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한국당 전국위서 만장일치 추인…“계파·진영 논리와 싸울 것”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 선출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 선출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13지방선거 참패 후 그간 많은 이들의 고사로 인선에 난항을 겪어왔던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에 우여곡절 끝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임명됐다.

앞서 안상수 혁신위 준비위원장이 지난 12일 김 교수를 비롯해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 박찬종 아세아경제원 이사장과 초선인 전희경·김성원 의원 등 5명의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됐다고 발표한 가운데 여론조사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나며 14일 이용구 전 총장이 먼저 후보 포기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4명의 후보 중 16일 의총에서 실시한 비대위원장 선호도 조사 결과 김 교수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당내 다수가 김 교수를 선호한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해 한국당을 현재의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새 구원투수로 나선 그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미 예상된 인선? ‘의 남자김병준은 누구인가

이번에 한국당 신임 비대위원장이 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 등을 역임해 ‘노무현의 남자’라고도 불렸던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데, 지난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지방자치 실무연구소에서 함께 한 원조 친노 인사로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엔 노무현 정부 인수위원회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도 맡은 바 있다.

이렇듯 줄곧 진보진영 쪽에서 활동해 왔던 그가 지난 2016년 말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거국중립내각의 국무총리 후보자로 전격 지명되면서 당시 이례적 인선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본인의 수용 의사는 있었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임명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결국 내정된 지 6일 만에 철회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렇게 퇴장하는 듯했다가 이번엔 역설적이게도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해 13일 만에 자신을 교육부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던 한국당(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뜻밖의 비대위원장직을 제안 받으면서 정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물론 이 역시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당초 지난 11일만 해도 안상수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원장이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좌파, 혹은 진보로 분류되는 분들은 보수우파 단결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백가쟁명 했지만 ‘파이널 엔트리’에서 고려대상은 아니다”라고 한 데 이어 13일에는 안 위원장이 지난달 30일경 김진태 의원에게 ‘김 교수를 비판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해 김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될지는 단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인 16일에 안 위원장이 직접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교수 비난’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같은 날 황영철 한국당 의원도 TBS라디오에 나와 “의원들의 여러 의견을 들어보면 김 교수에 대해 선호도가 좀 더 많은 것 같다”며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 어느 정도 김 교수로 인선이 정리된 듯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급기야 당일 저녁엔 김성태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원장직에 김 교수가 내정됐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김병준, ‘전권형 비대위’ 구상하나…일부 반발이 변수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 선출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 선출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주간의 비대위 준비위 논의와 오늘 의총에서 모은 총의를 바탕으로 김 교수를 비대위원장 내정자로 모시게 됐다”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투철한 현실인식과 자기혁신인 만큼 김 교수가 혁신비대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한 데 이어 “김 교수는 요구조건 없이 흔쾌히 수락했다”며 “이제 김 내정자를 중심으로 우리 당의 변화·혁신·쇄신의 대수술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발언은 비대위 성격이 전당대회까지 임시로 당을 운영하는 관리형 지도부가 아니라 인적청산을 지휘할 전권형 지도부가 될 것임을 암시한 것인데, 김 원내대표는 “당 혁신과 변화에 역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비대위가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더 낮아져야 하고 겸허한 심정으로 우리를 내던지고 내맡길 수 있어야 한다. 더 깊고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역설해 인적청산에 민감한 친박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단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위원회에선 총원 631명 중 363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수를 통해 당 쇄신을 주도할 혁신 비대위원장으로 김 교수를 만장일치 추인했는데, 아직 비대위의 권한과 기간 등에 대해서조차 당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실정임에도 김 교수는 취임 일성에서부터 “현실 정치를 인정한다는 이름 아래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얘기하지 말라”며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차라리 그렇게 싸우다가 오히려 죽어서 거름이 되면 그게 제게는 큰 영광이 된다”며 “우리 정치는 많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에게 (국민들은) 한국당을 바꾸라고 명하고 있고, 한국정치를 바꾸라고 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질타, 그러면서도 아직도 놓지 않은 한가닥의 희망이 제게는 힘”이라며 “한국정치를 반역사적인 계파·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게 하고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우리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고, 이 작은 소망을 위해 앞만 보고 가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비대위원장 수락사에서 “전 계파가 없고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니 공천권도 없어 아무런 힘이 없다”고 호소했던 그는 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혁신 비대위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남은 선거기간을 생각하면 공천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고 거듭 ‘공천권’을 거론했다.

