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서청원 탈당’ 내세워 김무성 탈당 요구해 당내 요동

서청원 의원(좌)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면서 이제 잦아드는 줄 여겨졌던 한국당의 기나긴 계파 갈등이 친박계에서 김무성 의원(우)의 탈당을 요구하는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흐르며 한층 더 불붙는 모양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서청원 의원(좌)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면서 이제 잦아드는 줄 여겨졌던 한국당의 기나긴 계파 갈등이 친박계에서 김무성 의원(우)의 탈당을 요구하는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흐르며 한층 더 불붙는 모양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어느 정도 수습국면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던 자유한국당의 계파 갈등이 친박계에서 제기하는 보수 분열 책임론으로 인해 점차 장기화되는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 친박 서청원 탈당, 김무성 ‘동귀어진’ 명분으로 작용하나

지난달 15일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당내에서 가장 먼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20일엔 친박계 수장 격이던 서청원 의원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면서 이제 잦아드는 줄 여겨졌던 한국당의 기나긴 계파 갈등이 오히려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흐르면서 한층 더 불붙는 모양새다.

앞서 김 의원은 비상 의원총회에서 “책임과 희생이야말로 보수의 최대 가치”라며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나흘 뒤인 1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21대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2016년 선거 때 이미 언급한 내용”이라며 “공개 발표하는 것을 보고 당권 도전을 위한 다른 생각에서 하는 게 아닌가”라고 의심의 눈길부터 보냈다.

그런데 이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뒤인 20일 그동안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이래 공개 발언을 자제해온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이 돌연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지키지 못해 국민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저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며 “오늘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고 탈당 의사를 전격 표명했다.

물론 탈당의 이유로 서 의원은 “친이, 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며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도리어 친박 수장의 탈당은 마찬가지로 비박 수장도 탈당해야 한다는 구실로 작용하면서 잔류한 친박계의 공세 명분이 되어버렸다.

지난달 22일 열린 ‘보수 그라운드 토론회’에선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김진 전 한국당 상임고문이 “친박 과장 서청원 전 대표가 탈당했으니 비박 좌장 김무성 전 대표도 탈당해야 한다. 두 사람의 탈당으로 두 계파는 근신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해당 주장에 대해 당시 토론회를 주최했었던 친박계 심재철 의원 역시 지난 4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계파 갈등의 모습을 불식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 설득력이 있는 지적이라 본다”고 한껏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이미 탈당을 단행했던 서청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조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계파 싸움은 너무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남아있는 사람은 욕심을 가지면 안 된다. 민심을 파악했으니까 내려놓을 사람은 내려놓아야 한다”고 여운을 남기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됐다.

그러자 마침내 김무성 의원도 지난 2일 “저는 지난 20대 총선 공천에서 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나 비례대표에서 단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제게 계보의 수장 운운하는 것은 당치 않은 주장”이라고 입장문을 통해 반격에 나섰는데, 사실상 ‘비박 수장’이란 이유로 자신을 향해 쏟아진 당내 탈당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김무성 견제’ 나선 친박, 보수책임론 펼치며 탈당 요구 나서

하지만 친박계는 김 의원의 반박에 물러서기는커녕 즉각 맞서고 있는 상황인데, 성일종·정종섭 등 친박계 초선의원 7명은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정치 행위에 대한 시대의 판단은 국민이 내리는 것이라면 책임에 따른 진퇴는 지도자의 몫”이라며 “공천권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김 의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상징적 인적 쇄신의 요구조차 ‘내부 총질’이니 ‘계파싸움’이니 하는 말로 왜곡하며 덮고 묻으려 하고 있다”며 “구시대의 매듭을 짓고 새 인물들이 미래의 창을 열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할 분들의 아름다운 결단을 촉구한다”고 김 의원을 거세게 압박했다.

김태흠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자신은 계파 수장이 아니라고 구구절절 변명했는데, 비박계 수장 역할을 해온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국민들이 다 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태흠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자신은 계파 수장이 아니라고 구구절절 변명했는데, 비박계 수장 역할을 해온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국민들이 다 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초선들의 선공 속에 재선 의원들도 뒤따라 가세하고 나섰는데, 김태흠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자신은 계파 수장이 아니라고 구구절절 변명했는데, 비박계 수장 역할을 해온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국민들이 다 안다”며 “대표 시절과 총선 과정에서 비박 수장 역할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을 모아 탈당해 탄핵에 주도적으로 앞장선 바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의원은 “박성중 의원 메모 사건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던 복당파 모임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고 김 전 대표 역시 그 자리에 참석했다”며 “김 전 대표와 같은 논리라면 당을 위해 떠나기를 종용받고 탈당하는 큰 결단을 한 서청원 의원은 무슨 책임이 있어 떠났다는 말이냐. 당 구성원 각자 위상에 비례하는 책임 선행될 때 당 회생의 길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친박 재선의 이장우 의원도 이날 성명을 통해 “김 전 대표야말로 작금의 우리 당이 처한 위기에 적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이라며 “총선 불출마를 뛰어넘어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 결단을 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김무성 탈당 촉구’ 대열에 뛰어들었다.

