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엔 7선 이해찬…바른미래 ‘손학규 등판론’에서 평화당 ‘정동영’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선 7선의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바른미래당에선 4선의 손학규 전 상임고문, 민주평화당에선 4선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당권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어 이들 올드보이에 대한 경쟁자들의 경계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에선 7선의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바른미래당에선 4선의 손학규 전 상임고문, 민주평화당에선 4선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당권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어 이들 올드보이에 대한 경쟁자들의 경계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들어 정치권이 김병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곤 하나 같이 전당대회 시즌에 차차 들어가는 모습이다.

당장 8월 5일 민주평화당부터 25일 더불어민주당, 9월 2일 바른미래당에 이르기까지 약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출범시킬 참인데, 이번엔 어느 당에서든 다선 중진들이 당권 경쟁 전면에 등장하는 추세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민주당 당권 레이스, ‘올드보이 이해찬’ 경계 분위기

우선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아무래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모으고 있는 후보는 국무총리와 교육부장관, 당 대표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7선 거물’ 이해찬 의원이다.

그간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이 의원은 후보 등록일 직전이자 예비경선 6일 전인 지난 20일에야 막판 출마선언을 해 기존 당권 경쟁자들을 긴장시켰는데,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아온 이 의원은 ‘친노 좌장’이란 타이틀을 무기로 지난 26일 (본인 포함) 8명의 후보군 중 3명만 뽑는 예비경선도 가볍게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선지 ‘컷오프’ 장벽을 넘은 김진표, 송영길 등 다른 두 후보도 이 의원의 존재감을 크게 의식한 듯 연일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사실상 얼마나 친문재인계 표심을 잡느냐가 이번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저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가까운 ‘친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마치 지난 정권 당시 자유한국당에서의 ‘친박’·‘진박’·‘신박’ 논란이 반대로 민주당에서 재현된 모양새다.

실제로 당권 후보 중 한 명인 송영길 의원은 일부서 자신을 비문재인계로 분류한 데 대해 지난 30일 언론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굳이 표현한다면 ‘신문’(新文)으로 새롭게 문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반박한 데 이어 3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선 “세 후보 중 가장 최근까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셋 중에 제가 가장 친문”이라며 이해찬 후보를 겨냥 “문 대통령보다 선배였고 더 윗사람이었으니 문 대통령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송 의원은 30일 YTN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이해찬 후보는 이미 국무총리, 장관, 당 대표 등 다 역할을 하셨다. 새로운 후배 세대에게 기회를 줄 시간이고 저희들도 준비돼 있다”며 이른바 ‘세대교체론’까지 들고 나왔고, 하루 뒤엔 아예 ‘죽은 세포는 물러나고 새로운 세포가 생성돼야 신체가 건강하다’면서 노골적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같은 당 김진표 의원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해찬 의원을 겨냥 “(출마를) 미리 알았으면 나오지 마시라고 했을 것”이라고 역설했을 뿐 아니라 31일 KBS라디오에 나와서도 거듭 이 의원을 꼬집어 “대체로 안 나오는 쪽으로 정리되고 언론이 얘기해서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나오신다고 그러니까 좀 미리 알았더라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당 대표는 제가 맡아 하는 게 어떻겠냐는 그 말씀을 드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른 같은 당의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고, 당 지지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괴로운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이 지사가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돌연 자진탈당을 촉구한 바 있는데, 일각에선 이 역시 이해찬 의원을 견제하며 친문 표도 끌어들이기 위한 카드 아니었겠느냐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송영길 의원이 이미 3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진표 후보의 말은 자칫 오해를 받을 수가 있다. 이해찬 후보의 핵심이었던 이화영 전 국회의원이 지금 이재명의 (경기)부지사로 가 있지 않나”라며 “이를 공격하기 위한 빌미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의혹에 대해 김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나와 “그런 것까지 복잡하게 연결해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 투표 방영 비율이 이전보다 10% 높아진 40%인 점에 비추어 이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친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재명 탈당’을 요구했단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기류 속에 이해찬 의원도 적극 반격에 나서고 있는데, 이재명 지사와 충돌해온 ‘친문’ 전해철 의원이 김진표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 30일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에서 “정치하면서 이런 것이 부담되지 않는다”고 응수했으며 “아직 초반이라 뚜렷한 건 아닌지만 대체로 괜찮은 것 같다. 전체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온다”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까지 내비쳤다.

