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상의 인맥구성 통한 신 생존전략

사람과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요즘 인터넷의 특징이다. 인터넷을 통해 인맥을 만들어 나가는 현상이 네티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가 복합적인 삶의 터전 N세대들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인맥. 한국 사회의 병패로 여겨졌던 학연, 지연 등의 인맥이 디지털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새로운 경쟁력의 신화를 만들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인간적 관계가 사회적 연결망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곳곳을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Nomad)’에게 사회적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면 신뢰할 만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지식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식은 크게 인간의 몸과 마음에 체화된 ‘암묵지’(tacit knowledge)와 책이나 자료, 데이터베이스에 코드로 저장된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나눌 수 있다. 두 유형의 지식 가운데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은 인간의 주관적 암묵지다. 경험의 반복을 통해 체화된 지식과 사고방식, 숙련된 노하우는 정보의 바다에 흐르지 않는다. 주로 개인들이 직접 접촉하고 긴밀한 대화와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공유되게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인터넷 커뮤니티가 온라인 밖으로 나오는 까닭이 있다. 온라인에서 문서화된 형식지를 제공받고 오프라인에서 암묵지의 공유를 체험하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인맥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현재 국내 1위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다음(www.daum.net)에는 150여만 개의 카페가 있고 회원 수는 무려 1억7천만 명(중복가입 포함)에 이르고 1인당 가입카페가 8.6개나 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인맥을 엮고 싶다면 싸이월드(www.cyworld.com)에서 촌수에 따라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면 된다. 현재 싸이월드에는 20만여 개의 클럽에 350여만 명의 회원이 있다. 커뮤니티에서 사업 파트너도 물색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름대로 인맥을 형성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자신의 경쟁력이나 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비슷한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일지라도 서로가 원하는 내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넷(Net)연’은 쉽게 인맥을 만드는 만큼 쉽게 버리거나 잊는 특성을 지녔다. 게다가 오로지 ‘작업’만을 위해 디지털 인맥을 형성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싸이월드의 한 실무자는 커뮤니티도 내용에 따라 질적 차이가 심하다고 말한다. “여러 클럽에서 활동하다 보면 참여도에 따라 인맥의 수와 깊이가 결정된다. 자신의 입맛대로 맞춤형 인맥을 만들더라도 정체를 쉽게 알 수 없는 불량회원이 있게 마련이어서 전체 분위기가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인맥을 개인 경쟁력에 활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인터넷 커뮤니티는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공유를 꾀한다. 하지만 자신의 인맥을 네트워크 마케팅이나 광고용 개인정보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회원들이 진실하고 개방적으로 지식을 공유하기보다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얻으려고 피상적 지식만을 공유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회원이 늘어나고 입소문이 나는 사이트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최근 디지털 인맥은 양질의 정보 교류를 통한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초기에는 학연·지연·취미·건강 등 사적 교류를 통해 프라이비트 인맥을 형성하는 게 중심이었다. 뒤이어 스포츠와 문화활동 등에 관련된 엔터테인먼트 인맥이 자리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인맥은 수평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결되지만 개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세대를 가로지르는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 커뮤니티가 활기를 띠면서 경력관리 차원의 비즈니스 인맥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벤처업계와 굴뚝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험을 교류하고 지식을 쌓기 위해 상생의 관계를 맺기도 한다. 청년층이 아이디어를 내면 중장년 실버족들이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정보의 질을 높이는 식이다. 지식 커뮤니티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지식 커뮤니티가 각광받고 있다. SERI의 인터넷 사이트 1100여개의 포럼에서 40여만 명(중복 포함)이 활동하고 있다. SERI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포럼에서 활동할 수 있다. SERI에서 M&A포럼, 엔터테인먼트경영포럼, 귀족마케팅연구회, 기획업무 종사자모임 등은 매달 1천명 이상의 회원들이 수시로 접속하고 있다. 또 다른 지식 커뮤니티로는 SK그룹이 벤처기업과 대기업, 학계, 벤처캐피털의 협렵제휴와 정보공유를 위해 개설한 ‘스카이 벤처’(www.skyventure.co.kr)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스카이 벤처에서는 정보기술 관련 150여 커뮤니티가 활동하고 있다. 요즘엔 인맥의 확장을 전면에 내세운 커뮤니티에 회원들이 몰리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6단계 안에서 서로 지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시작된 온라인 포럼 ‘인맥’(www.seri.org/forum/sixdegrees/)이 등장했다. 최근 ‘인맥’이 처음으로 마련한 세미나는 <학연·지연보다 강한 디지털 인맥>의 저자 초청 강연이었다. 5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세미나에 무려 80여명이 모였다. 일부 회원은 서서 강연을 들어야 했다. 제이슨헬프 사장으로 인맥 포럼 시삽을 맡고 있는 정재천씨는 여행문화 클럽 ‘매드 보헤미안’(Mad Bohemian), 비즈니스 전략 포럼 ‘이레벌루션’(eRevolution) 등도 함께 운영하면서 커뮤니티간 교류까지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인맥은 단순한 친교의 결과로 끝나지 않는다. 명함을 받아 전자우편 주소록에 지인을 넣는 순간부터 사업 파트너가 된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네트워크의 힘을 느끼고 있다.” 이렇듯 지식 커뮤니티가 친목 위주 동호회의 틈새를 비집고 영역을 넓히면서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사이트에서 만나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긴다. 곳곳에 널려 있는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가 되지만 사람을 만나면 언제든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과의 교류가 활발한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초창기에 프라이빗 클럽이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즈니스형 클럽이 25%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런 까닭에 대해 김지현 싸이월드 사업팀장은 “친목에 기반을 둔 클럽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비즈니스형 클럽은 시간이 흐를수록 콘텐츠가 충실해지고 전문회원들이 늘어나 영향력이 확대 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의 ‘중심 커넥터’ 가까이 다가서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연줄에 의한 인맥은 우리 사회의 계층 구조를 공고화하는 구실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에서 고전적인 인맥은 ‘특권적 지위’를 내놓아야 할지 모른다. 미국 노트르담대학 알버트 라즐로 바바라시 교수(물리학과)는 그의 저서 <링크>(원제 Linked-The New Science of Network)에서 “지구상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두 사람간도 다섯 사람을 거치면 연결된다. 만일 네트워크로 연결돼 중심에 있는 커넥터가 있다면 임의의 사람과 커넥터 사이의 거리는 대개 한 두개의 링크 연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디지털 인맥은 지식 공유의 중심축으로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무작정 많은 사람이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 게 관건은 아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중심 커넥터’ 가까이 다가서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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