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행동을 보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기 위해 한미는 연례행사로 치러왔던 대규모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UFG)을 중단한 데 이어 한미해병대연합훈련(KMEP)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대규모 연합훈련은 중지하되 통상적 훈련은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물러선 통상적 훈련까지 중단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정말 있는지 시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우려가 크다.

한미연합훈련은 전쟁 억지력을 갖는데 한반도 안보를 지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그런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안보가 이전 보다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일각의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미동맹 강화를 보여주는 실제 행동이 한미연합훈련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훈련 중단을 강조하는 것은 한미연합훈련이 한미동맹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다. 한미 군 당국은 그동안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억지력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 확인 차원에서 방어적 성격의 연합훈련을 해 왔다. 그래서 북한은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고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는데 북미정상회담 이후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연합훈련중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했다는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관련 언급은 아직 없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물밑에서 어떤 논의가 오고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시간표대로 흘러가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연합훈련중단 카드를 먼저 꺼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가 선제 조치를 꺼내든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최근 언론 매체를 동원해 신뢰 구축을 위한 미국의 선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협상전술에 끌려가는 모양새로 비쳐지는 대목으로 앞으로 무리한 요구 조건들을 내세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럴 때 일수록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부의 정확한 정세판단이 요구된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과 거리를 뒀던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자 북한 끌어안기에 나서기 위해 북중 정상회담을 3차례나 열며 혈맹관계를 과시했다.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현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 자명하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중국에게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 동북아 패권을 쥐고 싶어 하는 중국은 눈엣가시인 주한미군 철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그 첫 단추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이와 반대로 우리 정부는 남북 경협에만 몰두할 뿐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보이지 않는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뒷문이 뚫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면밀한 정세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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