또 이해찬 의원은 31일 오전 전북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선 “참여정부 시절 총리로 있을 때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근무해 당정청 협의를 많이 했었다”며 “서로 진실하게 대화했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됐고 실제로도 문 대통령과는 격의 없는 사이”라고 주장해 일각에서 제기됐던 문 대통령과의 불협화음 가능성도 단호히 일축했다.

◆ 바른미래당에선 ‘손학규 등판 여부’에 촉각 곤두서

손학규 측근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전 위원장 출마에 대해 “지금 현재 돌아온 상황을 보면 그런 경륜과 경력을 갖고 있는 분이 바른미래당을 한 번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손학규 측근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전 위원장 출마에 대해 “지금 현재 돌아온 상황을 보면 그런 경륜과 경력을 갖고 있는 분이 바른미래당을 한 번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민주당에서 문심(文心)을 얻기 위한 경쟁후보들의 ‘이해찬 견제’ 기조가 날로 높아져 가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에선 때 아닌 안심(安心) 논란이 일고 있어 뭇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위 ‘안심’이란 지난 지방선거 이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안철수 전 의원 측의 지지를 당 대표 후보군 중 누가 받고 있는지를 칭하는데, 지난달 23일 안 전 의원의 싱크탱크였던 옛 ‘미래’ 사무실에서 안 전 의원과 가까운 전직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인사 10여명과 이태규 사무총장 등이 모여 전당대회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참석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일어난 ‘안심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비록 명확하게 결론 난 건 없었지만 이 자리에서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자체로 ‘손학규 지원설’을 의심한 다른 당권주자들은 벌써부터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당 대표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장성민 전 의원은 ‘안심 논란’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장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던 경력에도 불구하고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직 팔 것이라고는 안심 밖에 없는 사람들이 가야 할 곳이 있다면 바른미래당이 아니라 푸줏간이나 정육점”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무엇보다 소문의 ‘안심 후보’가 자신은 아니라 확신했는지 장 전 의원은 “안심이 자기편이라고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는 후보가 있다”며 “이 당이 주권론과 당심에 입각한 당원의 풀뿌리 민주정당이 아니라 안심팔이에 성공한 올드보이들이 우두머리가 된 과두정당이 된다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는데, 일각에선 이 ‘안심 올드보이’ 발언은 사실상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 등판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아직 손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스스로 표명한 바는 전혀 없지만 손 전 위원장의 측근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31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나와 손 전 위원장 출마에 대해 “지금 현재 돌아온 상황을 보면 그런 경륜과 경력을 갖고 있는 분이 바른미래당을 한 번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어려운 우리 당을 정말 진정성 있게 이끌어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등판론’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또 다른 안철수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어온 이수봉 전 인천시당위원장도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당권 출마 기자회견서 “지금 바른미래당은 ‘안심’이나 ‘유심(劉心)’ 정치가 아니라 과거의 우려를 주체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로 평당원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를 해야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손 전 위원장까지 겨냥 “손 전 위원장은 정치원로로 이렇게 힘든 일에 나서게 하는 건 후배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견제구도 던졌다.

◆ 평화당 전대, 정동영 vs 反정동영 구도 이뤄져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30일 열린 민주평화당 변화와 쇄신을 위한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유성엽, 최경환 당대표 후보를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30일 열린 민주평화당 변화와 쇄신을 위한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유성엽, 최경환 당대표 후보를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렇듯 다선 중진의 당권 도전에 타 후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비교섭단체 정당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민주평화당에선 손 전 위원장처럼 4선 중진인 정동영 의원의 당권 도전에 맞서 다른 후보들이 똘똘 뭉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당 대표를 역임했던 호남 중진인 천정배, 박지원 의원이 일찌감치 최경환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30일 평화당 지역위원장들이 주최한 ‘변화와 쇄신을 위한 유성엽, 최경환 당 대표 후보 초청토론회’에선 원외 지역위워장 33명과 김경진·이용주 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한 유 후보와 최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등 반정동영(정동영 반대) 연대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최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서려는 정 의원에게 당권이 아닌 대권에 도전하라고 호소하기도 했는데, 지난 30일 논평을 통해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맞받아쳤던 정 의원 측은 자신을 향한 잇따른 견제 움직임 때문인지 31일엔 그간 갈등요소 중 하나였던 경선 룰 부분과 관련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먼저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정 의원이 당권 도전에서 중도하차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행보는 단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상당한데, 현재 원내 정당 중 지지율 면에서도 가장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평화당에서 자칫 전대를 계기로 또 다른 분열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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