심지어 친박 의원들은 ‘보수의 미래 포럼 3차 세미나’에서조차 김 의원 탈당을 요구하며 총공세에 돌입했는데, 정용기 의원은 탈당 요구에 선을 그은 김무성 의원의 페이스북 입장문 내용을 꼬집어 “대표 시절 당직 임명을 본인한테 충성 다한 분에게 했고 그분이 탈당했다가 복당했다. 본인이 계보활동을 이끌어왔는데 무관한 것처럼 이야기하면 설득력을 가지나”라고 비판했고 윤상직 의원도 “정치적 과정 속에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안 지니까 여론에서 사이비 보수로 지적 받고 ‘다 탈당하라’ 이런 얘기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포럼 회장으로 4선 중진인 유기준 의원마저 김 의원의 ‘당 위기와 관련해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냐’는 페이스북 입장문을 겨냥한 듯 “‘우리 모두 책임이니 봉합해서 지금 상태로 가자’(는 것은) 정당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그래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른바 ‘책임론’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 의총 요구한 친박계, 지난번처럼 ‘분당 주장’까지 불거질까

이처럼 사태가 악화일로로 흘러가는 가운데, 심재철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 14명은 4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당헌 제86조 제2항에 따르면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의총 소집까지 요구하고 나섰는데, 우선 김 의원에 대한 탈당 촉구나 비박계인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재신임 투표 등을 목적으로 하자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28일 열린 의총에서도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요구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인데, 당시에도 성일종 의원이 “큰 틀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하면 다 정리될 수 있다. 탈당해주셔야 우리 당을 국민이 바라볼 때 계파가 없어지고 균형이 맞아 새로운 몸부림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하자 김 전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학용 의원이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이 나가라고 하는 건 납득이 안 간다. 김 전 대표가 판단할 문제”라고 응수하는 등 양 계파 간 팽팽한 대치가 계속됐다.

급기야 격론이 그칠 줄 모르자 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은 “A그룹에 속한 사람과 B그룹에 속한 사람이 나와서 할 얘기가 뻔한다. 안 되면 분당이라도 해야 한다”며 ‘분당론’까지 꺼내들었고, 친박이 아닌 강석호 의원조차 “치열하게 논쟁해 내부 결론을 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당처럼 갈라질 것인지 그런 거치 기간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복당파 출신인 김영우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분당을 논할 때가 결코 아니다. 개혁에 모든 힘을 실어줄 것만 결의하자”고 분당론 진화에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복당파 출신인 김영우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분당을 논할 때가 결코 아니다. 개혁에 모든 힘을 실어줄 것만 결의하자”고 분당론 진화에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갈등수위가 이렇다 보니 다음 의총이 열릴 경우 첨예한 논란이 되어온 몇몇 사안에 대한 결론이 결국 분명하게 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일단 비박계 측에선 당내 일각에서 제기한 ‘분당론’부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당장 복당파 출신인 김영우 의원이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한번 갈등을 겪고 분당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힘을 합쳐서 현 정부의 경제실정과 포퓰리즘 독주를 막는 일”이라며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분당을 논할 때가 결코 아니다. 개혁에 모든 힘을 실어줄 것만 결의하자”고 역설했고, 범비박계이자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도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지금 나가서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분당은 잘 안 될 거라 생각한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갈등이 또 다시 극단적으로 표면화될 수 있는 있는 의원총회를 친박 의원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개최할 것인지는 미지수인데,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일단 4일 원내대표실 명의의 입장자료를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시기에 의총을 소집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의총소집 요구 자체를 계파 갈등이나 당내 분란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은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번 의총에서 이미 크게 충돌했었던 만큼 다음 의총 역시 당권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내홍이 재발되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시각을 우려한 반응이라 할 수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는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매듭지을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어떤 결과로 귀결될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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