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전체의 20% 차지 위기론 대두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전체 영업이익의 78% 심각
1위 사수 위해 정부 반도체 산업 힘 싣기 나서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자 세계 1위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고 있는데 연일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면서 ‘편식’에 따른 수출 불균형으로 반도체 호황이 꺼질 경우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반도체가 수출 전체의 20%를 차지할 만큼 단일 품목으로는 최고이며,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것에 따른 우려감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도체 쏠림 ‘심각’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총 수출액은 518억8000만 달러로 이 가운데 반도체는 103억8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전체 수출의 20%를 담당했다. 이같은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의 위기가 한국경제의 위기가 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제조업의 주력인 자동차 부진과 한때 세계 1위를 호령했던 조선의 거품이 꺼지면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정부로선 반도체 호황으로 버티면서 심화되는 의존도를 수출 다변화로 모색하려 하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한계에 봉착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이 언제나 호황일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을 보면 2분기 매출 21조9900억원, 영업이익 11조6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인 전분기 영업이익 11조55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 분기 73.8%에서 78%로 높아졌다. 타 사업부문이 정체하거나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와 기술력으로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한때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휴대전화가 담당했다. 2013년 1분기 IM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74.1%, 매출액의 62.1%를 차지했다 이듬해 1분기는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7%로 높아졌다. 그러다가 스마트폰 시장의 과열 경쟁과 성장이 둔화되고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20%대까지 떨어진 비중은 올해 2분기 18%로 추락했다. 이런 현상이 반도체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법이 없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반도체 산업의 위협요인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반도체 산업의 위협요인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 고점 논란 변수

수년째 호황이 이어지자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기가비트) D램 현물 가격은 올 1월 개당 9.65달러에서 31일 기준 7.9달러로 18%나 떨어졌다. 낸드(64Gb 제품 기준) 가격 역시 올초 4달러에서 3.3달러로 17.5% 하락했다. 낸드(128Gb 16Gx8 MLC) 가격은 7월 말 5.27달러로 전달 대비 5.89% 내렸다.

그래서 나온 게 ‘반도체 위기론’이다. 반도체 위기론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서 비롯됐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정부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에 따라 지원 아래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한다. 현재 13%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언의 목적은 단 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타도다. 아직까진 기술격차가 최소 2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지만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역대 최대 규모 생산라인 투자 단행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에 던져지는 충격파는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며 1위 수성을 위한 3각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취약분야인 시스템반도체 분야 강화 논의에 들어갔다. 반도체 위기론에 대한 움직임과 동시에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지키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또한 반도체에 이은 시스템반도체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반도체 위기론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1위 고수 정부-기업 뭉치다

우리나라의 세계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하반기에도 반도체 산업정책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앞으로의 반도체 산업정책 3대 중점 추진전략을 펼친다.

먼저, 미세화 한계에 도달한 디램(DRAM), 낸드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소자(device)와 소재(material) 개발을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시스템반도체(SoC)를 육성해 이를 통해 반도체 설계 개발 전문회사(Fabless)와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파운드: Foundry) 산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공간부터 기술지원, 시제품제작, 투자, 인력유치까지 일괄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올 하반기부터 구축?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반도체 소재?장비기업의 생산라인 국내 유치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글로벌 반도체 제조 거점(Hub) 국가화를 추진키로 했다.

외국인 투자를 위해 현금지원 확대, 조특법 개정 통한 신산업 분야 세액공제 확대 등 투자유치 지원제도를 개편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정주여건 개선, 입지?환경 규제개혁을 추진한다.

백운규 장관은 지난달 30일 “우수인력 공급, 첨단기술 개발, 설계·제조 활성화 등 반도체 공급사슬(Supply Chain) 강화를 통한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과기정통부 공동으로 향후 10년(‘20∼’29)간 1.5조원 규모의 차세대 기술개발사업 예타 추진할 예정이다.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SK하이닉스.ⓒ뉴시스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SK하이닉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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