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 규명에 앞서 책임지는 자세
SK건설 기업공개에 지연 불가피 전망

SK그룹 최태원 회장까지 나서 라오스 댐 붕괴 사고 이후 복구에 총력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SK그룹 최태원 회장까지 나서 라오스 댐 붕괴 사고 이후 복구에 총력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SK그룹이 라오스 댐 붕괴 사고 이후 그룹의 명운을 걸고 라오스 복구 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향후 사고 원인 규명에 따라 SK그룹의 신용도 및 비상장사인 SK건설의 기업공개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30일 SK그룹에 따르면 SK그룹은 29일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 아타푸주 정부 요청에 따라 사남사이 지역에서 이재민 임시숙소 건설 공사에 착수했다.

◆최태원 회장까지…책임지는 자세

앞서 최태원 회장은 깨오달라봉 주한대사를 방문 긴급 구호성금 1000만달러 한화로 약 112억원을 직접 전달했다. 외에도 SK그룹은 라오스 현지에 임직원 200명으로 구성된 긴급 구호지원단을 파견했다. 이밖에 식료품 50여톤, 의료품?생활용품 50여톤, 의류 10여톤 등 총 120여톤 규모의 긴급 구호품을 추가로 지원하며 복구에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기·토목·건축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현장대책반이 수해마을에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라오스 댐 붕괴 사고는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로 보조 댐으로 물이 범람하며 보조 댐 상부 일부 유실된 것이란 SK건설의 주장과 부실시공으로 인해 댐이 붕괴돼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인재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라오스 당국은 댐 붕괴 사고 원인을 놓고 자연재해에 무게를 두고 있으면서도 인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가능성은 부실시공에 대해 따지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라오스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 보다 사고 수습이 먼저라고 보고 구호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구호활동에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그룹이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것은 대외신인도 하락을 미연에 방지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건설은 세피안-세남노이댐의 설계, 시공, 구매, 운영까지 모든 책임을 지고 있어 전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사가 진행 중에서 댐 붕괴 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에 SK의 책임이 작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만에 하나 이번 사고가 댐의 부실시공으로 댐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인재로 판명될 경우 피해 보상을 떠나 SK그룹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SK그룹 긴급구호단원들이 29일 라오스 아타프주 사남사이 지역 대피소에서 이재민을 위한 가건물 공사를 하면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SK건설
SK그룹 긴급구호단원들이 29일 라오스 아타프주 사남사이 지역 대피소에서 이재민을 위한 가건물 공사를 하면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SK건설

◆SK건설 수주경쟁력 하락 기업공개 지연 불가피

이번 사고는 SK건설 수주경쟁력 및 올 연내 상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신평은 26일 ‘SK건설의 라오스 수력발전소 공사 사고 관련’ 보고서에서 “현지 프로젝트의 수력발전 댐 건설주체인 SK건설은 이번 사고의 원인, 귀책사유,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사고와 관련해 배상이나 공사준공 및 전력생산 지연 등으로 회계상 손실 및 자금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공 및 공정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성 훼손으로 인해 향후 수주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비상장사인 SK건설은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사고 소식 이후 연일 하락세다. 댐 붕괴 사고가 일어난 23일 전 거래일인 지난 20일 3만8800원이었던 주가는 27일 2만7050원으로 30.3%(1만1750원) 하락했다.

SK건설의 최대주주인 SK(주)는 지분 44.48%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 지분 28.25%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계열사의 지분만 갖고 있어야 돼SK나 SK디스커버리 중 하나는 내년 12월까지 SK건설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SK건설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고 여파로 상단한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진섭 KB증권 연구원은 “호우에 의한 자연 범람인지 여부에 따라 SK건설의 책임소재가 달라질 것"이라며 "SK건설 악재로 인해 SK 주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SK건설이 IPO를 지연시킨다면 SK의 지분가치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오스 아타프주의 한 마을에서 24일 주민들이 흙탕물에 잠긴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있다.ⓒ뉴시스
라오스 아타프주의 한 마을에서 24일 주민들이 흙탕물에 잠긴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있다.ⓒ뉴시스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악재

이번 라오스 댐 붕괴사고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활동에도 악재로 작용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고가 자연재해이든 인재이든 국내 건설사가 시공했다는 점에서 경중에 책임과는 상관없이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사고 원인 규명은 아직이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실시공 여부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주를 따낸 건설사들도 취소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향후 시공 시 규제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라오스에서 올린 수주액은 9135억 달러 수준이다. 현재 라오스에 공사현장이 있는 국내 건설사는 SK건설을 포함해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효성, 한신공영, 한솔공영 6곳이다. 이들 건설사들은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댐 붕괴사고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수주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지 걱정이다”며 “조속하고 철저한 사고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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