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원 구성 협상 막바지, 법사위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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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법사위원장 쟁취 어렵자 법사위 ‘힘 빼기’로 우회 시도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되면서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됐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되면서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7월 임시국회 일정은 물론 대부분의 의제에 있어 여야 간 조율이 이뤄졌던 만큼 원 구성 협상 역시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분할 분할과 함께 몇 안 남은 핵심 쟁점으로 법제사법위원회 배분 문제가 꼽히고 있다.

법사위는 ‘미니 본회의’라거나 ‘게이트 키퍼’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주요 상임위 중에서도 국회의장 못지않은 핵심적 권한을 가진 강력한 위원회인데, 관행에 따라 국회의장은 의석수가 가장 많은 원내 1당이 가져갔다면 법사위원장은 지난 17대 국회부터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않은 정당이 맡아왔던 만큼 이번에는 이 같은 관례에 변화가 올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한국당, 법사위원장직 놓고 팽팽한 신경전

여야가 원 구성 초반부터 핵심 상임위인 법사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여온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지만 실상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운영위원장을, 자유한국당은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가닥이 잡혔다”고 협상 내용 일부를 공개하면서 갈등이 한층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같은 날 박경미 원내대변인 브리핑에서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했다. 법사위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맡는 것이 마땅하다”며 “사회개혁과제가 산적한 상황인 만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운영하는 것이 국민상식에도 부합된다”고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특히 박 대변인은 “한국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 개혁입법이 사사건건 발목 잡히고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이 법사위 전횡으로 보류되기 일쑤였다”며 “민주당은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법사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그러자 한국당에서도 9일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여야 4개 원내교섭단체가 20대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하며 원만한 협상을 이뤄가던 차에 민주당이 난데없이 법사위 문제로 시비 걸고 나섰다”며 “입법 권력마저 독점하려는 민주당이 최소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 들이며 일방독주 체제를 갖추려 탐욕을 부린다”고 여당에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권한대행은 청와대까지 겨냥 “민주당 내부에서의 반발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반발이 청와대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심각한 정국 상황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데 이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당을 뛰어넘는 힘이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작용하면 앞으로 협상에 정말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당초 논란에 불을 붙인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거듭 “국회의장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는 법사위는 비국회의장 정당이 가져가는 게 좋다”며 “국회의장을 민주당이 맡게 된다고 하면 법사위원장은 한국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한국당 측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에서 전원일치로 통과된 법이라도 법사위에 소속한 의원 1명만 반대하면 그 법을 통과시키기 어렵다. 상임위에서 어렵게 통과된 법도 다시 한 번 법사위로 가기 때문에 로비창구가 되고 있다”며 법사위의 강력한 권한인 ‘체계·자구심사 절차’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 與, ‘법사위 개선’ 명분으로 다른 야당들과 공조 나서

이 같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법사위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의 본질은 건드린 셈인데, 여기서 체계심사란 법안내용의 위헌여부나 다른 법과 저촉되는지 등을 심사하는 것이고 자구심사란 법규의 정확성을 위해 법률용어를 정비하는 것으로 국회법 제86조에도 분명히 명시된 절차지만 그동안 이 범위를 넘어 정치권 내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 처리를 고의로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사실상 ‘옥상옥’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자유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이 전반기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게 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원하는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자유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이 전반기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게 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원하는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무엇보다 민주당은 전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맡으면서 이런 부분을 뼈저리게 느꼈던 만큼 법사위 문제에 있어선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서라도 절대 물러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일단 여당이 독식하려 한다는 의심을 완화시키면서 야권 협조는 얻어내기 쉬운 ‘체계·자구심사 절차’를 폐지하는 방식의 우회로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기류 변화를 보여주듯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오후 현안 브리핑 직후 “법사위가 월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야당도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여당이 책임 있는 여당을 하기 위해 법사위까지 다하던 경우도 있었다. 법사위 월권을 법으로 개정하면 한국당도 법사위 말고 더 좋은 위원장을 달라고 할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으로 구성한 제4원내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측도 9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각 상임위에서 합의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계류시키는 문제가 있었는데 국회 파행 때문에 용인되고 있었다. 이런 관행은 개혁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우리는 원 구성 선결조건으로 법사위 제도 개선 부분이 관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민주당과 연대에 나설 뜻을 표명했다.

실제로 평화당에선 천정배 의원이 10일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소수파 상임위원장 한 사람이 온 국민 뜻을 다 무시해버리고 법안을 무산시켜버릴 수 있는 게 현재 국회 구조”라며 “한국당에 법사위원장을 주면 개혁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20대 국회 남은 1년 반은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까지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상임위에는 법안심사 소위가 있지만 법사위는 2개가 있는데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다루는 2소위로 넘겨버리면 거기서 묶여버리거나 굉장히 지연된다”며 “(법사위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와 같은 법사위의 과도한 권력 행사를 오히려 원하는 쪽이 있는 것이고 지금으로선 제1야당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바른미래당조차 ‘법사위운영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먼저 제안한 데 이어 10일 오전엔 김관영 원내대표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법사위의 기능을 다소간에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국회에 있는 대부분의 의원들도 다 동의한다”며 재차 공론화함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대대적으로 한국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당장 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법사위의 입법 발목잡기로 민생법안 처리 못한 사례가 많다. 20대 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와 소위에서 심사를 보류하거나 상정하지 않고 있는 법안만 100건 이상”이라며 “세계 어떤 나라도 체계자구심사를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지 않는다. 어느 당이 법사위의 장을 맡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겨냥 “김 원내대표도 19대 국회 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절차를 폐지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겨냥 “김 원내대표도 19대 국회 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절차를 폐지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을 겨냥해서도 “김 원내대표도 19대 국회 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절차를 폐지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법사위를 개선해 식물국회가 아닌 생산적 국회를 만들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한국당, 법사위 개선 요구에 난색 속 일부 수용

이처럼 모두가 압박하자 한국당은 9일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한국당은 원 구성 협상 시작 당시 어떤 상임위는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지 않았다. 또 처음부터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서로를 바깥에서 헐뜯는 것은 국민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입법권력을 장악하려는 탐욕을 서슴지 않고 내보이면서도 야당마저 깎아내리려 혈안이 된 모습이 참 오만하다”고 응수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 또한 10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정치권 내 법사위 개선 요구에 대해 “그 부분은 안에서 내부 운영의 문제를 가지고 개선을 해나가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까지 끌어들여 가지고 지금 원 구성, 법사위원장을 어디에 주냐 안 주느냐 이 문제까지 그렇게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히 성토했기 때문인지 한국당에선 법사위 월권 방지를 제도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국회에 설치하는 부분까지는 김성태 원내대표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세부적인 방향에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민주당은 타 상임위 법안 심사 시 소관 부처 장관 출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법사위 전체회의나 제2소위에 10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한다, 운영위 내 제도개선 소위를 설치해 법사위 제도개선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 상임위 분할특수활동비 개선 등을 논의한다와 같은 내용의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지만 한국당이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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