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세력과 전쟁 선포하고 전국 집값은 안정
‘똘똘이 한 채’ 현상 일으켜 선호 지역 투기 바람
지방은 집값 끝없이 내림세, 미분양도 쌓여 한숨만

8·2 부동산대책 1년. 정부는 투기세력을 잡으며 집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자평하는 반면 부동산업계는 부동산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8·2 부동산대책 1년. 정부는 투기세력을 잡으며 집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자평하는 반면 부동산업계는 부동산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들어선 이후 부동산 투기꾼을 잡겠다고 8·2대책이 발표된 지 딱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바람대로 투기꾼과 전쟁 선포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면서 전국 집값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점을 설명하며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갭투자 등 투기꾼 수요를 잡는데만 효과만 있었을 뿐 부동산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국 집값은 내려갔지만 정부 규제로 인한 지방 부동산 침체로 이어진 반면 서울 특히 강남 집값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지방 부동산을 죽이기 위한 정책이라는 쓴소리도 들린다. 정부의 8·2대책 발표 이후 1년, 부동산 정책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2일 한국감정원이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7월 대비 올해 7월 현재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1.21%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택매매 가격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서울로 1년간 5.26% 올랐다. 반면 지방은 0.28% 떨어져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의 아파트 상승률은 6.96%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의 아파트는 2.02% 떨어졌다. 서울과 지방 간 아파트 매매가격의 양극화 현상이 심한 것을 볼 수 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지방 미분양 쌓여

반면 지방은 부동산 규제 후폭풍에 집값은 끝없는 내림세를 보이며 ‘패닉’상태다.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의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조선업 직격탄을 맞은 지역에 몰렸다. 경남 거제가 20.48%나 내려 하락폭이 가장 컸고, 창원 성산구(-13.96%), 창원 의창구(-13.25%), 울산 북구(-10.92%), 창원 마산회원구(-10.38%), 경북 경주(-10.38%) 등은 10% 넘게 떨어졌다.

부동산업계는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 현상은 ‘똘똘한 한 채’현상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서울 및 수도권지역에 몰려있는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규제로 지방의 주택 처분에 나서면서 지방 주택 매매가격 하락을 이끌었다면 서울은 비싼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8·2 대책 이후 투기세력 근절엔 도움이 됐지만 ‘똘똘한한 채’ 현상을 일으켜 서울 특히 강남 지역 선호현상을 빚은 게 부동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양극화는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수도권에서 일단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일명 ‘로또 아파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수백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분양권을 손에 넣기 위해 위장전입 등 불법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반면 지방은 ‘제로(0)청양’사태에다 준공 이후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분양이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청와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청와대

◆투기세력 잡은 효과…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그렇다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부정적 결과만 낳지는 않았다. 양도세 중과, 대출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투기세력을 잡으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등 효과도 봤다. 그동안 매매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몰린 투기·갭투자 수요는 위축됐다.

8·2대책 발표 당시 다주택자 중과세, 대출규제 강화에 자금출처 내역 제출까지 강력한 요건이 더해져 주택임대사업 갭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당시 이들은 강남은 아파트 투자가 주를 이룬 반면 강북지역은 주택임대사업자 및 갭 투자들이 많아 8·2대책 이후 대출 규제로 인한 문의가 쏟아지는 등 공포로 다가왔다.

결국 정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등 갭투자로 다주택을 보유한 이들을 임대사업자로 유도했다. 올 상반기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자는 7만4000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000명)보다 2.8배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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