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경제부 부장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7년 연속 파업 기록을 써내려가는 곳이 있다. 현대자동차 얘기다. 자동차업계가 트럼프發 美 관세폭탄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파업까지 현실화되면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매긴다고 한 ‘엄포’가 실제 강행할 경우 일자리 축소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어 노조의 파업까지 더해진다면 현대차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설사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한 고관세를 철회한다 하더라도 파업 돌입하게 되면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인 현대차의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실제 판매 부진에 시달렸던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5464억원으로 전년보다 20.5% 급감했다.

현재 현대차 노사는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을 타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서로의 입장차가 커 타결이 쉽지 않다. 18차 단체교섭에서 사측은 임금의 30%+30만원, 중소기업 10만 포인트를 추가한 2차 제시안을 밝혔지만 노조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노조는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 30% 성과급 등 요구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파업의 분수령인 마지노선은 19일(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12일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19일까지 회사의 변화된 안이 없다면 여름휴가 이후 총력 투쟁으로 회사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요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임금을 더 달라는 것이다. 8000~9000만원에 이른 고 연봉으로 일명 ‘귀족노조’라는 여론의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음에도 해마다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니 따가운 시선을 넘어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이해가 간다.

노조는 12~13일 부분파업도 모자라 추가 파업까지 예고한 상태. 노조는 18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실적이나 대내외 경영 환경이 좋을 경우 노조의 임금협상 요구안은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재 현대차의 실적이나 경영환경을 놓고 보면 파업은 고사하고 임금협상 요구안을 밀어붙일 처지가 아님에도 막무가내식이다. 자신만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이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사측을 압박하는 것에 좋은 시선을 보낸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측의 추정치로 6년간 파업으로 인한 피해만 9조1900억원의 누적손실을 떠안았고, 생산차질 대수만 43만1000대에 달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자동차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맏형 격으로 위기에 내몰리면 2·3차 협력업체는 줄도산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온다. 경고음은 이미 울렸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로 노사가 함께 연휴가 시작되기 전 임금협상 타결이라는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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