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구조 한국GM사태 키워
현대·기아차 외 극도 부진 겪은 한국지엠·르노·쌍용
관세폭탄·‘연례행사’파업으로 위기로 내몰릴 수도

완성차 5개사인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사진 / 시사포커스 DB]
완성차 5개사인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주력산업으로 완성차 업계 대부분이 수직계열화로 생산, 고용,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때문에 자동차 생산시설이 철수하거나 파업의 장기화, 대외 환경 변수에 따라 일자리 감소나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상반기 이슈였던 한국GM사태는 이같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상반기 완성차 업계는 판매량에서 현대·기아차만 선전했고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반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25%관세를 부과 가능성이 높고 파업 위협도 도사리고 있어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한국GM사태, 완성차 업계의 구조적 문제

올해 상반기 완성차 업계를 달군 것은 한국GM사태다. 한국GM의 누적적자 규모가 3조원대로 발생하자 철수설이 나돌며 위기감이 커지자 업계 및 정부까지 나서며 이목이 쏠렸었다. 당시 업계서는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연간 생산 손실분만 30조원대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한 일자리감소는 9만4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한국GM은 정부와 협상을 통해 △대주주 책임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독자생존 가능성 이라는 일관된 3대 원칙에 합의한 한편, 가동 22년 만에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여파로 군산공장에 일한 근로자 1100여명이 희망 퇴직했고, 지역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고 인근 지역 상권은 몰락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부가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지역 경제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GM 사태는 완성차 업계의 고질병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근본원인으로 지목됐던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데 이견이 없다. 연봉 수준만 1억원 안팎으로 ‘귀족 노조’로 불리는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가운데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 여파로 군산공장 물량이 줄어든 게 직격탄이 된 것이다.

한국지엠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고질적 문제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생산량 향상을 위해선 고질적인 투쟁 일변도의 노조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쟁 일변도의 노조 문화로 인해 신축성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만 줄이더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노사협력 정도 임금결정의 유연성 등 정석적 지표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는 국내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요국의 고용 유연화 및 안정화 사례를 벤치마킹해 노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동 22년 만에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뉴시스
가동 22년 만에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뉴시스

◆상반기 판매량, 현대·기아차만 웃어 한국지엠·르노·쌍용 ‘울상’

상반기 한국GM사태가 완성차 업계 및 자동차 산업의 주요 이슈였다면 완성차 업체별 주요 관심사는 주력 차종의 판매량에 따른 실적 희비가 갈리고 있다.

완성차 5개사 가운데 현대·기아차만 선전한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는 모두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이들 5개사 전체 상반기 판매량만 따져보면 395만8천683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2.8% 늘어났다. 2016년 2017년 2년 연속 판매량 감소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완성차업계가 상반기만 볼 때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업체별로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만 웃었다. 그만큼 현대·기아차 선전 덕분이라는 평가다 나온다.

현대차는 224만2천900대를 판매해 작년 같은기간 대비 4.6% 늘어났다, 기아차는 138만5천906대를 판매해 4.3% 증가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코나, 싼타페, 그랜저 등이 판매를 견인했고, 기아차는 스포티지와 프라이드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렸다. 부진을 겪은 한국GM은 11.7% 감소한 24만6천386대 판매에 그쳤고, 르노삼성도 7.3% 줄어든 12만6천18대를 팔았다. 쌍용차 역시 4.6% 감소한 6만7천110대를 판매했다.

내수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선전이 유일했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작년 같은기간 대비 3.6% 늘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 싼타페, 코나, 쏘렌토 등을 중심으로 신차 효과 영향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6월까지 35만4381대를 팔았고, 기아차는 26만7700대를 판매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2.8%, 4.6% 증가한 수치다.

내수에서 가장 고전을 면치 못한 곳은 한국지엠이다. 정부와 협의와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의 첫발을 뗀 한국지엠은 현재 부진한 내수시장 회복을 위해 전방위적 마케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4월 내수판매량에서 꼴찌를 기록하다 5월부터 판매량 회복으로 4위에 오른 이후 6월에도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3위를 넘보고 있다. 그러나 철수설 논란과 군산공장 폐쇄, 구조조정을 겪으며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내수 판매량은 반토막나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쉐보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6% 급감한 4만2497대에 그쳤다.

르노삼성 역시 심각한 내수 부진을 이어갔다. 4만920대 판매에 그치면서 22.6% 줄었다. 렉스턴스포츠 판매량 증가 덕분에 쌍용차는 주력 모델인 티볼리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수에서 작년 같은기간 대비 3.7% 감소한 5만1505대를 팔았다.

완성차업계의 연례행사처럼 열리고 있는 파업.[사진 / 시사포커스 DB]
완성차업계의 연례행사처럼 열리고 있는 파업.[사진 / 시사포커스 DB]

◆하반기 연례행사 ‘파업’ 관세폭탄 위협에 먹구름

하반기에는 미국의 관세폭탄 위협과 연례행사처럼 이어온 파업이 도사리고 있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25%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올해도 임금인상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는 대규모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맏형격인 현대차 노조는 단체 교섭 결렬에 따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73.87% 찬성으로 파업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했다. 노사 협상 결렬의 원인은 임금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사측이 기본급 3만5천원 인상(호급승급분 포함)에 성과금 200%+100만원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천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해 격차가 작지 않다.

노사 양측은 10일까지 집중교섭을 통해 타협점 찾기에 나서는 중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7년 연속이다. 현 자동차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대차는 2014년 7조549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매년 두 자릿수씩 감소해 작년에는 4조5746억원으로 3년 새 40%가까이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1분기 영업이익은 45.5% 감소한 6813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 역시 2.4%포인트 하락한 3.0%를 나타냈다. 순이익도 7316억원을 기록해 반토막났다.

2분기도 실적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하반기 파업까지 겹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파업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GM의 파업을 하려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폭스바겐도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파업이 가능하다. 반면 현대차 등 국내업체는 50%이상이 찬성하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업계서는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상 유효기간도 기존 2년에서 최소 3년 이상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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