이 뿐 아니라 김 교수는 비대위의 성격과 관련해서도 “무엇을 ‘관리’라고 하고, 무엇을 ‘혁신’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 대표의 권한으로 당의 많은 분야를 바꾸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혁신이란 말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혁신 비대위’란 점을 일찌감치 못 박았다.

심지어 그는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해서도 ‘내년까지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비대위 체제가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 다만 핵심 이슈인 인적청산과 관련해선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고, 향후 당 쇄신 방향에 대해서도 “비대위원회를 구성한 다음에 위원들과 같이 이야기해서 말하겠다”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김병준 내정자를 모시는 것은 혁신비대위로 가는 것”이라고 밝힌 데다 지난달 27일엔 아예 “2020년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비대위여야 한다.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은 사람이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할 수도 있고, 당헌당규를 통해 공천 관련 기준을 만들 수 있는 등 비대위가 구성되면 많은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고 밝힌 점에 비쳐 이른바 ‘김종인 비대위’급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만큼 보수인사 출신임에도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공천권을 행사하는 등 강력하게 전권을 행사하며 총선을 민주당 승리로 이끌었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체제를 지칭하는 것인데, 실제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남의 당이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김종인 모델보다 더 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선 총선이 예정된 당해에 영입됐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경우와 달리 지금은 다음 총선까지 2년 정도가 남아있어 전당대회를 치르지 않고 비대위 체제가 장기화되기는 어려우며 공천권까지 부여하면 친박계의 반발로 내홍이 재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화합이 필요한 시점의 당에 있어 좋지 않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이를 의식한 듯 김 원내대표도 17일 전국위에서 “비판하되 내부 화합과 단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사정이 이렇기에 어떤 형태의 비대위가 구성될 것인지는 여전히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인데, 우선 오는 23일까지 비대위원 선임이 마무리되고 다음 날 상임전국위에서 의결돼 본격적으로 지도체제가 전환된 이후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긴장한 민주당? 김병준에 벌써부터 견제구 던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되자 트위터를 통해 “그쪽 일하면서 당신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전재수 의원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되자 트위터를 통해 “그쪽 일하면서 당신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전재수 의원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제1야당의 자중지란으로 반사이익이 없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친노 출신 외부인사인 김 교수를 영입해 한국당이 재정비에 들어가자 자당이 김종인 영입으로 직접 경험했던 ‘비대위 효과’가 떠올랐는지 즉각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놨는데, ‘노무현 키즈’라고 불리는 전재수 의원은 지난 16일 김 교수가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되자 트위터를 통해 “그쪽 일하면서 당신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행정관과 대통령 1·2부속실장 등을 지냈으며 최근 해산한 친문 주류 모임인 부엉이모임의 회원이었을 만큼 친노 핵심인 전 의원은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김 교수를 너무 잘 안다”며 “당신의 그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보수진영으로 간 김 교수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전 의원의 비판에 김 교수 역시 17일 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것은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 (참여정부와 한국당은) 대척이 아니라 서로 좋은 경쟁관계이자 보완관계”라고 곧바로 맞받아쳤다.

그러자 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누가 누구더러 노무현 정신 왜곡이라 하느냐. 그냥 그쪽 일 잘 해서 건강한 야당을 만들어주면 된다”며 “한국당 비대위를 통해 어떤 게 노무현 정신인지 잘 보여주기 바란다. 꼭 보여 달라”고 신경전을 이어갔는데, 이렇게 당 안팎에서 벌써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김 교수가 무수한 난국을 뚫고 과연 한국당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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