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수 주는데 일자리 늘리라니 역주행 정책

국내 4대은행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에 대대적으로 나선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국내 4대은행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에 대대적으로 나선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일자리 정책을 두고 갈수록 점포수는 줄어들고 인터넷 뱅킹이 확산되며 지속적으로 인력을 줄여야 할 상황에서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라고 다그치니 ‘역주행’ 정책 비판과 함께 은행 일각에선 ‘죽을 맛’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중장년층의 희망퇴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은행의 현실을 아는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감이 터져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하반기 당초 계획보다 늘려 신규채용에 나선다. 실제 지난 2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첫 만남을 가진 은행장들은 채용 의사를 밝혔다. 은행연합에 따르면 은행들은 하반기 3천1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조직 슬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은행들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늘리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서는 실정이다.

우선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 규모를 최대 5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증가율은 지난해에 2배로, 이는 4대 은행 중 가장 크다. 우리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우리은행 510명, 우리카드 100명 등 688명을 새로 뽑는다. 이미 상반기에 330명을 신규 채용한 것을 반영하면 올해 총 1018명을 신규 채용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827명)보다 23% 늘어난 규모다. 국민은행은 600여명의 행원을 뽑을 계획이다.

반면 중장년층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단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3일부터 이날 25일까지 만 40세 이상이면서 근속 만 15년 이상인 행원 5446명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첫 특별퇴직 당시 50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난 이후 2년 만에 단행하는 것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 동참,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신진대사 촉진, 고연령 장기근속 직원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전직 기회 부여 등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 1월2일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예정자를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총 400여명이 퇴직한 바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희망퇴직 범위를 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총 1천11명이 희망퇴직한 바 있다.

금융 업계는 반복되는 희망퇴직 후 신규 채용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경총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시 핀테크 분야 등에서 8만8000개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고령직원들의 조기 명예퇴직은 대안이라 할 수 없다”며 “정부의 복지부담 증가, 총가계소득 감소 등 더 큰 사회문제를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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