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미래·평화 등 야3당 내부 잡음 여전…내홍 핵심은 ‘당권’?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된 뒤 각 당이 국회 정상화에 나설 의사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이전부터 불거졌던 내부적 잠재 갈등 요인 등에 발목 잡혀 야권이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비대위원장,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된 뒤 각 당이 국회 정상화에 나설 의사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이전부터 불거졌던 내부적 잠재 갈등 요인 등에 발목 잡혀 야권이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비대위원장,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된 뒤 각 당이 국회 정상화에 나설 의사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이전부터 불거졌던 내부적 잠재 갈등 요인들에 발목 잡혀 야권이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최근 대통령 지지율과 더불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 달 전 지방선거 참패로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는 야권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사정이 덜한 반면 야권에선 선거 결과 책임으로 당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는 가운데 차기 당권 문제까지 결부되면서 파열음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당, 해묵은 ‘계파 갈등’ 해결 안 된 채 잡음 계속

먼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비대위 구성 전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이끌고 있는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친박계의 거센 사퇴 요구와 끊임없는 반발이 좀처럼 당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지방선거 패배로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난 뒤에도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 뿐 아니라 비박계 중진인 김무성 의원에게까지 거센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그 방법도 토론회부터 라디오 인터뷰, 개인 SN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당장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당이 첫걸음을 잘못 뗐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비틀거리고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 패배는 완전히 폭삭 망한, 폭망이었지 않나. 당의 투톱이었던 공동선대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도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심 의원은 “‘원 구성 후에 퇴진하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본인이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그냥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형국”이라며 “원내대표를 뽑는 과정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또 그는 비대위에 대해서도 “이것을 2020년 총선 공천권과 연결시키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얘기까지 나오니까 ‘이것 봐라. 이 사람들이 지금 비대위 체제를 갖고 뭔가 꾸미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총선공천권을 운운하면서 개혁 얘기를 하는 것이, 결국 개혁을 명분으로 특정세력을 제거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 뒤인 11일엔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이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공동주최한 ‘보수정당,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과거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돌아온 비박계를 겨냥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외면하고 가버린 분이 당 전면에 서서 재건하겠다고 한다”며 “적어도 이에 주동했던 분들은 20대 국회에선 자중자애 해줬으면 좋겠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특히 정 의원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면서도 정계 복귀 가능성을 내비쳤던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에 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분이 잉크도 마르기 전인 12월에 복귀 의사를 운운한 기사를 봤다”며 “당 운영이 민주적으로 되지 않고, 품격 없는 언동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많은 분이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책임에 대해 같이 통감하면서 분명한 책임정치가 실현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이 자리에 함께 한 정진석 의원은 “2020년 대외전을 위해 뼈를 깎는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일에도 순서가 있지만 작은 싸움을 접고 큰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혀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데 대해 사실상 우려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친박계의 비난은 그칠 줄을 모르는데, 유기준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방선거 참패 직후 중앙당 해체, 비대위 구성 등 대책을 발표하며 본인부터 수술대에 오르겠다 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정말 스스로 수술대에 오르려는 마음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와 전혀 관련 없는 분을 앉혀놓고 원내대표 본인이 수렴청정을 하려던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 의원은 “권한대행은 현실적으로 줄 수도 없는 공천권 운운하지 말고, 원내대표로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존재하지도 않는 친박·비박 대립을 만드는 꼼수부터 그만둬야 할 것”이라며 “어떤 문제든 우리 당이 자체적으로 반성하고,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그런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전당대회”라고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여기에 12일엔 김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이 급기야 이념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기에 이르렀는데, 이틀 전 ‘보수그라운드제로 5차 토론회’에서 “보수이념 해체, 수구냉전 반성 운운은 보수의 자해”라고 지적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의 발언에 김 권한대행이 “반성을 보수의 자살이라고 하는 분은 당 갈등만 자초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김진태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원내대표로부터 이념교육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며 “평등과 평화를 강조하는 걸 보니 민주당이 부러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재차 김 권한대행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자격도 없는 분이 기회만 있으면 보수이념이 어쩌고 하니 민망할 뿐”이라며 “본인은 원내협상을 하라는 원내대표로 추대된 것이지 당 대표가 아니다. 즉각 당무에서 손 떼기 바란다”고 몰아붙였다.

