저와 만났던 청와대·민주당 측 누구도, 저 또한 거론치 않았다”며 “또 ‘1~2개 부처의 협치내각 구성’식의 접근은 옳지 않고 개혁입법연대를 먼저 합의하고 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고 사실상 경고성 발언을 남겼다.

◆ 당황한 靑·與, “사실무근”이라 해명…협치 내각 추진 의지는 여전

이렇듯 야권이 하나 같이 들끓는 가운데, 보도내용의 출처로 지목된 청와대는 이날 김의겸 대변인이 출입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박선숙 의원 추천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사람을 놓고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고 극구 부인했다.

아울러 박 의원을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던 민주당에서도 김현 대변인이 즉각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정 보도를 요청하기로 했다. 홍 원내대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으며 같은 당 박경미 원내대변인까지 메시지로 “협치 내각 관련 박선숙 환경부 장관설은 사실무근이다. 홍 원내대표와 통화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선숙 입각설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서 “제가 야당 개별 인사의 입각추천은 명백한 오보이며 현재는 기사가 수정된 상태”라며 “절대 갈등을 일으키는 야당인사 개별 입각은 없을 것이며 제 명예를 걸고 추천한 분이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해명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선숙 입각설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서 “제가 야당 개별 인사의 입각추천은 명백한 오보이며 현재는 기사가 수정된 상태”라며 “절대 갈등을 일으키는 야당인사 개별 입각은 없을 것이며 제 명예를 걸고 추천한 분이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이런 정부여당의 태도를 겨냥 “<중앙>에서 언급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선숙은 협치에 좋은 카드’라 말했다. 그렇다면 박선숙을 좋은 카드라고 얘기한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이것을 논의된 바 없다는 청와대 대변인과, 도대체 우린 몇 개의 청와대와 대응하면서 가야되는 것인가”라며 “청와대가 이걸 해명해야 하지 않나. 우린 어느 청와대를 상대해야 되나”라고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결국 박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보도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직접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야당 개별 인사의 입각추천은 명백한 오보이며 현재는 기사가 수정된 상태”라며 “절대 갈등을 일으키는 야당인사 개별 입각은 없을 것이며 제 명예를 걸고 추천한 분이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홍 원내대표는 “개혁입법, 예산 처리 등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런 여러 협의방식 중 하나로 거론된 것이 협치내각이지만 능력 있는 인재를 두루 써보자는 걸음마 단계”라며 “분명한 점은 입각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당의 동의하에 원칙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또 야당 개별 인사 접촉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그 진정성이 살아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여 협치 내각 추진 자체를 포기할 뜻은 없다는 걸 못 박았다.

사실 정부여당으로선 협치 내각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없지 않은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달 25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협치내각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8.6%로, 반대 응답(33.8%)보다 14.8%포인트 앞선 것으로 집계됐을 만큼 여론이 호응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선을 지키는 것도 위태로울 만큼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박선숙 입각설’은 모두가 부인하는 와중에 하루 만에 유야무야되어버리긴 했지만 아직 협치 내각 구성 가능성 자체를 여야 양측이 닫아놓은 건 아닌 만큼 이번 사건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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