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기업가 출신답게 수출 3천 억 달러 돌파 등 성공한 장관
계파간 갈등 없어 의장직 무난···당권 넘어 대권가지 넘본다?



▲ 정세균 전 산자장관
실세 장관으로 취임부터 관심을 모았던 정세균 전 산자장관이 지난 4일 정치일선으로 복귀했다. 작년 1월 2일 개각 파동 때 입각한 후 정확히 1년 만에 돌아왔다.

특히 입각초기 ‘여당 의장이 부총리 밑으로 간다’, ‘경력 쌓기냐’는 등의 논란을 일으켰던 정 전 장관은 취임 이후 수출 3천억 불 시대 개막, 에너지·자원 외교, 규제 완화 등 적지 않은 실적을 남겼다.

산자부 내부에서도 조용한 카리스마와 원칙을 가진 합리적 인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던 그가 본업인 정치인으로 돌아간다.

그의 컴백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전직 의장’의 복귀차원이 아니다. 현 여당의 어지러운 정국을 정리해 줄 유력한 카드라는 분석 때문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 전 장관은 탈계파적 성향의 중도파로 당내 모든 계파에서 신망이 두텁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004년 10·26 재보선 이후 임시 당의장으로서 위기의 당을 잘 수습했다는 것도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컴백은 열린우리당으로써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산자부 장관 시절, 그는 직원들에게 ‘수출’을 강조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재임기간에 수출 3천억 달러를 이룬 장관이 됐다.

수출 3천억 불 이룬 장관
그의 재임시절엔 여러 악조건들이 존재했다. 고유가는 수출의 앞길을 막았고, 원화값 강세 는 더욱 어려움을 배가시켰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나름의 방식을 택해 직원들을 독려하곤 했다. 특히 수출을 강조했다. 취임 첫 날부터 수출현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할 정도였다.

그 이후에도 틈틈이 생산 현장을 찾아가 근로자들을 결려하고 다독였다. 그래서일까? 수출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전년보다 14.6%나 늘어난 3천 259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11번째로 3천억 달러를 돌파한 쾌거였다. 물론 정 전 장관의 혼자 힘으로 이룬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일조한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수출 강조’ 정책은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나온 것 같다. 그는 20년간 민간기업에서 일했고, 그러한 노하우가 산자장관의 자리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정치인 시절부터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고 대기업의 수도권 내 성장관리지역의 공장 증설 허용에도 힘썼다.

재계의 골칫거리였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를 위해서도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그는 준비된 장관이었던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그리스,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유전과 가스전 등 해외 자원 개발에도 노력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상생협력을 이룰 수 있게 했다.

한 정치권인사는 그의 리더십은 모나지 않은 조용한 카리스마에서 나온다고 했다. 원만한 대인관계와 원칙을 고수하는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그대로 발휘한 것이다.

한 산자부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의 국무위원들이 요란한 행보를 하는 것과 달리, 그는 재임기간 말도 조용히 하고 꾸지람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의 행보에는 의지와 무게가 느껴진다고도 했다.

그의 원칙은 지난 9월 발전노조의 불법파업사태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정 전 장관은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했고, 노조가 파업을 철회토록 압박했다. 그 결과, 파업은 예상외로 별다른 사태 없이 끝내는 성과를 거뒀다.


열린우리당의 구세주로
정 전 장관은 “퇴임하는 이 순간에도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위한 상생의 정치, 유능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한 의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를 김근태 의장의 뒤를 이을 의장으로 보고 있는 눈치다.

물론 그의 의장으로서의 컴백은 내년 2월 열릴 전당대회 준비위의 논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는 정 장관을 내달 14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의장으로 합의 추대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유로는 그의 계파를 뛰어넘는 친분과 안정적 당 운영이 이미 입증됐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이 여러 계파의 의원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고 과거 비대위 의장시절,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내에서도 사수파는 물론이고 중도파 성향의 인물들까지 그의 컴백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친노그룹의 당 사수파인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 전 장관은 과거 당을 수습하는 지도력을 확고히 보여준 바 있다”며 “(당의장으로) 유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물론 정 장관 본인은 “정치 얘기는 여의도에 돌아가서 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의 당의장 준비는 확실해 보인다.

그의 당의장 컴백에 걸림돌도 있다. 당 신당파내에서 ‘거부론’이 일고 있다는 것. 신당파는 “정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이 보낸 인물”이라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정 장관에게 신당 창당과 노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서 더 확실한 태도를 보이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당파로 알려진 한 의원은 “그의 과거 전적을 보면 중립적 관리자로서 적합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제한 후 “그러나 그의 중도적 성향이 대통령과 당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통합신당파 일각에서 정 전의장이 통합신당에 부정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편을 들 가능성이 있고, 이는 통합신당 추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신당파 일각에서는 통합신당론을 적극 주창하고 있는 김한길 원내대표 카드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장 선출이 양자대결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정 전의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내각에 있었던 것을 이유로 친노라고 한다면 정동영, 김근태 전·현직 의장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 전의장의 합의추대 또는 경선 여부는 각 계파간의 이해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전대 준비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일각에선 정 전 장관을 ‘잠룡’으로 꼽기도 한다. 그가 강조한 ‘수출 3000억 달러 달성’은 물론 여러 성과들이 대권후보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원내대표와 당 의장 시절 계파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했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한 대목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당 의장 타고 대권까지?
정치권에서는 정 전 장관이 당권을 넘어 대권 도전까지 넘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큰 도전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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