이 같은 대대적 공세에 김 권한대행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후반기 국회에선 계파와 선수에 상관없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제어하는 한 팀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는데, 친박계가 진정으로 응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바른미래, 정체성 구실로 ‘당 주도권’ 싸움 재발 조짐

당내 소수인 바른정당 출신 이지현 비대위원이 비대위 회의에서 “양당의 통합정신에 기초하고 있는 현재의 당헌조차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오로지 머릿수로 결정하자는 듯이 나오는 분별없는 주장들이 넘쳐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당 출신 측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바른미래당
당내 소수인 바른정당 출신 이지현 비대위원이 비대위 회의에서 “양당의 통합정신에 기초하고 있는 현재의 당헌조차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오로지 머릿수로 결정하자는 듯이 나오는 분별없는 주장들이 넘쳐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당 출신 측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바른미래당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역시 비록 수위는 낮지만 한국당과 비슷한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데, 황영헌 전 바른미래당 대구 북을 지역위원장 등 바른정당 출신 원외 이사 56명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의 보수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당의 정체성, 이념 문제를 꼬집었다.

당초 중도·진보 성향의 국민의당과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이 통합해 탄생한 정당인만큼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이념 논란이 일어날 만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같은 당내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당 정체성이 늘 도마에 올랐었는데, 이번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불만이 폭발한 내부에서부터 다시 이 문제가 터져 나온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이들은 이날 당내 유승민계를 포함 구 바른정당 출신 원외 지역위원장의 60% 이상이 이름을 올린 성명서를 통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포용이란 당 정체성은 이인삼각 경기처럼 시너지를 못 내고 비척거릴 것이 분명하다”며 “어정쩡한 정체성을 버리고, 합리적 중도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보수정당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들이 단지 정체성만을 문제 삼은 게 아니란 데 비추어 이 논란은 결국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이번 성명에선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구태로 인해 지방선거에 참패했으며 선거 이후에도 무사안일한 당 운영으로 지지율이 5% 수준으로 추락했다”면서 국민의당 출신 김동철-김관영 의원이 투톱을 이루는 현 지도부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11일에도 바른정당 출신인 이지현 비대위원이 비대위 회의에서 “양당의 통합정신에 기초하고 있는 현재의 당헌조차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오로지 머릿수로 결정하자는 듯이 나오는 분별없는 주장들이 넘쳐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다수와 소수가 한 배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가 규칙을 무시한 채 오로지 숫자로만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한다면 ‘다수결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자 민주적 독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당내 다수인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 평화당, 정동영 당권 도전 계기로 갈등 기류 솔솔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민주평화당에선 정동영 의원(사진)의 당권 도전과 이를 견제하려는 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당내 분열 기류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민주평화당에선 정동영 의원(사진)의 당권 도전과 이를 견제하려는 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당내 분열 기류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군소정당인 민주평화당 역시 정체성 논란이나 계파는 없을지언정 마찬가지로 차기 당 주도권을 놓고 다른 야당들처럼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인데, 한때 ‘천정박’이라 불렸던 천정배·정동영·박지원 의원 중 4선 중진의 정동영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려고 하자 천정배·박지원 의원이 초선인 최경환 의원을 지지하는 견제 행보를 보이면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견제 행보는 박 의원이 이미 지난달 20일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 자신을 포함해 천정배, 정동영, 조배숙은 뒷선으로 물러서야 한다”며 “우리가 병풍 노릇을 해 지도부에 참여해주는 것이 좋고 얼굴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음에도 정 의원이 이를 무시하듯 당권 도전 의지를 계속 드러낸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회의에서 기존 관례인 1인 2표제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후보들의 반발에 아랑곳 않고 전당대회 투표방식으로 1인1표제(당원 1인당 1표)를 주장한 데 이어 끝내 관철시키면서 갈등을 증폭시켰으며 인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유리한 국민여론조사도 20%를 반영하자고 제안했다가 이를 반대하는 다른 후보들과 다시 충돌한 바 있다.

결국 전준위는 국민 여론조사를 10% 반영하는 식으로 절충해 마무리 지었으나 내달 5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는 벌써 ‘정동영 대 반(反) 정동영’ 구도로 분열되는 분위기여서 국회 정상화가 제대로 되기도 전에 야권이 모두 당권 문제로 진통을 겪는 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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