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연내 추진’ 의지 피력…정치권, 일단 호응하나 與 반대 가능성도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후반기 국회 개회와 더불어 제헌절 70주년을 맞아 정치권에서 다시 개헌 추진 의사를 드러내고 있어 이번에는 여야가 서로 뜻을 모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문 의장, ‘제왕적 대통령제’ 바꿀 개헌 필요성 제기

개헌 추진 필요성을 역설하는 첫 목소리는 입법부를 대표하는 새 얼굴로 세워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서부터 나왔다.

문 의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표결조차 못하고 무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80%는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1987년 헌법은 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체제”라며 “31년 전 옷을 그대로 입기에는 너무 커져있다. 이제 헌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이라고 역설해 기존의 ‘대통령 직선제’가 아닌 새로운 권력구조로 개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분명히 하듯 문 의장은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의 체제”라며 “이 같은 정치파행의 악순환은 모든 힘이 최고 권력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 구조를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18일 국회에서 가진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촛불혁명이 됐는데, 최후의 제도적 보완이자 완성은 개헌”이라며 “개헌안이 연내에 도출될 수 있도록 교섭단체 대표들을 자주 만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문 의장은 ‘연내 개헌’을 호언한 자신의 제헌절 경축사 발언이 4당 원내대표들의 공감을 얻어 내놓은 거라고도 밝혔는데, “4당 원내대표가 ‘연내에도 할 수 있다’고 해서 (당초 원고에서의) ‘1년 안’이라는 말을 연내로 수정했다”며 “4당 대표들과 소통하고 역지사지한다는 마음만 갖는다면 (개헌이) 이뤄진다는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제헌절 경축식이 열리기 직전 문 의장은 각 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의장접견실에서 사전환담을 가진 가운데 자신이 먼저 개헌이 화두임을 표명하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서로 결단만 하면 사실 일주일이면 된다”고 호응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추미해 대표도 “오늘해서 일주일 내로 끝내자”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로 넘어왔을 때 가장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조차 환담장에 나중에 입장해 “전 언제든지 개헌”이라고 개헌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까지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일단 표면상으론 원내 정당들 모두 개헌에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 의장은 1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선거제도의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선거제도만 개편한다고 해도 (20대 국회가) 역사적으로 정치개혁을 제대로 한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부연해 선거제 개편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했는데 “중앙선관위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상당히 깊게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헌정특위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당은 여기에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제안했는데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농복합형 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혼합이란 구체적 모델에 무게를 실었다.

◆ 정치권에서도 각 당별 ‘연내 개헌 추진’ 의지 비쳐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본관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본관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이렇듯 국회의장부터 적극적으로 개헌에 목소리를 높이자 여야에서도 관련 반응을 즉각 내놓기 시작했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17일 ‘제헌절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문 의장께서 제헌절에 걸맞는 연내 개헌의지를 보인 것은 적절하게 좋은 입장이었다”며 “한국당은 연내 개헌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여기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불과 1년 전 모든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약속했지만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무산된 이후 개헌 시계는 멈춰섰다”며 “신임 문희상 국회의장께서는 그 어느 때보다 협치를 강조했는데, 정치세력 간 최고의 타협을 필요로 하는 개헌이야말로 최고의 협치 산물”이라고 개헌 동력을 되살리는데 힘을 더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제는 개헌에서 정략을 지우고, 개헌의 실질 성사를 위해 사심 없이 노력해야 한다. 제1야당의 조변석개 같은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여당 역시 개헌에 대한 구체적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정의당도 멈춰선 개헌 시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하반기 국회에선 개헌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대표는 앞서 지방선거 뒤 한국당에서 꺼낸 ‘개헌연대론’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데 대해서도 1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탄핵연대를 주도했던 정당들이 이제 민생입법연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맞불 놓는 형식으로 개헌연대가 얘기됐다”며 “대결 프레임으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말씀을 드렸던 것이고 지금은 개헌연대냐 입법개혁연대냐, 이런 프레임이 아니라 밀린 숙제를 한다는 입장”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현 대통령제를 존중하면서 헌법상 총리의 내각통할권을 보완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고, 정의당과 평화당, 바른미래당 3당이 이런 방향으로 가자고 하는 안을 이미 제출해놓은 바 있다”며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권한을 갖는 것이고 그렇게 추천된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그런 과정”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또한 이 대표는 이런 사안들을 본격 논의할 방도와 관련해선 “이번에 원 구성 과정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며 “선거구제 관련해선 몇 가지 안들이 많이 좁혀져 있는 상태기기 때문에 이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최대한 빨리 결단하고 올 하반기까지는 합의안을 도출해내는 이런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에선 김수민 원내대변인이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개헌은 국민이 부여한 20대 국회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으로 바른미래당은 국민의 염원인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촛불로 세워진 정부는 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논의에 이젠 관심조차 없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이 무산된 뒤 개헌 논의에서 종적을 감춘 지 오래”라고 ‘여당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으며 금년 내 완수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는 데에 가장 큰 장애가 바로 여당인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으며 금년 내 완수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는 데에 가장 큰 장애가 바로 여당인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18일에도 바른미래당에선 김동철 원내대표가 비대위 회의를 통해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으며 금년 내 완수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는 데에 가장 큰 장애가 바로 여당인 민주당”이라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 ‘개헌 제동’ 변수, 이번엔 한국당 아니라 민주당?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방선거 이전엔 제1야당이 개헌 추진에 걸림돌이 됐다면 이번엔 반대로 여당이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아이러니인데, 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제헌절 경축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발의한 것(개헌안)에 대해 제대로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폐기한 지가 얼마 안 됐다”며 “앞으로 (야당과 논의를) 같이 해봐야 한다”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 계획과 관련해 “아직 계획은 없다”면서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만 내놔 개헌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같은 당인 강병원 의원마저 1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저희가 원 구성 협상 중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개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개헌 주장을 야당이 하는 건 굉장히 뜬금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강 의원은 문 의장의 ‘개헌’ 발언에 대해서도 “입법부의 최고 어르신으로서 개헌 문제 ‘당위성’ 언급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란 평을 내놓으며 “지금 정국에서 보면 경제와 민생에 대한 입법들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개헌 문제는 하나의 경제민생 입법들을 젖혀버릴 수 있는 하나의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개헌 논의에 대해 “의장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이제 정기국회 이후에 아마 여야 간에 머리를 맞대고 의장님의 제안에 대해서도 한 번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도 “여야 간 권력구조에 대한 논쟁도 굉장히 상이해 그런 의미에서 불필요한 정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소지가 있지 않겠나”라는 회의적 시각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기에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국회에선 여당이 어느 정도로 협조할 것이냐 여부가 결국 연내 개헌 추진을 성사시킬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함께 초당적으로 방미에 나선 5당 원내대표들이 귀국한 뒤 개헌 논의를 선언적 차원을 넘어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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