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차등 최저임금 도입’ 부결에 영세 소상공인 강력 반발
칼자루 쥔 노동계 성향 공익위원회 결국 노동계 손 들어줘
14일 결정시한 앞두고 표 대결 가도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5명이 참석해 5인 미만 소상공인 업종 등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표결에서 반대 14표, 찬성 9표로 부결됐다.ⓒ뉴시스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5명이 참석해 5인 미만 소상공인 업종 등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표결에서 반대 14표, 찬성 9표로 부결됐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7530원) 보다 무려 43.3% 늘어난 1만790원 제시라는 폭탄선언을 하고부터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 임금이 줄어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반해 1만790원으로 인상되면 영세 소상공인들은 근로자를 줄이거나 문을 닫아야 할 형편으로 경영계는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이미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 도입’이 부결되면서 내년 최저임금은 기존대로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한 액수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노동계가 주장하는 1만790원과 경영계가 요구한 ‘동결’에서 타협점을 찾아 얼마나 인상돼 결정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 경영계 측인 상용자위원회가 최저임금위원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며 최저임금위가 파행 위기에 직면해 있어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도 이목이 쏠린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단초 된 최저임금 '후폭풍'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가 포함됨에 따라 임금 평균이 7.7% 줄어든다는 근거로 7.7%가 인상된 8,110원을 기준점으로 삼아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790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 영세상인 및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1만790원은 영세자영업자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그 피해는 영세 소상공인들로 돌아간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상여금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산입범위에 조정에 따른 혜택을 못 받는다. 노동계 이익에 따른 피해를 영세 소상공인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7530원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올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근로자를 줄이는 등 경영난을 호소한 상황에서 내년도 1만원 이상으로 인상되면 ‘줄 폐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폐업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1만790원 인상안에 반대하는 이유다. 그래서 소상공인들이 5인 미만 소상공인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화를 강력히 요구해온 이유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불능력의 한계에 달한 최저임금의 직접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규모가 영세한 5인 미만의 모든 소상공인 사업장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시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분야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기타 개인서비스업 등에 분포한 도·소매유통업 등이다.

지난 10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최저임금위원회 일정에 보이콧을 선언한 소상공인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
지난 10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최저임금위원회 일정에 보이콧을 선언한 소상공인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

◆친노동·친정부 성향 공익위원회. 소상공인 기대 저버려

그런데 영세 소상공인들의 바람대로 5인 미만 소상공인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화 실현 가능성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위원 9명은 한국노총 추천 5명과 민주노총 추천 4명이다. 지난 10일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5명이 참석해 5인 미만 소상공인 업종 등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표결에서 반대 14표, 찬성 9표로 부결돼서다.

부결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지난해 12월 근로자ㆍ사용자ㆍ공익위원들이 각각 6명씩 추천한 전문가 총 18명으로 꾸려진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최저임금 도입 취지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다수 의견을 이미 내놨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공익위원이 노동계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공익위원에는 친노동·친정부 성향을 띤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돼 노동계 측에 유리한 구도가 부결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나흘(14일) 앞두고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안 부결에 따른 최저임금위가 파행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사용자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존폐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 심의 참여는 더는 의미가 없다. 앞으로 있을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불능력의 한계에 달한 소상공인들의 당연하고도 절박한 염원을 외면한 관계당국과 최저금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일말의 기대마저 무위로 돌린 공익위원들에게 강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며,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최저임금위원회 일정에 보이콧을 선언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폭은 한 자릿수 vs 두 자릿수

이제 관심은 얼마나 최저임금이 인상되느냐 여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최대로 잡고 최대 인상률을 제시하며 경영계를 압박한다. 경영계역시 동결 내지 최소 인상률을 내놓고 노동계와 협상을 벌이며 타협점 찾기에 나선다.

그런데 역대로 보면 합의에 이른 것은 2009년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그 외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최종수정안을 놓고 표 대결로 갔다. 이런 만큼 이번에도 표 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양쪽 모두 제시한 인상률 격차가 역대 최고인 40% 이상 벌어져 있어 합의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표 대결인데 노동계는 인상폭으로 두 자릿수를, 경영계는 한 자릿수 인상폭을 최종 수정안에 담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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